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이해된다고 해서 전부 이해할 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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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반에서 유일한

‘예체능 하는 애’ 역할을 담당하는 동안
덤으로 따라온 건 ‘난 특별해’라는 감각이었다.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다는 생각,

정체성과 자아를 찾고자 했던 마음이

고통스러운 학창 시절을 버티는 동력이 되었다.

그러다 그 감각이 엇나가

‘나는 특별해야만 해. 그래야만

존재할 이유가 있는 거야’에 이르자

많은 것이 힘들어졌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며 마주하는 수많은
의견 조율 상황이 괴로웠다.
내 의견이 조금이라도 잘못 전달되어 오해를 받으면

안 해도 될 말까지 꼭 해야 직성이 풀렸고,
내 가치가 훼손된다고 느끼면

사소한 일도 참을 수 없었다.
왜냐? 나는 내가 너무 소중하고 특별하니까.
나는 이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니까.

일하며 겪는 부당한 상황,
선택권을 제한당하는 상황이 싫어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런데 질문부터 잘못되어 있었다.
내가 바라는 자유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는 상황’으로
한정된다면 굴레는 끝나지 않을 터였다.

난 무슨 짓을 해도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직급이 아무리 높아지고 더 많은 돈을 벌고,
권력의 최상위층으로 간다고 해도

모든 일을 오롯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직업 같은 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온전히 내 자유를 누릴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자유의지가 아닐까.

그때그때 닥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자유의지를 실행하며 사는 것이다.

누구도 나에게 반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만

갑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당당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춘다면

내가 무엇이 되든, 무엇이 되지 않든
조금 더 자유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