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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Jan 16. 2024

감사하면서 살고 싶긴한데...

2022년 8월 아무생각없이 병원에 갔다가 암일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뭐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랏 완전 드라마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작 그 소리를 듣는 순간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냥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할까 그랬다. 의사는 빨리 수술해야한다고 검사결과를 그주 수요일날 들었는데, 다음주 월요일날 수술을 잡았다. 


진짜 아무런 배경지식 하나없이 그냥 일단 수술부터 해야한다는 의사의 말에 뭔가 결정할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의사는 일단 종양수치가 높게 나와서 빨리 수술하는 것이 좋을것같다는 소리와 자신의 견해로는 암이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그건 일단 수술해봐야아는 것이라고도 했다. 멍때리고 나서 찾아보니 일단 숫자만으로는 암일 가능성이 큰것이지 암인지는 모른다는 것이었다. 진짜 그 며칠간 인터넷을 다 뒤져서 뭔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는데 하여튼 그냥 정신이 없었다. 


하여튼 그때 생각하면 우울하고 화가나고 섭섭하고 기타등등의 복잡한 감정이 많이 드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하루쯤 울고 나서 정신차리고 결정을 내려야했다. 의사는 5일후에 수술을 잡은 상황이었다. 다른 병원에 가야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사실 그때 내 상태가 많이 안 좋은 상황이었다. 기다릴수 있었다면 아마 다른 병원에 갔을수도 있지만, 그전에 응급실로 갈수도 있는 상황이긴했다. (수술할때 복수가 5l이상 이었다고 한다. 사실 그때 숨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주변에서 조언을 해줄수도 있었지만, 결국 결정은 내가해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암이 아닐 가능성을 더 크게 본다'는 의사를 믿기로 했다. 아님 뭐 이 병원에서 항암해야는데 뭐랄까 이문제로 진짜 고민이 됐었다. 하지만 믿기로 했으니까 뭐 항암치료해야하면 이병원에서 하지 뭐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간 병원은 대학병원이 아니고 2차병원이긴하지만 대학병원급에 뭐 항암센터도 있는것을 봤었다. 아 그러고보니 내가 그런거까지 알아봤었구나. 목숨이 달리니...쿨럭)


개복수술을 하는 경험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병원에 입원해있는동안 나름 유쾌하게 살려고 했고 같은 병실에 있었던 분들도 전부 좋은 분들이었고, 간호병동에서 나를 도와주시던 분들도 모두 좋은 분들이라 뭐 나쁘지 않게 지냈었다. 어쨌든 수술할때 상태가 메롱하긴했지만, 조직검사 결과 암은 아니었기에 내 삶에서 이 병원 에피소드는 해피엔딩이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의사가 암은 아니라고 했을때 뭐랄까 "아 남은 삶은 감사하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땐 많은 것에 감사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수술하고 암이 아니라고 안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뭐랄까 감사하고 살고 싶긴한데 진짜 세상이 나를 안도와준다. 오늘도 댓글 하나보고 열받아서 버럭대고 있다. 내가 삶에 감사해야하는데 저런 배려심 없는 사람에게도 내가 왜 배려를 해야하지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삶을 감사해야하는 것은 저런 배려심 없는 사람조차도 용인해줘야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수술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를 돌이켜보았다. 아마도 수술하고 나서 막 지났을때 저런 댓글을 봤다면 그래 저 사람은 저렇게 배려심 없이 살겠지. 어쩌겠어.라고 생각만 했을 것같기도 하다.


하지만 열받는 것은 열받는 것이다. 그래서 늘 그렇듯이 그 댓글을 쓴 사람이 매일매일 소소하게 재수없으라고 빌고 있다. 직장상사에게 본인이 이해할 수  이유로 닥달당하고, 똑같이 배려심 없는 댓글이 달리고, 우산없는데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고, 신호기다리고 있는데 타야하는 버스가 출발하라고 매일매일 빌고 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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