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고통이다. 결과도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이번 오키나와 일정의 반은 태풍 때문에 날아갔다. 이렇게 여행도 계획한 대로 안 되는데 인생은 어떻겠는가?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보고 싶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 없이 보고 있다. 나는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들을 열심히 읽고 있다. 이게 다 아이패드와 밀리의 서재 덕분이다. 전 세계 어디에 있어도 이 두 가지 도구만 있으면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일과 육아에 치여 독서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태풍 덕분에 읽고 쓰고를 질리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생각, 통찰에 감격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감격을 혼자서만 감당하기 힘들어 이렇게 브런치에 들어와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10대 때나 들었던 90년대 음악도 100곡 넘게 듣고 있다. 덕분에 양파, 김종서, 에즈원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80대 할아버지, 할머니를 한 집에 모아두고 집을 70년대 분위기로 꾸몄다고 한다. 심지어 Tv도 70년대 방송만 틀어줬다고 한다. 밥과 빨래, 청소도 스스로 하게 했다고 한다. 1주일이 지나고 실험에 참가한 분들의 피검사와 각종 건강검진을 했는데 실험 전보다 건강상태가 더 좋아졌다고 한다.
나도 이번 태풍 덕분에 90년대 음악 감상, 글씨기, 독서, 청소, 설거지, 밥상 차리기, 아이들 책 읽어주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더 젊어진 것 같다.
내가 애써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고통을 증폭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는 객관적인 사실로 인한 불행보다도 개인이 고통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불행, 고통을 만나면 긍정적인 면을 보면서 안 좋은 기분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태풍 카눈이 어느새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아 내 정신과 육체를 못살게 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