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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Jul 16. 2024

결혼 안 시켜주면 확 죽어버릴래요!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스키키를 들으면 떠오르는 공주님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는 피렌체의 부호가 사망한뒤 그 친척들이 유산을 빼돌리기 위해서 합심해서 사기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주인공인 잔니 스키키는 이 부호와는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딸인 라우레타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피렌체 부호의 친척인 라누치오였습니다. 그리고 딸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서 이 유산을 가로채기 위한 사기극에 아버지가 동참해달라고 강요합니다. 만약 아버지가 동참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수 없고 그럼 확 물에 빠져 죽어버리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내용이 바로 아름다운 선율로 유명한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O mio babaino caro 입니다.


https://youtu.be/5LpiLGqreWs?si=ns8-hfDgPP3BsR_L

소프라노 황수미 


저는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딱 생각나는 공주님 한명이 있습니다. 이 공주님도 사랑하는 사람과 야반도주했고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면 확 죽어버릴것이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그 공주님이 누구냐구요?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외손녀였던 바이에른의 엘리자베트 공주였습니다.

바이에른의 엘리자베트 


바이에른의 엘리자베트 마리 아우구스테는 바이에른의 레오폴트 왕자와 그의 아내인 오스트리아의 기젤라 여대공의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엘리자베트의 할아버지인 루이트폴트는 바이에른의 국왕 루드비히 1세의 아들이자 국왕 막시밀리안 2세의 동생이자 국왕 루드비히 2세와 오토의 숙부이자 둘의 섭정을 지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장남인 루드비히는 사촌인 오토의 뒤를 이어서 바이에른의 국왕 루드비히 3세가 되었습니다. 엘리자베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는 바이에른에서 군인으로 능력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엘리자베트의 할아버지, 루이트폴트 왕자, 그러고보니 루이트폴트 왕자랑 시씨 황후랑 사촌관계같네요. 


하지만 엘리자베트의 가계에서 더 흥미로운 사람들은 바로 외가쪽 사람이었습니다. 바로 엘리자베트의 외조부모가 오스트리아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와 그의 아내로 시씨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바이에른 공작영애 엘리자베트였습니다. 특히 시씨 황후는 미모와 황후로 억압적인 생활을 벗어나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유명했으며, 남편인 황제는 이런 아내를 너무나 사랑해서 아내의 이런 행동을 받아들였던것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시씨황후, 엘리자베트의 외할머니 


엘리자베트의 어머니인 기젤라 여대공은 어머니 시씨황후와 달리 엄격한 바이에른 궁정에 따른 인물이었습니다. 사실 엘리자베트의 부모는 나이차가 많이 났었으며, 결혼할 때 스캔들이 될만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부부는 당대 왕족으로 평온한 삶을 살았었습니다. 



레오폴트와 기젤라 그리고 둘의 아이


외할머니 시씨황후의 이름을 따서 엘리자베트라는 이름을 받은 바이에른의 엘리자베트는 외할머니와 같이 자유로운 삶을 원했고 결국 큰 사고를 치게 됩니다. 엘리자베트는 가족의 허락없이 1893년 피렌체로 가서 한 남자와 결혼해버립니다.  엘리자베트의 결혼 상대는 하겐바흐 남작이었던 오토 루드비히 필리프 폰 지프리트 아우프 부텐하임이었습니다. 엘리자베트의 결혼소식을 들은 엘리자베트의 가족들을 격노했는데 특히 엘리자베트의 할아버지였던 바이에른의 섭정 루이트폴트가 가장 화를 냈으며 엘리자베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 역시 딸을 보려하지 않았습니다. 


엘리자베트가 하겐바흐 남작에게 반해버렸지만, 사실상 그와 결혼을 허락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엘리자베트는 바이에른의 공주였지만, 하겐바흐 남작은 겨우 남작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당대 독일에서는 "동등한 결혼"이라는 조건이 있었는데, 엘리자베트 같은 통치 가문의 여성은 통치가문 출신의 남성과 결혼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아니면 귀천상혼이 되는데 사실 남성위주의 사회였던 당시 유럽에서 귀천상혼은 남성에게 주로 해당했으며 여성은 귀천상혼을 할수 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더 중요한 점은 남작이 개신교도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바이에른 왕가는 전통적으로 가톨릭 가문이었으며 종교의 차이는 사실 신분의 차이보다 더 큰 경우도 많았는데, 이를테면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장손인 웨일스의 앨버트 빅터(에디)는 파리 백작의 딸인 엘렌 도를레앙을 사랑했지만, 결국 종교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혼할수 없었습니다. 


신분과 종교 둘 중 하나만으로도 결혼할 가능성이 없었는데 엘리자베트와 하겐바흐 남작은 둘다 차이가 났고 둘은 다음생을 기약하지 않는한 절대 결혼을 허락받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둘은 다음생을 기약해야할지 아니면 현생에서 행복을 선택해야할지 생각했고 결국 야반도주하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둘은 결혼후 부모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들은 야반도주와 죽음 둘중에 하나밖에 선택할수 없었기에 야반도주했다고 이야기했다고도 합니다. 


둘의 결혼에 대해서 모든 가족들이 다 불만을 가졌고 특히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절대 이들을 용서하지 않으려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엘리자베트는 결국 가족이었고 엘리자베트의 편이 되어준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머니인 기젤라 여대공과 외할아버지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였습니다. 기젤라 여대공은 어머니로 딸이 잘 지내길 원했으며 어쩌면 행복을 위해서 도망간 딸을 이해하려했을 것입니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외손녀가 너무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다른 가족들을 위해 그랬던 것처럼 용서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사위와 사돈에게 엘리자베트와 화해하라고 지속적으로 설득했을뿐만 아니라 외손녀를 위해서 하겐바흐 남작에게 군대 지위를 줬으며 그에게 백작 지위를 줬었습니다.



외손녀 엘리자베트 부부와 둘의 자녀들을 만나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


이렇게 부모와 가족들의 속을 썩이며 결혼한 엘리자베트는 행복한 결혼생활로 이를 보답했다고 합니다.




왜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또 하냐구요?

대구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2024년 7월 19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이 잔니 스키키가 포함된 푸치니의 단편 오페라 모음 "일 트리티코"를 오페라 콘체르탄테로 무대에 올립니다. 

아름다운 선율로 아버지에게 자신이 결혼하는데 필요한 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확 죽어버리겠다는 불효녀의 아리아를 이때 한번 들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공연 상세 페이지 

https://www.daeguoperahouse.org/contents/01_performance/page.html?mid=026027239&mode=view&no=1981


그림출처

대구 오페라 하우스

위키 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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