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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사임당 Sep 16. 2021

재밌는 일을 하는 중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책모임의 저자 북토크를 기획 중입니다

계속하는 것 –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어지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 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어제 공식적인 출장을 다녀왔다. 인문학 관련 도서 집필 위원 5 협의회. 이제 다섯 번이나 직접 얼굴을 봐서, 틈틈이 비대면으로도 이야기를 나누어서 그런지, 아무렴 자신을 녹여낸 글로 깊이 있게 만나서 그런지 일곱 분의 선생님들이  알던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집필위원 당선 문자를 받고 처음 만나 글을  온지 벌써 시간이  되었다. 코로나로  동안  보다가 오랜만에 얼굴을 뵈니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모두들 학교 일로 바쁜 와중에 취미 생활을 넘어선 책을 만들기 위한 글쓰기로 막중한 부담을 느끼고 계시기에 모종의 동질감이 들기도 했다. 9 1 자로 새로 부임하신 장학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향후 일정에 관한 협의를 했다.  위원별 원고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이 되었다. 발가벗는 느낌.  차례가 되어 부족한 원고에 대한 피드백을 기다리게 되자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을 달라, 아직 수정 중이며 소모임 피드백을 수용해서 수정 중인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공감해주시고 자연스럽게 다음 선생님 차례로 넘어갔다. 다행이다. 그렇게 8명의 원고에 대한 피드백 순례가 끝나고 주제별 목차를 정리해 보았다. 각각의 인생이 깃들어 글의 온도와 분위기도 제각각이었다. 나는 그래서 좋았다. 장학사님께서 업무 때문에 자리를 비우시고 우리끼리 자유롭게 생활과 글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즐거웠다. 협의회에 오라는 공문을 보고 하나도 반갑지가 않았는데  순간 협의회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우리 교무실 원탁 테이블이   같았다. 그래도  프로젝트에 여하게 되면서 봄부터 꾸준히 주어진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리듬이 단절되지 도록  글을 쓴다.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내게 요즘 가장 재미있는 일은 글을 쓰는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원고로 내어야 하는 글은 그리도 힘든데 좋은 글을  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차분히 그리고 묵묵하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니 이것은  재미가 있다. 마음이 흐트러질 법한 3일이 가고 의지가 무너질 법한 일주일도 넘겼다. 욕심을 버리고 근래의 생활과 감정을 주로 담아서 그런지 하나  글이 쌓인다. 대단한 글도 아니고 보는 사람도  없다. 그래도 나는 매일 비어 있는 하얀 창에 나의 꿈을 좇아 글을 쓴다.


세계는 따분하고 시시한 듯 보이면서도 실로 수많은 매력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원석이 가득합니다. 소설가란 그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멋진 것은 그런 게 기본적으로 공짜라는 점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7교시를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오는 순간 오늘의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었다. 일어날 힘이 없어 가만히 앉아 있었다. 빵으로 당을 좀 보충하고 수다로 집에 갈 만큼의 에너지를 충전했다. 신기하다. 말을 하고 듣는데 힘이 생긴다는 게, 오늘은 수업이 많았지만 공강 시간 또한 허투루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 활용의 측면에서 보자면 효율 1등급이었다. 그중에 가장 열심히 즐겁게 한 일은 바로 <꿈세권에 집을 짓다> 저자 초청 북토크 준비였다. 교내 독서모임 회원 선생님들과 저자에 대한 궁금증과 질문하고 싶은 것을 취합해서 1시간 여 동안 진행될 북토크의 진행 계획서를 세웠다. 작가님과 독서 모임 회원, 다른 학교에서 참가를 희망하는 두 분의 선생님들께도 행사 관련 안내를 드렸다.


비대면으로 진행되기에 신경 쓸 다른 부분도 많았다. 그런데 그 일이 싫거나 귀찮지 않았다.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과정이 즐겁다. 일과 놀이가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재미가 느껴졌다. 저자에게 의미 있는 매력적인 질문을 전하기 위해 시나리오까지는 아니지만 대략적인 질문 전개의 맥락을 그렸는데 그러자니 책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처음 읽고 읽었을 때는 그냥 읽었는데 무언가 달리 보였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저자는 은근히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자는 나의 대학 선배이고 최근 가장 자주 깊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여서 충분히 그녀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과 저자에 대한 회원님들의 질문을 모으는 과정에서 그녀가 더 궁금해졌다. 나도 온전히 그녀를 이해하고 있지는 못했다. 그녀는 어떤 꿈을 그리고 어떻게 살고 싶은 건지, 꿈세권에서 말하는 그녀의 꿈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엔 어떤 꿈이 꿈틀거리고 있을까?


퇴근할 무렵 지쳐서 글을 쓰다 말았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내리지 않고 저장된 글의 끝을 잇기 시작했다. 휴대폰으로 쓰다 보니 속도도 느리고 문자 완성 기능 때문에 오타도 속출한다. 그래도 어둠 속에서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며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분량은 금세 늘어났다. 엉덩이가 무거워 자리에서 떨어지지 않지만 마음만은 가볍다. 그러면서 또 충만하다. 태풍 전야의 목요일에 지칠 대로 지친 만큼 맥주 한 모금을 들이킬 예정이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금요일 출근을 기다려야겠다. 명절 연휴를 앞둔 금요일 퇴근 1시간 전에 시작될 북토크, 모두의 안온한 삶에 새로운 영감을, 도전을 위한 용기를, 무엇보다 빠져드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기획자의 의도와 부푼 기대를 담아 한 발짝 물러나 나와 우리 집을 생각하게 하는 즐거운 퇴근을 선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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