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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I May 06. 2024

And do that again and again.

Han Kim(Altos Ventures) KACF 공로상 수상소감영상

Korean American Community Foundation, 줄여서 KACF 라는 비영리단체가 있다. 미국사회에서 가장 활발한 한인커뮤니티인데 매년 일종의 '공로상' 을 시상한다. 파칭코의 이민진작가, 넷플릭스 '어글리 딜리셔스'로 유명한 데이비드 장 등도 모두 이 상의 수상자였다. 매 년 두 명에게 상을 수여하는데, 2024년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Altos Ventures 의 Han.  


꽤 영광스러운 자리이고, 우리 모두 Han의 성향을 알기에 '대충대충 준비하셨겠지~명연설은 아니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매끄럽고 또한 울림이 있었어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만 보고 축하하고 지나가긴 아쉬워서.. 영상과 글로 어제의 기억을 담아봄. 편집,자막 등 모두 다 Vrew 로 했는데.. 아주 편하더라.. 


지금 쉽지 않은 구간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영상을 추천하고 싶다. 


제목 : Celebrate the small wins, mourn the lost, wake up next day, and do that again and again.

날짜 : 2024년 5월 4일 

장소 : KACF 2024 Gala at The Ritz-Carlton in San Francisco


영상을 다 보기 귀찮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Speech 내용 아래 적어두었습니다. 일부 의역들이 있음.

     오늘 이 자리에서에서 '세탁소비즈니스'는 꽤나 인기있는 주제인 거 같죠? (청중 웃음) 아, 참고로 저희가 한국에서 모바일세탁서비스(런드리고)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잊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부디 이 사업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모두 웃음)


    아시다시피 저는 제 인생의 대부분을 VC로 살아왔습니다. 화려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억하기 싫은 실수들을 반복했고, 정말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하기도 했습니다. 초창기에 "웨스트포인트(미국육사) 졸업생이자 군 장교였던 당신이 어떻게 VC가 되었는가" 하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당시 저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당황하며 횡설수설 했었네요. 


    그러나 이제 이 무대에서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두 커리어의 공통점은 '끊임없는 실패' 였습니다. 무슨 말인지 설명 드리기 전에 오늘날의 Altos 는 처음 20년 동안의 Altos 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시 우리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정말 전 세계의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계속해서 투자를 거절당했습니다. 


    저희가 투자한 회사들도 비슷했습니다. 한국에 블루홀이라고 불리던, 지금은 크래프톤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10년 넘게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매각을 하려고 했지만, 그 마저도 결국엔 상대 회사에게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겨우 한 달 정도의 자금만 남고 더 이상 매수자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출시했고, 이 게임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금은 100억 달러 규모의 상장사가 되었습니다. 10년 간의 연이은 실패 끝에 이제는 연간 약 10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는 게임을 만든 것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사회에서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는 게임이라 저희는 그런 게임이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청중 웃음) 정말 큰 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매일 이런 실패를 그들의 옆에서 경험하며 VC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방금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하고 방법을 찾습니다. 일생에 한 번 찾아올까말까한, 그런 기적을 창업자들이 만들어내는 것을 옆에서 지켜봅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면, 저는 사회자님의 설명처럼 시카고에서 이민자로 자랐습니다. 힘든 도시였습니다. 이민 오기 전엔, 제 부모님, 그리고 동네 한인친구들의 부모님들 모두 한국의 그럴듯한 전문직 종사자들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시카고에서는 투잡을 뛰었고, 세탁소, 그리고 식당을 운영하며 주에 100시간 이상을 일했습니다.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 한 번 하신 적이 없습니다. 외식도 거의 하지 않았죠. 그들의 인생의 주된 목적, 그리고 인생의 유일한 목표는 자식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여 당신들보다 덜 고단한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엄청난 희생이었습니다. (그 어떤 순간에도 감정변화가 없는 Han 대표님이 울컥함ㅠ) 지금도 당시의 친구들이 가끔 모여 우리의 부모님을 떠올리며 술잔을 기울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는 West Point(미국육사)에 다녔습니다. 적어도 인생의 몇 년은 어떤 대의를 위해 봉사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곳에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Westpoint 에서 몇 주가 지나자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저는 항상 배가 고팠고(제가 음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는 분들은 아시잖아요?) 수면 부족도 심했어요. 모르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7시간은 자야 하거든요. (청중웃음) 입학 후 8주가 지나면 그제서야 처음으로 그만둘 수 라도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실제로 친해진 친구 몇몇은 그 때 West Point를 떠났습니다. 사실 저도 정말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시카고 출신 한국인이민자 최초로 West Point에 입학한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시는 부모님을 실망시킬 생각을 하니 견딜 수 없어서, 그래서 남았습니다.


    학창 시절, 저는 연이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매일같은 미적분 시험 준비, 100페이지가 넘는 역사 읽기, 영어 에세이 제출, 화학 실험 준비 등의 보통의 상태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과제들이 일상이었고, 매일 숙소청결을 유지하고 검사를 받아야 했죠. 학점에 포함되는 복싱매치를 위해 중간중간 쪽잠을 자야 했고요. 복싱매치 땐 항상 구급차 두 대가 대기하고 있을 정도의 꽤나 격렬한 시합이었죠. 시합 중에 다쳐서 학내 병원에 입원하면 교수님들이 오셔서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시험을 봅니다. 어깨를 다쳐서 글을 쓸 수 없으면 구두로라도 시험을 봐야 했고요. 이 뿐이겠어요, 만약 입원할 걸 예상하지 못하고, 영어에세이 과제를 끝내지 못한 상태였다면 그 과목은 바로 F를 받습니다. 4년 내내 거의 그런 식이었어요. 정말 매일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내 상황과 감정에 상관없이 태양은 매일 계속 떠오르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저에게 달려 있고 누구도 탓할 수 없다고요. Westpoint 는 사실 4년 내내 모든 사람이 매일 여러 번 실패하도록 설계되어진 곳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온갖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인생 최고의 교훈이었던 것 같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매일매일 해결해야 할 크고 작은 외부의 문제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눈을 감아 버리고 그런 문제들이 없는 척하고 싶을 때가 많죠. 그러나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차라리 눈을 뜨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하나씩 하나씩 헤쳐나가는 것이 낫습니다. 마치 얼굴에 펀치가 날아올 때처럼 말이죠. 이 말은 실제 웨스트포인트의 복싱 코치가 해줬던 말입니다. 눈을 감고 있든 안 감고 있든 어짜피 주먹을 맞을 거라고요. 그러니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마주보아야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고, 이 것이 눈을 감고 외면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정말로 날아오는 주먹을 해결할 수 있는 날이 올 겁니다. West Point 가 저에게 그런 생각을 심어준 것 같아요. 


    다시 VC라는 제 직업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여전히 우리는 항상 실패를 경험합니다. 투자업을 한 지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마치 내가 무엇을 하는지 이제는 안다고 가끔 착각 하지만, 여전히 투자성공율은 낮습니다.투자한 회사가 큰 실패를 경험할 때마다 저희도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그러다 다시 일어나서 창업자들을 일으켜 세우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노력하죠. West Point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밝은 날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계속 나아갑니다. 작은 승리를 축하하고, 패배를 함께 슬퍼하고, 다음 날 일어나서 또 그렇게 반복합니다. 


    다시 일어설 힘을 잃었을 때도, 우리를 일으켜줄 수 있는 가족, 친구, 동료가 옆에 있습니다. 저 역시 37년 동안 저와 함께 해준 사람들, 특히 아내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저의 딸들은 제가 더 잘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줍니다. 알토스의 동료들은 일이 잘못될 때에도 항상 저를 일으켜 세워줍니다. 아참, 참고로 가족과 친구들은 이 테이블(5번테이블ㅎㅎ)에 있고, 알토스의 동료들은 옆 테이블(4번테이블ㅎㅎ)에 있습니다. 그중에는 30년 동안 함께 일한 동료도 있습니다. 우리 이제, 서로의 테이블에 함께한 사람들,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료들을 위해 건배합시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건배합시다.


Cheers, everyone!

Altos 의 Anthony, Han, 그리고 Ho. (참고로 정작 주인공인 Han은 양복바지를 안 챙겨서..골프바지를 입고 오셨다는...너무나 Han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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