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그리고 하루
이유 없이 우는 일은 남일이었던 순둥이 아기 덕에 순탄한 육아생활을 보냈던 지난 1년. 신생아 시절 일부를 제외하곤 잠도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아기라 무탈했던 터라 가끔은 혹시 내가 육아가 체질인 건 아닐까 착각했던 때도 있었다. 돌이 넘자 이젠 제법 떼도 부리고 자기주장도 생기면서 이유 없이 우는 경우도 많아지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성질도 부리는 표현 부자 아기로 탈바꿈하는 중. 졸려 죽겠으면서 버티고 버티다 기절하듯 잠드는 모습을 보면 예전엔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힘이 다 쫙 빠진다. 재우는 일의 난이도도 이전보다 격하게 올라갔기 때문이겠지. 통잠을 모르던 시기, 수면 부족으로 미친 듯이 피곤했지만 누군가 했던 말에 마음을 다잡곤 하였다. “이 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 이때가 정말 귀엽고 예쁜데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려서 나중엔 사진만 보고 추억하며 아쉬워할 거라던 말. 그 말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는 체력을 지녔음에도 정신을 부여잡고 최대한 즐기고 많이 안아줘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은 진짜였다. 아기아기한 시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이젠 가끔 어린이처럼 보이는 모습에 그때가 좋았지 하면서 회상을 하곤 한다. 더 키우고 나면 지금의 시절도 역시 마찬가지겠거니 여겨본다. 이때 역시 한번 지나가면 그냥 흘러가버리는 아기의 아련한 모습들일 거야. 육아에 지쳐 힘들 때마다 이 생각을 하면서 또 한 번의 시기를 관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