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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Mar 11. 2024

오르페우스는 어떻게 오페라의 영웅이 되었나?

오페라에서 오르페우스 이야기

그리스 신화의 영웅인 오르페우스는 트라키아의 음유시인이자 음악가이자 예언가로 다른 많은 그리스의 영웅과 함께 여행을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르페우스의 이야기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바로 그의 아내인 에우리디케와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뛰어난 시인이자 음악가인 오르페우스는 님프인 에우리디케를 사랑했고 그녀와 결혼해서 행복한 생활을 하려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에우리디케가 죽게 됩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는 슬픔에 잠겼으며 결국 아내를 되찾기 위해서 저승으로 가기로 합니다. 저승으로 가는 동안 오르페우스는 수많은 난관을 겪지만 그의 노래를 듣는 모든 이들은 감동을 받아서 그를 막지 않았고 결국 저승의 신인 하데스와 그의 아내인 페르세포네의 앞까지 도착합니다. 그리고 무서운 저승의 신인 하데스와 그의 아내인 페르세포네 마저도 오르페우스의 노래에 감동을 받았고 결국 하데스는 오르페우스의 아내인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가도록 허락합니다. 단 하나 저승을 떠나 완전히 지상으로 나가기 전까지 뒤를 돌아서 에우리디케를 보지 말라는 조건으로 말이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지상에 도착하자마자 뒤를 돌아 아내를 확인하려했지만, 에우리디케는 아직 지상에 다다르지 못한 상태였기에 결국 다시 저승으로 끌려갔고 오르페우스는 이제 더이상 아내를 볼수 없게 됩니다. 


에우리디케를 떠나보내는 오르페우스

이후 오르페우스는 디오니소스 신의 여성 추종자들인 마이나데스에게 살해당하게 됩니다. 트라키아의 마이나데스는 오르페우스에 불만을 품었고, 결국 광란의 디오니소스 신의 축제때 오르페우스를 죽이려합니다. 하지만 오르페우스의 노래에는 힘이 있었기에 마이데나스들이 던진 돌이나 창들이 오르페우스를 맞추질 못했습니다. 결국 이에 화가난 마이나데스들은 소리를 질러서 오르페우스의 노래 소리가 안들리게 해서 그를 죽이고 시신을 갈갈이 찢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머리는 여전히 노래를 불렀고 그의 리라는 여전히 연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의 머리는 사람들에 의해서 묻혔으며, 주인이 죽었어도 연주를 멈추지 않았던 그의 리라는 무사이(뮤즈)들에 의해서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고 그 별자리가 바로 거문고 자리라고 합니다. (아홉뮤즈중 한명이었던 칼리오페가 오르페우스의 어머니로,  웅변과 서사시를 관장하는 여신으로 오르페우스에게 직접 노래를 가르쳤기에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그렇게 뛰어났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오르페우스의 죽음


이런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오페라가 시작된 초기부터 오페라의 소재로 다루어지게 됩니다.


오페라가 시작 된 것은 1600년경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오페라와 비슷한 형태의 여러 음악적 요소가 가미된 연극에 대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들이 오페라를 시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르네상스 시대가 지나면서 고전의 부흥이라는 개념에 걸맞게 고전 그리스의 비극을 다시 복원하려는 생각이 있었고 이 비극을 다시 되살리는 방법으로 오페라라는 형식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이시기 인문학자들은 그리스 드라마를 복원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단순히 연극만으로는 이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게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며, 이런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서 음악을 결합한 형태로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의 결과물은 1598년 피렌체의 카니발 기간에 처음 공연되었다고 알려진 "다프네"라는 작품으로 처음으로 나타납니다. 이곳은 기록으로 남은 첫번째 오페라 작품으로 야코포 페리와 그의 후원자였던 자코포 코르시가 작곡한 곡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다프네는 작곡되고 공연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지만 악보는 남아있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페리


하지만 이후 페리가 1600년 작곡한 오르페우스 신화를 기반으로 하는 에우리디체는 출판되어서 악보가 남아있기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페라였습니다. 특히 페리의 에우리디체는 토스카나 대공의 딸인 마리 데 메데치와 프랑스의 국왕 앙리 4세의 대리 결혼식 동안 공연되었고, 아마도 이 결혼식에 참석한 많은 왕족들과 귀족들이 이 새로운 형식의 음악 공연 형태에 대해서 보고 영향을 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마리 데 메데치의 결혼, 이탈리아에서 열린 결혼은 대리결혼으로 벨레가르 공작이 신랑 대리를 했다고 합니다. 마리 드 메디시스와 앙리 4세의 결혼 생활은.....흠....


이렇게 결혼식에 참석해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는 사람중에는 당시 만토바 공작이었던 빈센초 1세 곤차가가 있었습니다. 특히 빈센초 1세의 궁정에서 일하던 음악가에게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인물이 바로 당대나 이후 최고의 작곡가로 알려지게 되는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였습니다. 사실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는 이미 세속적 생활을 묘사한 노래인 마드리갈을 작곡해서 유명했었는데 이런 경험은 아마도 그가 오페라를 작곡하는데 중요한 경험으로 작용했으며 비록 페리의 오페라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노래의 형식등은 자신만의 형태로 할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몬테베르디는 만토바 공작을 위한 새로운 형식의 공연인 오페라를 작곡했고, 그것이 바로 로르페오L'Orfeo로 이 오페라 역시 오르페우스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만토바 공작을 위한 작은 음악회 형식으로 구성되었지만, 여기에 너무나 흡족해한 만토바 공작은 대중을 위한 공연을 하게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후 몬테베르디의 로르페오는 초기 오페라의 획기적 작품으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이후 몬테베르디가 베네치아로 가서 그곳에서 여러 오페라들을 무대에 올리면서 오페라의 초기 작곡가이자 보급자로의 명성이 확고해지게 되었습니다.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물론 기록에 남은 첫 오페라는 아폴론과 연결된 신화인 다프네이지만, 초기 오페라를 확산 시키는데 기여한 이야기는 바로 오르페우스 이야기였습니다. 수많은 그리스 신화들이 있었으며 또한 수많은 그리스 고전 극들이 전해져오는 상황에서 작곡가들이 특별히 오르페우스 이야기에 주목한 것은 아마도 신화속 오르페우스가 음악으로 모두를 감동시키는 부분일 것입니다. 오르페우스가 다른이들을 감동시키고 공감을 이끌어낸것처럼,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작곡가들 역시 자신의 노래들이 오르페우스의 노래들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길 원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오르페우스는  초기 오페라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앞에서 연주하는 오르페우스, 테피스트리, 17세기


이런 관념은 아마도 오래도록 사람들의 생각에 남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페라에서 새로운 전환기가 되었을때 다시 오르페우스가 등장하는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오페라는 여러나라들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번성했으며 다양하게 발전하는데 바로크 시대를 거치면서 "바로크 오페라"의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바로크 오페라 역시 옛 시대의 산물로 여겨지게 되었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오페라 양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중 한명이 바로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룩이라는 인물이었습니다. 글룩은 당시 오페라가 원래 목적인 "드라마를 통한 카타르시스"가 아닌 가수의 음악적 기교에만 집중한 것에 대해서 불만을 품었고 이를 개혁해서 음악과 춤등 무대의 모든 것이 드라마를 위한 수단으로 남아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글룩


그리고 이런 "개혁"을 위한 오페라를 작곡했는데 그 오페라가 바로 1792년 10월 5일 무대에 올려진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였습니다. 글룩은 가수의 기교에 의존하지 않고 좀 더 무대의 노래와 음악 춤등에 집중할수 있는 단순함을 오페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 오페라는 이후 개혁오페라의 시작으로 알려지게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글룩이 이런 새로운 시도를 위한 주인공으로 오르페우스를 선택한 것 역시 앞선 초기 오페라 작곡가들처펌 자신의 노래가 오르페우스의 노래처펌 사람에게 공감을 얻길 원해서였을 듯합니다.


https://youtu.be/Z8dIevs0VlU?si=kUNeA1xSMo_YwCL7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중 제일 유명한 곡 Che faro sensa Euridice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하냐구요...아하하..


올해도 제가 대구 오페라 하우스의 온라인 홍보단인 오페라 팬이 되었습니다. 

대구 오페라 하우스의 시즌 오페라중 첫번째 작품이 바로 음악사에서 유명한 작품으로 남는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오리디체"입니다. 3월셋째주와 넷째주 금요일과 토요일(3.22-23/3.29-30) 이렇게 네번 대구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합니다. 


포스터


특히 글룩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오페라 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 노래들을 오페라에 넣었습니다.그렇기에 이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들은 단순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개혁 오페라같은 복잡한 내용을 모르더라도 오페라 자체로 아름다운 아리아는 물론 극에 맞춘 무용등이 모두가 오페라 내용을 이해할수 있게 해주는 것을 보실수 있습니다.


이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오페라를 3월에 한번 감상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클릭하시면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공연 안내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https://www.daeguoperahouse.org/contents/01_performance/page.html?mid=026027239&mode=view&no=1957



그림출처

위키 미디어 커먼스

대구 오페라 하우스


자료출처

A History of Opera : the Last 400 years (C. Abbate,R.Parker, 2012)

위키 피디어

대구 오페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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