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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주 Oct 06. 2015

아프리카, "건강하게" 다녀오기

뭘 맞았고(예방주사) 뭘 먹었나(약)?

아프리카를 간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

"거기 갔다가 뭐 병 걸려오는 거 아니야?"
 

말라리아, 황열병부터 시작해서 에이즈, 에볼라 같은 굵직굵직한 녀석들까지.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아프리카의 질병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이번 글은 내가 "나 아프리카 간다!"라고 신나서 말했을 때 "살아 돌아와야 해"라며 눈물짓(는 척을 하)던 친구들과 "여행 다녀와서 혹시 모르니까 한 달은 만나지 말자"며 밉지 않게 흘겨보던 친구들, 그리고 그 말을 곧 듣게 될, 아프리카로 떠날 준비를 하는 친구들을 위한 글이다.


내가 맞은 주사는? 황열병, 장티푸스 예방주사
내가 먹은 약은? 프라지콴텔 (Praziquantel)

해야 하는 예방접종도 다 하지 않았고 안 먹은 예방약도 있지만 저는 살인적인 일교차에도 감기 한번 안 걸리고, 별별 음식에도 배탈 한번 나지 않고 잘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단순히 운이 좋았거나 상당히 건강해서ㅎ 그랬을지 모르니 아프리카 여행 시 권장하는 예방주사, 예방약 모두 확인하신 후 즐겁고 안전한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가기 전, 예방접종

아프리카를 가기 전에 맞는 일명 4대 예방접종이 있다. 황열병, 장티푸스, 파상풍, A형 간염. 다 맞으면 좋지만 일단 이 중에서 반드시 꼭 맞아야 하는 건 황열병이다. 나는 A형 간염 항체가 있었기 때문에 황열병과 장티푸스만 맞고 갔다.


1. 황열병 예방접종

황열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의한 출혈열이다. …중략… 병에 걸린 환자의 일부에서 황달로 인해 피부가 누렇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황열(yellow fever)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출처: 황열[yellow fever]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위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황열병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라는, 우리나라와 물리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별로 가깝지 않은 지역에서 유행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그다지 익숙하지는 않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간다면 반드시! 꼭! 미리 알아보고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예방차원에서 뿐만 아프리카의 일부 나라는 황열병 접종 증명서. 일명 노랑 종이가 없으면 입국을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황열병 예방접종은 가장 중요할 뿐만 아니라 신경 써야 할 점도 제일 많다. 황열병 예방주사는 열흘은 지나야 제대로 예방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적어도 출국 열흘 전에는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생백신이기 때문에 그냥 바로 가서 맞을 수 없고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참고. 국립인천공항검역소 032) 740-2700) 이런 현실적인 이유들도 있지만 나는 다른 이유로 좀 더 여유있게, 출국 한 한달 전에 맞으라고 권하고 싶다.  황열 접종 후, 꽤나 오랫동안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기 때문.


황열 접종 후 주의 사항

① 3-5일  후부터 열, 두통, 몸살(근육통), 주사부위 통증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30-40%). 위 증상이 있을 경우 해열진통제(예. 타이레놀)를 드세요.

*황열바이러스는 출혈성 바이러스이므로 아스피린은 드시지 마세요.

② 극히 일부의 경우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심하고 지속적인 구토나 발진, 이상감각, 악성두통, 호흡곤란, 경련, 혼수, 림프구 및 혈소판 감소(점상출혈, 멍) 신부전 등이 나타날 경우 신속히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


'접종 후 주의사항'을 읽고 무서워질 줄이야. 나는 저 30-40%라는 수치에 포함되어 비몽사몽하며 며칠을 앓았다. 여행 준비를 미리미리 한다곤 했지만 막판에 비자 문제나 여러 준비물 때문에 신경 쓸 게 너무 많았는데 황열 접종 후 심한 감기 몸살마냥 끙끙대느라 더 정신이 없었다. 출국 2,3주 전이 아니라 한참 전에 맞을걸..이라는 후회를 하고 하고 또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온몸은 뻐근하고 머리도 지끈지끈.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말은 뱉어보자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 임했다. 사실 당시에는 독한 감기몸살이나 메르스ㅎ가 아닐까 걱정했었지만 지나고 보니 요 황열 접종 때문이었다. 한번 맞으면 효과는 10년을 간다고 하니 미리미리 컨디션 안 좋아도 괜찮을 때 맞읍시다.  


황열병 예방접종은 국립의료원이나 전국의 검역소에서 받을 수 있다. 검역소는 수입인지 비용인 2만 7천 원만 내면 되지만 의료원이나 병원에서 맞을 경우에는 진료비가 추가되기 때문에 나는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인천공항에 있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를 이용했다. 며칠 전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예약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서 인천공항 내에 있는 우체국에서 수입인지를 사고 검역소로 가면 된다. 여권을 챙겨가는 것도 잊으면 안된다.


접종 후에는 노란 종이, 국제공인 예방접종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반 접으면 딱 여권에 끼고 다니기 좋은 사이즈. 아프리카에서 국경을 넘을 때, 몇몇 국가에서는 여권과 함께 이 노란 종이를 꼭 보여줘야 했다.


2. 장티푸스 예방접종

황열병에 비해 그 절차는 간단하기 그지 없다. 가까운 보건소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다. 감염된 환자나 보균자의 소변이나 대변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걸리는 병. 예방접종이 필수는 아니라고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내가 뭘 마시고 뭘 먹게 될지, 손은 잘 씻을 수 있을지 모르니 맞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자유여행기간에는 식수를  사 먹었고 트럭킹 기간 동안에는 트럭 물탱크에서 매일 받아먹었다.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흠칫하게 되는 현지 식당에서도 이것저것 먹었는데 별 탈 없이 잘 지내다가 왔다.


3. A형 간염, 파상풍

근처 보건소나 병원에서 맞을 수 있다. 나는 A형 간염 항체 검사를 하고 나서야 예전에 맞았다는 걸 알았지만, 예방접종 도우미(https://nip.cdc.go.kr/)에서 예방접종 기록을 조회해볼 수 있다.



아프리카 현지, 약 사기

아프리카에도 약국이 있습니다. 많이 있습니다.


1. 말라리아 약

대부분 말라리아 예방약을 한국에서 처방받아서 가져간다. 종류는 크게 두 가지. 라리암과 말라론. 라리암은 매주 1번, 출국 일주일 전부터 귀국 후 약 한 달간 복용한다. 말라론은 매일 한 알씩 복용하며 출국 하루 전부터 귀국 후 일주일 간 복용한다. 라리암이 말라론에 비해 구토 유발, 우울증, 어지러움 등 부작용이 큰 편이지만 같은 일정으로 계산했을 때 말라론이 훨씬 비싸고 매일 먹기엔 어려움이 있어 라리암을 사가는 경우가 많다.


사실 말라리아 예방약의 경우는 의견이 많이 분분하다. 반드시 꼭 예방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고, 부작용이 더 크니 예방약을 먹기보다는 걸리고 나서 현지 약을 먹으라는 사람도 있다. 각각의 의견에 대한 근거들 중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아무렴 걸리고 나서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게 더 낫다",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아프리카에서, 분명 가깝지 않을 병원을 몇 시간 걸려서 찾아가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되겠냐", "부작용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라는 쪽과

"예방약이라고 해도 100% 예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방약 때문에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병원을 찾는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부작용 때문에 여행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라는 쪽.


일단 나는 예방약을 사가지 않고 케냐 몸바사의 한 약국에서 말라리아에 걸리고 나서 먹는 약을 샀다. (*참고. Day4. 너와 내가 툭툭. 야금야금) 증상이 나타날 때부터 3알씩 3일 동안 먹으면 된다고 했다. 완전히 치료해주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병원을 갈 시간을 벌어주는 약이랄까. 물론 조금 찜찜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예방약을 챙겨먹으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부작용으로 고생할까봐 "그냥 조금이라도 몸상태가 안 좋으면 바로 약 먹고 병원 가자"하는 마음가짐으로...

한 달 동안 최소 20마리의 모기에게 식사를 제공해 준 것 같지만 (40방까지 세다가 그만 뒀다ㅎ) 다행히 무탈하게 돌아왔다. 그 약도 샀을 때 9알 그대로 내 방에. 일종의 기념품이 되었다.


2. 모기 퇴치제

말라리아 약을 먹고 안 먹고를 떠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모기에 안 물리기! 하지만 이건 정말 불가능, impossible 그 자체다. 나는 한국에서 사간 모기 퇴치 팔찌를 양 손목에 찼지만 손가락 마디에도 모기를 물렸다. 보호 범위가 반경 5cm 정도 인듯했다. 나는 스프레이식 모기퇴치제와 크림 형태의 모기퇴치제 두개를 현지 마트에서 구입해 사용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리 뭘 해도 물린다. 그냥 "그래도 내가 이렇게 모기퇴치제를 팔목에 차고 뿌리고 바르고 했으니 이 정도밖에(?) 안 물렸을 거야"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그나마 편하다.   


3. 프라지콴텔[praziquantel]

익숙지 않은 이름. 일종의 기생충약이다. 아름다운 말라위 호수에는 "주혈흡충"이라는 기생충이 산다. 모기로도 모자라 또 내 피를 빨아먹을 것 같은 생명체가.. 주혈흡충의 유충이 있는 물을 마시거나, 그 곳에서 수영을 하거나, 그냥 씻기만 해도 걸릴 수 있는 주혈흡충증. 너무 낯선 질병이라 설명을 좀 가져와보자면,


주로 물속에 있는 주혈흡충의 유미유충이 피부를 뚫고 침입한 후에 감염이 일어난다 …중략… 감염되면 며칠 이내에 피부가 가렵거나 발진이 생긴다. 감염된지 1~2개월이 지나면서 열, 오한, 기침, 근육통 등이 생길 수 있다.  

출처: 주혈흡충증[shistosomiasis] (두산백과)


사실 현지인들은 그 호수에서 빨래도 하고, 그 물을 마시기도 하고, 맨날 물놀이를 한다. 우리 트럭 가이드 크리스도 말라위 호수에 놀러 왔다가 병에 걸린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다고 했다. 당시 말라위에서는 이건 뭐 별로 걸릴 일 없는 하찮은 병이려니.. 했는데 한국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좀 해보니 다소 무시무시한 내용들이....ㅎ

말라위에 있을 때 친구가 옆에서 계속 사라고 잔소리를 해서 안전불감증!인 내가 다행히도 프라지콴텔을 사왔다. 나는 말라위 호수에 발만 담....근 줄 알았는데 사진을 보니 무릎까지 담갔네. 유충이 있는 물에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벌레가 득시글거리는 호수 같다...) 노출된 뒤 4주에서 6주 후에 먹으면 된다. 한국에 와서 아침, 점심, 저녁, 밤에 각각 한 알씩 먹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잘 먹었는데 나와 같이 약을 샀던 친구들은 먹고 나서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웠다고 한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절대 내가 모범사례라고 할 순 없으니 (튼튼한 나의 각종 장기들에게 감사를..)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필요한 예방주사, 예방약 모두 꼼꼼히 미리 체크하시길. 즐겁게 여행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고 건강하게 다녀오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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