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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하 Dec 24. 2021

크리스마스 너마저

1. 마성의 초콜릿

영화 ‘초콜릿’을 보고 홀리듯이 초콜릿 케이크를 먹어댄 지난밤. 영화 속 마법의 묘약처럼은 아니더라도 확실히 디저트의 힘은 대단하다. 예쁜 비주얼에 한번 마음을 빼앗기고 식사를 하면서도 내내 후식을 먹을 생각에 들뜬다. 그러다가 마침내 입 속에 넣고 즐기는 동안은 벌써부터 아쉬운 행복감이 번지는 신기한 초콜릿의 맛.


2. 크리스마스 캐럴 소프트 피아노

아기 재울 때 요긴한 음악이면서 동시에 재우는 행위에 지친 내가 듣기에도 좋은 음악의 발견. 항상 아기 자장가나 백색소음만 틀어두고 약간의 노이로제 같은 것에 시달렸는데 아기도 잘 자면서 나까지 힐링되는 잔잔한 캐럴 음악에 마음의 안정까지 찾았다. 역시 캐럴은 찰리브라운 크리스마스 음악처럼 재즈풍 혹은 피아노로 들으면 더 몽글몽글하다.


3. 트윗형 조각 일기

지난 일기를 들추어보는 일의 낯설렘. 메모처럼 끄적인 조각조각의 짧은 일기들을 모아 올리기 시작하면서 기록에 대한 공포증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반성문을 쓸 때와는 달리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어 좋으면서도 이런 일기 따위를 브런치에 올려도 될까 하는 고민도 함께. 마치 트위터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에 자동 응답하듯 트윗하는 심정으로 일상의 라이프로그 파편을 올리고 모아볼 수 있음에 만족한다.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 마음을 찍거나 리트윗하는 행위처럼 여겨져 우습기도 하지만.


4. 날짜 감각

코로나와 육아로 칩거생활을 너무도 오래 하여 날짜 감각이 아무리 없다지만 벌써 이렇게 크리스마스일 줄이야... 살림하며 이렇다 할 사건 없이 어언 몇 달을 집에서만 살다시피 했을 뿐인데 2021년 마지막 달력을 마주하니 소름이 다 돋을 지경.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게 일상이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때문에 씬지로이드 약을 복용한 지 나흘 차, 눈에 띄게 좋아지진 않았지만 평소와 달리 커피를 사러 외출하고 싶다거나 유모차를 분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거나 하는 등 손 하나 까딱하기 싫었던 최근의 나와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 나름의 일상 의욕을 조금씩 되찾아 가는 느낌이 좋다.


5. 심장 때리는 그녀들

매주 수요일을 기다리는 이유는 ‘골때녀’를 보기 위함이다. 시즌1을 못 본 채 이번 시즌에 입덕 했지만 충분히 푹 빠져들었다. 방송을 보는 내내 월드컵보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그녀들은 내게 거의 국가대표 선수급 이상의 우상인 것이다. 풋살동호회라도 들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 두 팀이 겨룰 때마다 늘 지는 편에 서서 새로이 응원하게 되는 내 모습에서 스포츠 정신의 미덕을 발견한다. 몸을 아끼지 않는 전투적 공격과 빈틈을 허용 않는 미친 수비, 뜨거운 킥 땀 눈물이 얼룩진 페어플레이에 감동하고 또 감동하는 나는야 열렬한 축구 팬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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