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일기] Day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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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인 몸바사에는 Fort Jesus, Haller Park 같은 많은 관광명소가 있다. 한국에서 여행 준비를 할 때, 몸바사에 가기로 마음먹고 찾아본 수많은 블로그에서 본 몸바사의 모습은 정말 휴양지 그 자체였다. 에메랄드빛 바다에서의 스노쿨링, Haller Park의 다양한 동물들.. 첫 자유 여행지였던 만큼 잔뜩 꿈에 부풀어 있었던 한국에서의 나.
예상보다 몸바사에 매우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기차 연착 18시간^^. *참고. 아프리카 여행 일정은 "헐겁게" 짜자) 몸바사에서 나이로비로 다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을 고려하면 몸바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이틀이 채 되지 않았다. 기차와 비행기가 댕겅 잘라먹은 앞뒤 시간과 누적된 피로를 회복하기 위한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몸바사에서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소중한 시간을 나는 관광지에서 보내지 않고 현지인인 마냥 지도도 안보며 걸어 다니고, 그러다가 다리 아프면 툭툭 타고, 마트에서 장보고, 외식 한번 해보고.. 그냥 이렇게 지냈다. "하루쯤은 그냥 평범한 현지인처럼 지내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물론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앞으로 3주간 하게 될 트럭킹 일정 중 대부분 할 수 있는 활동이었기에 큰 미련 없이 '잉여유로움'을 택할 수 있었다. "동물들은 세렝게티에서 보면 되지! 스노쿨링은 잔지바르에서 하면 되지!" 이런 느낌이랄까..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당시엔 여행 첫 시작부터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여긴 아프리카니까 헐겁게, 덤벙덤벙다녀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
숙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섰다. 다채로운 메뉴를 제공하던 우리의 숙소.
(케냐실링 ksh으로 표시되어 있는 메뉴. 환율은 매일 달라지지만 일반적인 상점에서는 100실링을 1달러로 치고 계산해준다.)
소시지와 Spanish Omelete, Mahamri를 시켰다. 마함리는 속이 비어 있는 옛날 도넛느낌? 뭔가 설탕을 뿌리면 훨씬 더 익숙하게 느껴질 것 같은 맛과 비주얼이었다. 후식으로 밀크티를 마셨다. 우유와 차 티백이 나오고 각 테이블마다 있는 설탕통에서 취향에 맞게 설탕을 떠 넣어서 먹으면 된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식탁에는 개미가 정말 가득했다. 죽이는 것도 한두 마리일 때 가능한 일이지 너무 많으면 학살자가 되는 느낌이라 그냥 먼지 쓸 듯 손바닥으로 쓸어서 바닥으로 버렸..아니 보내주었다. 개미들이 가장 많이 모여들던 곳이 바로 설탕통. ㅎㅎ 밀크티에 설탕을 넣을 때 개미를 골라내고 설탕만 뜨기가 힘들었지만 여러 번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설탕을 한 스푼 떠서 조금 기다리다 보면 개미가 기어나온다. 이제 다 나왔겠지 싶을 때 스푼을 밀크티에 퐁당~. 그런데 가끔 행동이 굼뜬 개미들이 내가 친절하게 기다려준 시간에도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갇혀있다가 밀크티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개미 밀크티.. 개미 샤브샤브..ㅠ 그냥 개미를 건져내고 마시면 된다. 홀짝.
후식까지 알차게 먹고 숙소를 나서서 무작정 걸었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걷다 보면.. 뭐라도 나올 줄 알았지만 딱히 뭐가 나오진 않았다. 그냥 내가 타박타박, 또벅또벅 걷고 있는 이곳이 아프리카의, 케냐의, 몸바사의 거리라는 사실이 좋아서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거리가 예쁘고, 부여할만한 의미가 가득한 곳이라도 다리가 아프면 어쩔 수 없는 법. 숙소와는 좀 거리가 있었던 City Mall로 가기 위해 툭툭을 탔다. 아프리카에서 탔던 어떤 녀석보다도 마음에 들었던 툭툭.
좌우 뻥 뚫려 탁 트인 느낌을 주는 시원한 자태, 적당한 스릴감과 속도감은 매력적이기 그지 없다. 거리의 소리, 냄새, 모습 어느 것 하나 여과 없이 그대로 전해주는, 움직이는 것은 내 발이 아니되 마치 내가 걷는 양 온전히 배어들 수 있도록 해주는 배려심 가득한 녀석. 그 이름 잊힐라야 툭툭 라이딩. 라이라이 라이딩 라이딩 라이
- 찬툭툭가[讚툭툭歌} 中
City Mall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정말 없는 게 없었다. 우리 집 동네에 있는 마트정도겠거니 했다가 도착해서 당황할 정도. 간단히 장 보러 왔다가 의도치 않게 여기저기 기웃대며 거의 눌러앉게 되었다.
①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고, ②마트에서 간단한 장을 보고, ③쇼핑을 하고, ④약국에서 말라리아약을 사고, ⑤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⑥사파리컴에서 데이터를 사고.
①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고.
점심은 평범하게 피자를 먹었다. 아프리카에서 먹은 처음이자 마지막 패스트푸드.
② 마트에서 간단한 장을 보고.
생각보다 과일 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대체로 식재료의 종류, 브랜드 모두 우리나라 마트보다 훨씬 더 많았다. 특히 유제품류(치즈, 우유, 요플레 등)와 견과류, 향신료. 익숙한 친구들도 있었다. 너구리 안뇽. 뽀로로 안뇽
③쇼핑을 하고.
2층은 전자제품, 의류 매장이었다. 티셔츠부터 원피스, 바지, 속옷까지 종류별로 잘 진열되어 있었고 피팅룸도 있었다. 원피스를 사고 싶었지만 너무너무 길었다. 키가 큰 흑언니들이 입어도 발목을 덮을 것 같았으니 내가 입으면 아프리카의 길바닥을 쓸고 다닐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미련이 남아 계속 둘러보다가 짧은 원피스를 하나 발견했다. 샛노란색에 아주 화려한 아프리카스러운 무늬가 있는 짜리몽땅한 원피스! 소재도 적당히 까슬까슬하고 치마 부분은 물론 팔부분도 펄럭펄럭 바람이 잘 들어오게끔 되어 있어 더운 날씨에 딱 좋은 원피스였다. 매우매우매우 마음에 들었다. 아프리카 여행 중에 엄청 편하게 잘 입었던 아프리카 기념품 1호 노랑 원피스
④약국에서 말라리아약을 사고.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풍토병 중 하나인 말라리아. 대부분 일주일에 한 번씩 먹는 말라리아 예방약을 한국에서 처방받아서 가져지만 나는 약을 사가지 않았다. 대신 나는 케냐 몸바사의 한 약국에서 말라리아에 걸리고 나서 먹는 약 9알을 샀다. 3 알씩 3일 동안 먹으면 된다고 했다. 가격은 6달러 정도.
자세한 설명은 다음 번에 쓸 [아프리카 여행을 위한 주사, 약, 그리고 마음의 준비(가제)]에서 할 예정이지만, 말라리아 예방약을 사가지 않은 이유를 여기서 간단히 써보자면 "한국"에서 사가는 "예방"약보다 "현지"에서 사는 약이 훨씬 효과가 좋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실제로 아프리카를 다녀오거나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원충이 다르므로 "현지"에서 "현지 말라리아"에 맞춰진 약을 사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또 예방약의 예방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을뿐더러 메스꺼움,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도 있어 심할 경우, 여행 갔다가 숙소에서 요양만 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고.
어쨌든 나는 한 달간의 아프리카 여행기간 동안 40방 넘게 모기에게 뜯겼음에도 건강히 잘 돌아왔다. 한 달 동안 내 가방 구석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던 말라리아약은 이젠 내 방 책상 책꽂이 구석에 고이 놓여있다.
⑤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우리나라의 여느 아이스크림 가게와 다를 바 없는 몸바사의 아이스크림 가게.
⑥사파리컴에서 데이터를 사고.
케냐의 이동통신 전문업체인 Safaricom. 여기서 심카드를 사고 데이터를 충전하면 와이파이가 잡힐 리 없는 길거리에서도 편하게 데이터를 쓸 수 있다. 300MB가 300실링, 약 3달러 정도였다.
이렇게 City Mall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툭툭을 타고 숙소로 돌아와 숙소 앞 벤치에서 사온 망고, 애플망고를 까먹으며 여유롭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은 몸바사를 떠나는 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