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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 May 28. 2019

퇴사를 참으면 그건 지옥이 아닌 게 될까?

퇴사와 안정의 상관관계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퇴사를 망설이게 하는, 드라마 '미생'의 대사. 이 말을 들으면 퇴사가 너무나 무섭게 느껴진다.


페북에서 봉준호 감독의 일화를 읽었다. 너무 고달팠지만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하며 결국 세계적인 거장이 된 봉 감독의 일화를 읽으면서 지옥을 견딘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물론 봉준호 감독의 케이스는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과는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


밖이 정말 지옥일 수 있다. 그런데 나에겐 (내 삶의 방향성과는 다른) 안도 지옥이었다. 퇴사할 때 나의 다짐은, 퇴사를 해도 지옥, 안 해도 지옥이라면 퇴사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옥을 맛보겠다 였다. 예상했던 대로 밖에서 생존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까지 퇴사한 것을 0.1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우리는 미생의 저 말에 무조건 겁먹지 말고 이런 관점도 생각해야 한다. 밖이 지옥인 건 맞다. 하지만 지옥을 견디면 천국에 도달할 가능성이 1%라도 생긴다. 그런데 지옥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전쟁터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아주 잘 버텨도 계속 전쟁터이다. 회사를 다닐 때, 여기 전쟁터에서 아무리 잘해도 내가 원하는 삶으로는 절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나를 무기력하게 했다.


내가 영화감독을 하고 싶다 치자. 우스갯소리로 영화감독으로 입봉하기란 사법고시 패스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 사시는 매년 1,000명 정도 합격자를 냈는데 비해 매년 입봉하는 감독의 수는 매우 적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으면 시나리오를 쓰든, 영화 아카데미에 가든, 현장 막내 스탭을 하든 큰 틀에서 영화판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영화감독이 될 가능성이 0.1%라도 존재한다. 나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데, 단지 안전하다고 해서 (그 어떠한 시도 없이) 전혀 다른 판에 있으면 절대 영화감독이 될 수 없다.


원하는 삶이 있다면 어쨌든 큰 범위에서는 그 맥락에 있어야 한다.  퇴사가 그 시작이 될 수도 있고 부지런하다면 퇴사하지 않고도 하고자 하는 일을 회사와 병행하며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옥에 나갔다가 설령 다시 돌아오더라도 괜찮다. '아 밖이 이렇게 무섭고 외로운 거구나'를 부모의 말이 아니라 내 몸으로 실제 깨닫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정말 큰 공부라고 생각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지라도 그 원점은 좋은 의미에서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단지 전쟁터 혹은 지옥을 참는가 아닌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하는 이 일이 내가 원하는 미래와 조금이라도 이어져 있는가 이 관점에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안정을 빌미로 내가 하고 있는 이 고생이 내가 꿈꾸는 미래와 맞닿아 있는가 생각해보자. 그게 아니라면 안전하게 더 이상 안전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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