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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계절을 아는 것 - 정원이 가르쳐 준 비밀  

 가만히 다가올 때를 준비하기  

가드닝 작업과 일본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복합 문화공간 곳에서 허브와 채소들이 있는 텃밭정원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가드닝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그 공간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치 사람을 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정원이 있는 곳이 햇볕은 잘 드는지, 바람은 잘 통하는지, 흙은 건강한 상태인지 영양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예전에 무엇이 심겨 있었는지,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인지


이런 호기심을 갖고 부드럽고 천천히 다가가 보는 겁니다.  


정원 헤아리기 - 자연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먼저, 식물부터 살펴보았습니다. 

벽면에 일렬로 심겨 있는 남천, 월동을 한 로즈메리 그리고 레몬밤이 있었습니다.
 
레몬밤 같은 허브는 추운 겨울울 보내고도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데요, 


그래서 대단하기도 하지만 완성하게 뻗어나가는 뿌리 때문에 주변에 다른 식물이 자라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 부분을 어떻게 조율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었어요. 

그리고 환경적으로는 한옥 기와지붕으로 인해서 한쪽은 그늘진 시간이 긴 편이었고, 텃밭 옆으로 가깝게 배수구와 수돗가가 있어서 물을 주기에는 편리해 보였습니다. 

흙은 크고 작은 돌들이 잘 골라지지 않은 상태였고, 새로운 식물을 심기 위해서는 영양분 있는 흙을 공급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원 준비하기 -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기를 불어넣으면 좋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곳의 대표님과 매니저님을 통해서 키우고 싶고 필요로 한 것에 대해서 미리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곳은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는 복합공간입니다. 그래서 카페에서 음료를 낼 때 민트를 곁들여서 내고 싶다고 하셨고, 여름에 먹을 쌈채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특히 대표님과는 사전에 긴 대화를 나누면서 아름다운 자연과 유기농업의 가치를 이 공간에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정원을 저 혼자가 아니라 다른 분들과도 함께 가꾸어 보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이런 대화를 통해서 2017년 올해, 곳의 작은 정원은 허브와 야채들이 있는 텃밭정원으로 꾸며보기로 하였고, 함께 종로로 모종을 사러 나갔습니다. 



바질, 로즈메리, 라벤더, 애플민트, 상추, 적상추, 치커리, 명이나물 등 여러 가지 허브와 채소 모종을 잔뜩 사들고 돌아왔는데요, 하지만 바로 심지 않고 며칠을 더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서둘러 밭에 모종을 심었다가는 밤에 확 떨어지는 기온으로 냉해를 입기 쉬운 날씨였기 때문입니다. 


래서 모종을 심지 않고 기다리는 기간 동안에 미리 주문해 둔  유기배양토와 퇴비를 밭에 뿌려두는 작업을 해 두었습니다. 모종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밭을 준비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다음 주에 차근차근 모종을 심어주었습니다. 


정원의 완성 -
서로 다른 생명체 사이의 간격을 유지하고 존중하기

정원은 아래의 사진처럼 변화되었습니다. 


직사각형의 하나의 정원이었던 공간에 벽돌로 사람이 걸어 다닐 길을 내주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개의 구역이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디자인을 가미한 길을 만들어주면 사람이 다니기도 편하고, 식물도 사람 발에 밟히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생명체끼리의 간격을 유지하고 존중하는 것이 식물과 식물, 식물과 사람 사이에도 필요합니다.  



정원이 가르쳐준 비밀 - 나만의 때를 아는 것 


이번에 정원을 만들면서 자연을 통해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미리 준비는 하되 서두르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주변 사람들의 의견과 행동 때문에, 또는 남과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나의 때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서둘러 행동할 경우가 있잖아요. 


죽은 것처럼 쉬면서 내면을 살펴야 할 때(겨울), 조심스레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봄), 세상 속에서 왕성하게 확장되어 나가야 할 때(여름), 활동의 결실을 얻을 때(가을)

내가 지금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디에 와 있는지를 잘 알고, 그에 따라 사는 것이 지혜라는 것을 자연이 가르쳐 준 것이죠. 


정원을 돌보면서 계절의 순환이 반복되는 내 몸과 마음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믿고 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얍! 피어나라, 나만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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