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현명한 생각
아닌 건 아닌 것. 그와 그녀는 인연이 아니다.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은 명징하고, 명징해서 인정하기도 쉽다. 그렇지만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아는 것은 뜻밖에 어렵다.
상대에게 자신이 무엇이었는가 알 수 없어 괴로운 여자가 있었다. ‘그에게 나는 무엇이었을까… 무엇이었을까… 그 시간들은, 그 이야기들은 무엇이었을까…’ 절대 풀 수 없는 수수께끼 혹은 숙제처럼 쉽사리 답을 내주지 않는 질문들은 끊임없이 여자를 괴롭혔다.
많은 세월 곱씹고 곱씹으며 몇천 번을 되물어 보아도 결국 알 수 없을 이야기였다. 어리석은 여자는 어리석었기에 계속 물었다. “나는 당신에게 무엇이었나요?”
칠 년의 세월이 흘러 여자는 어느 새벽, 낯선 땅 낯선 숙소에서 고요한 빗소리에 설핏 잠을 깼다. 꼼짝 않고 누운 채 창밖 주황색 가로등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여자는 알게 되었다. 그에게 자신이 무엇이었는가 그녀는 결코 알 수 없다는 것을. 그토록 갈구하던 물음은 결코 내가 듣지 못할 답을 가졌다는 걸. 질문이 틀렸었다.
“내게 당신은 무엇이었나?”
처음부터 그렇게 물었다면 되었을걸. 그것만 스스로 답했다면 그토록 오랜 시간 헤매어 돌아오지 않아도 되었으리라.
새로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자신이 답할 수 있었다. 답을 하고 받아들이니 더 괴로울 것이 없었다. 내게 당신은 사랑이었다. 사랑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것이 전부였다.
더 헷갈릴 것이 없이 선명해진 여자는, 그래서 이제 칠 년을 묶여있던 자리에서 겨우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