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프로 터치바 모델을 사서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사진은 제품 사진 대신 제가 찍은 감성 사진으로 삽입하겠습니다. 맥북 터치바 사진은 웹에 많고...
또 애플은 감성이고...
그리고 터치바의 아름다움은 기타 블로거들이나 애플 공홈에서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어서...
귀찮다는 말을 길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몇년 전부터 맥북을 사고 싶었습니다.
음악을 듣기만 하다가 악기를 연주하고, 작곡에 관심을 두고 나서부터.
영상을 처음으로 편집했는데 내가 꽤 재능이 있다고 느꼈을 때부터.
그리고 고정적인 월 수입이 생겼을 때부터 사고자 하는 마음이 커져만 갔습니다.
마침내 쓰던 한성 인민에어 내구도가 회생 불가로 하락했을 때는
이젠 어쩔 수 없으니 살 수 밖에 없다며
왠지 들뜬듯한 미소를 띄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중고 매물을 알아보기 시작했지요.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취업 준비 기간 동안 제한된 환경 탓에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던 습관을 없애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랩톱 성능 때문에 영상 제작 취미를 못해, 시퀀서를 못 돌리니까 음악을 만들 수 없을거야 등등.
어떻게든 구입할 이유를 만들기 위해 애쓰긴 했습니다.
이해해주십시오.
그래서 중고로 샀고, 쓰고 있어요.
적응은 그닥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 달리 쓰는 기능이 없거든요.
그냥 필요한 기능이 쓰기 편하게 잘 구현되어 있기도 하고...
가끔 프로 모델을 이렇게 써도 되는가 싶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습니다.
맥북 프로 터치바 모델로 중고신입으로서 자소서 쓰는 느낌 꽤 괜찮아요.
자소서 쓰다가 터치바 만지면서 딴짓하기도 좋고요.
버터플라이 키보드...인가 이 녀석의 타자감이 희한하긴 하지만...
여기 접목된 테크날라지를 상상하며 타이핑하면 신인류가 된 듯한 착각이 들기도하며 high해집니다.
사파리와 넓어진 트랙패드로 웹서핑하기도 편해요.
또 메모 및 자료 정리 시스템을 명료하게 나누어 놓지 않아서 쓰레기처럼 파일들이 널려 있어도 괜찮아요.
윈도탐색기와 인터페이스가 꽤 다르다보니 만져보기 귀찮아서 그냥 쓰는 중...
남들 다 쓴다는 앱은 잔뜩 깔아놓고서 정작 쓰는건
메모, 미리알림, 캘린더, 사진 등의 기본 앱들뿐이기도 해요.
느낌도 좋고, 딱히 불편함이 없어요. 그래도 괜찮다니까요.
왜냐면 저는 맥을 사서 멋없게 써도 만족하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이걸 재능 낭비와 비슷한 기전으로 동작하는, 가능성 낭비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재능러들의 재능 낭비, 부자들의 돈 낭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의 정 나누기,
그리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저는 가능성 낭비를 하는 선택적 여유가 있는 인간.
멋지지 않나요?
저는 미디어와 대중이 오랫동안 쌓아준 애플 감성을 향유하며,
맥북 프로와 제가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낭비하고 있는,
주말 현 시각 깔깔이를 입고도 터치바 덕에 간지가 터지는 잉여인간인겁니다.
얼마 전에 이사하기 전 짐을 챙기느라 박스에 옷가지를 담아놓은 황량한 방에서,
맥북 프로 터-치바로 애플 뮤직을 실행시켜 A-List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해놓으니
꿈을 찾아 방을 옮기는 젊은 뉴요커가 따로 없더라구요.
언젠가는 영상도 만들고, 생산적인 일을 하겠지요.
이제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못한다는 말을 할 수 없어지니까요.
올해부터 여행 시작하며 그렇게 하려고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감성터지고 가능성 터지는 소비를 합시다.
다음에는 세상에서 두세 번째로 멋없는 애플워치 시리즈3 구입/사용기를 써보겠습니다.
안녕.
*본 글은 제 소비에 대한 일말의 비꼼도 없으며, 정말 저는 만족하며 잘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