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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결혼한다면 어느 성당에서 결혼할까?
사실 마음 속으로 그려둔 곳이 있었다. 바로 약현성당!
대학생 때 우연히 한 블로그에서 약현성당 결혼식 사진을 봤는데 너무 이뻤다. 외국 영화를 보면 예쁜 성당에서 결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냥 어렸을 때 잠깐 보고 넘어간 생각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결혼 준비를 시작하다 보니 다시 그곳이 떠올랐다.
게다가 그곳은 우리 부모님이 결혼한 곳이기도 했다. 나도 이곳에서 결혼하면 나중에 자녀에게 엄마가 결혼한 곳이라고 소개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약현성당 결혼을 알아 보니 바로 다음달에 2023년 약현성당 혼배미사(결혼) 일정 추첨이 있었다.
추첨날 당일, 떨리는 마음으로 성당에 갔다.
성당은 예비 부부들로 북적였다. 성당 사무실에서 가서 접수를 하고 번호표를 받았다. 이 번호표는 이따가 추첨을 할 순번이기 때문에 앞번호를 받든, 뒷번호를 받든 크게 상관없다. 따라서 일찍 갈 필요없이 시간에 맞게 가기만 하면 된다.
번호표를 받고 성당을 둘러봤다. 실제 결혼식날과 비슷하게 신부대기실, 식당, 축의금 받는 곳 등을 꾸며놨다.
1층 식당은 괜찮았다. 그러나 사실 신부대기실과 지하 식당을 보고는 마음이 살짝 식었다……
성당은 결혼을 목적으로 설계된 곳이 아니다 보니 일반 결혼식장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신부대기실이 너무 좁은데다가 조명도 아쉽고 생화장식을 못해 조화로 꾸며져 있었다.
식당도 좁아서 1층과 지하로 나눠져 있는데 지하에 앉는 사람은 1층에서 음식을 가져다 먹어야 했다. 음식을 뜨기 위해서 계단을 왔다갔다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심지어 지하는 1층과 다르게 조명도 테이블도 칙칙했다.
ㅜㅜ…
일단 추첨이나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성당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드디어 날짜 추첨이 시작됐다.
그러나 망했다. 우리가 무려 78번을 뽑은 것이다.
1년은 52주인데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이 있는 주를 뺀다. 토요일 혼배미사는 11시, 1시반, 4시까지 총 3타임으로 나뉘기에 약130개의 날짜가 있다.
약현성당은 신랑과 부모님께서 손님을 성당 마당에서 맞이하기에 날씨가 중요했다. 따라서 덥고 비가 많이 내리는 한여름이나 추운 겨울을 피해 봄, 가을로 사람들이 몰릴 것이 뻔했다. 우리가 원하는 봄 예식은 선택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게 웬일…?
사람들이 가을을 선호했다. 9월, 10월이 가장 빠르게 일정이 찼다. 그 다음 11월, 12월, 5월이 일정이 차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년 4월은 당장 몇개월 뒤라 결혼 준비가 촉박하기 때문에 선택을 잘 안하는 것 같았다.
우리 순번이 다다랐을 때 4월 말 토요일 날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와우~
날짜를 정하고 예약금을 내는데 예약금을 받는 어르신이 78번인데 이 날짜를 선택할 수 있었냐면서 운이 좋았다고 칭찬해주셨다. 그러니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말길..!!
각자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결혼 날짜를 정했다고 알렸다. 요즘은 예비 부부와 부모님이 결혼 날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식장에서 결혼 날짜를 정해준다.
예약금까지 입금하고 나니 이젠 정말 결혼 준비를 시작해야겠구나 하면서도 내가 정말 결혼을 한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이 안났다.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