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소개팅부터 결혼까지
내가 생각한 결혼의 모습은
1. 프로포즈를 받고
2. 상견례 날짜를 잡은 뒤
3. 상견례 자리에서 어르신들이 결혼 날짜를 상의해서 정하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실상은
1. 결혼식장을 예약할 수 있는 날짜가 결혼 날짜가 되고
2. 그렇게 결혼 날짜를 잡으면 서둘러 상견례를 하고
3. 상견례가 무사히 끝나고 진짜 결혼이 확정되면, 프로포즈를 하는...
정 반대의 순서로 흘러갈 듯 하였다.
어쨋뜬 약현성당에서 결혼을 하기로 하고 결혼날짜까지 정했는데 아직 서로의 부모님을 한 번도 뵙지 않았기에 각자 부모님께 인사드리기로 했다.
집 근처 룸으로 분리된 한정식집을 미리 예약했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로는 와인을 준비했다.
선물 후보군에는 과일, 고기, 와인, 케이크 등이 있었다. 그런데 과일은 이미 추석 때 직접 뵙지는 않았지만 선물로 양쪽에 보내드린터였고, 고기는 그 다음 명절인 설에 찾아뵈면서 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패스했다. 그렇게 무난하게 와인으로 고른 것이었다.
그리고 카카오 모임통장을 개설했다. 매달 월급의 일정금액(약 50~100만원)을 동일하게 모임통장에 넣어 결혼에 드는 비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야지 목돈을 깨지 않고, 또 매번 돈 계산으로 서운한 마음들지 않으면서 결혼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살 때도, 음식값을 계산할 때도 이 카드로 계산했다.
우선 우리 부모님, 즉 여자쪽 부모님을 먼저 뵈었다. 남자친구의 나이, 사는 곳, 직장, 가족관계 등에 대해서 미리 부모님께 말해놓은터라 예상치 못 한 질문은 없었다.
다만, 우리 부모님께서 생각보다 강력하게 얘기한 질문이 있었으니 혹시 천주교 세례를 받을 생각이 있냐는 것이었다. 내가 성당에 다니는데 같이 다니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그래도 세례를 받으면 내가 성당다니거나 종교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신 말씀이었다. 남자친구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했다.
그외에도 우리 딸이 체력이 안 좋고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한 편이었는데 체력은 좋은지, 무슨 운동을 좋아하는지,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취미는 뭔지 등등을 물어봤다. 다 나를 위한 질문뿐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나오는데 뭉클했다.
우리 부모님을 뵙고 나서 1~2주 뒤 신랑의 부모님을 뵈러 갔다. 역시나 룸으로 분리된 한정식집에서 만났다. 나는 와인에 더해 꽃도 한다발 사갔다. 남자친구가 나에게 늘 꽃선물을 많이 해줬기 때문에 어머님께 꽃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하는 일, 직장 위치, 가족관계 등 일반적인 질문을 물어보셨다. 어려운 질문은 없었고, 오히려 나를 배려해주고, 당신의 아들을 낮춰 나를 띄워주시는 질문을 농담삼아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웃으면서 식사할 수 있었다.
나는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뵙고 다시 한 번 결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보다 좋은 시댁을 만날 수는 없으리라!
결혼 준비를 하다보면 아무 일도 없는데도 이 결혼이 맞는 걸까 싶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걸로 다투면서 분명 결혼의 확신이 들었던 사람인데도 다시 한 번 고민하고 걱정하게 될 때가 있다. 난 그때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보다 좋은 시부모님을 만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