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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래블 Aug 15. 2023

단양 1박2일 여행코스

제비봉, 단양강잔도, 만천하스카이워크

2023년 광복절이 화요일이다.

월요일은 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데이다. 원래는 월요일에 연차를 쓸 생각이 없었다. 이런 날 출근하는게 꿀이기 때문이다. 출근길 지하철에 사람도 없고, 사무실에 전화도 적게 오고. 그런데 갑자기 대표님께서 직원들 모두 연차를 쓰라고 하셨다. 연차 대체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명합의를 받아야 하지만... 울고 싶은데 뺨 맞았다고 해야할까 막상 연차 쓰라고 하자마자 놀러갈 곳부터 찾아봤다.


제주, 강릉, 여수, 경주 등. 유명한 국내여행지는 최근에 다 가봤을 뿐만 아니라 성수기라 숙소값이 워낙 비쌀 것 같아서 패쓰했다. 많이 가보지 않은 경상도로 여행지를 정하고 싶었으나 1박 2일로 다녀오기엔 빡셀 것 같아서 패쓰했다.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는 친구들에게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단양과 고성을 추천받았다. 여름이라 더 시원할 것 같은 고성호텔부터 검색했다. 선택지가 많았는데 광복절 연휴라 호텔 가격이 다른 날에 비해 2~3배는 높아서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그 다음으로 단양호텔을 검색했다. 소노문호텔과 단양관광호텔. 딱 2곳이 나왔다. 선택지가 별로 없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단양관광호텔이 성수기임에도 가격이 많이 높지 않았다. 시설이 낡아 보이긴 했지만 어차피 밖에 많이 돌아다닐 예정이기에 별로 상관없었다. 이렇게 출발 이틀 전 여행지와 숙소를 잡게 되었다.  


오전 6:30 기상했다. 평소 출근할 때와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떠날 준비를 했다. 7시 조금 넘어서 출발했다. 일찍 나온 덕분인지, 샌드위치 데이라서 그런건지 월요일인데도 차가 많이 막히지 않았다. 휴게소에 들려서 아침도 든든히 먹었다. 그리고 단양에 도착하자마자 제비봉으로 향했다.



1. 제비봉


남편은 제비봉 등반을 매우매우 꺼려했다. 워낙 열도 많고 땀도 많은 체질이라 이 더운 날 등반이라니 기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끝까지 등반하지 않아도 된다', '30분만 올라가도 멋진 풍경이 나온다더라', '단양에서 제일 가고 싶은 곳이다' 등등 설득 하여 가장 먼저 제비봉부터 등반 하기로 했다.


충주호 유람선 선착장에 차를 세우고 그곳에서 물 한병을 사서 등반을 시작했다. 주차장의 열기는 너무나도 뜨거워 나도 속으로 내가 괜히 여기에 오자고 한건가 살짝 불안했다. 그러나 제비봉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무 그늘이 매우 시원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등산로 초반부터 계단과 함께 가파른 경사가 이어졌다. 철 계단과 돌 계단이 잘 갖춰져 있긴 했으나 경사가 워낙 가파라서 올라가기 쉬운 코스는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 8월 중순으로 그늘은 시원했으나 그늘을 살짝 벗어나 태양 아래서 등반을 할 때면 정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뜨거웠다. 더위도 별로 안타고 땀도 별로 안 나는 내 이마에서도 땀방울이 뚝 흘렀다. 내 이마에서 땀방울이 흐르는건 정말 처음 느껴봤을 정도로 뜨거웠다. 남편에게 자주 쉬었다가 가자고 했다. 등산길에 사람도 별로 없었기에 그냥 계단에 앉아서 싸가지고 온 방울 토마토를 먹으며 몇분씩 쉬었다가 올라갔다. 다행히 블로그에서 봤던 대로 10~20분만 올라가도 굽이굽이 흐르는 소백산 자락의 봉우리들과 그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이 보였다.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갈수록 인스타에서 보던 화려한 제비봉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남은 가파른 철제계단... 남편이 어차피 계단 끝까지 올라가도 똑같은 풍경을 보는 거라고 해서 계단 중간까지만 올라가고 내려왔다. 아쉬웠지만 여기까지 같이 와준 남편에게 고마웠다. 다행히 남편도 내려가는 길엔 제비봉 아주 멋있었다며 만족해했다.



2. 옥순봉 출렁다리


제비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옥순봉 출렁다리가 있어서 그곳까지 들렀다가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열심히 달려갔으나 월요일 휴무 ㅠㅠ 우리처럼 쉬는 날인지 모르고 온 차들이 옥순봉 출렁다리 입구에 서있었다. 우리도 차를 세우고 혹시 출렁다리 모습이라도 볼 수 있으려나 싶어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너무 뜨거워서 그냥 점심 먹으러 가자고 차를 돌렸다.



3. 마늘석갈비막국수


점심으로는 단양맛집으로 유명한 마늘석갈비막국수집에 가기로 했다. 유명 맛집을 찾아 온 것이 맞았는지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넓은 주차장에 차가 가득했다. 우리 앞에 대기팀은 무려 21팀. 등산에, 뜨거운 날씨에 지쳐버렸기에 대기팀이 많아도 다른 식당을 알아볼 힘은 없었다. 대형 선풍기 앞에서 앉아 우리 순번을 기다리기로 했다. 식당이 워낙 넓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타이밍에 와서 그런건지 생각보다 빠르게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밖에서 대기한 시간만큼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 나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우리는 할 것도 없고 이상한 넌센스 퀴즈를 풀면서 놀았다.



석갈비보다 비빔막국수가 먼저 나왔다. 석갈비와 막국수를 같이 먹고 싶었으나 너무 배가 고파서 석갈비가 나오기 전에 비빔막국수를 흡입했다. 생각보다 짜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막국수를 다 먹자마자 석갈비가 나왔다. 비빔막국수를 다 먹은 시점이라 석갈비 2인분이 우리에게 많지 않을까 싶었는데 순식간에 석갈비도 흡입했다. 둘다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서 2인분에 사이드메뉴까지 시키면 늘 많았는데 여기서는 싹싹 다 남김없이 먹었다. 막국수에 비해 석갈비는 아주 단짠단짠하니 자극적인 맛이었다. 남편은 차만 아니면 맥주 한 잔 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점심 먹은 후엔 카페다우리에 가고 싶었으나 단양까지 운전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 등산한 남편이 호텔에서 잠깐 쉬고 싶다고 하여 체크인하고 1시간만 쉬었다 나오기로 했다.



4. 단양관광호텔 에델바이스


두근두근! 단양관광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로비는 매우 깨끗하고 체크인해주시는 직원부터 매우 친절했다.

우리는 맨꼭데기 8층 방을 배정받았다. 블로그 후기를 통해 시설이 낡았다는 것을 예상하고 왔지만, 그래도 다들 만족해하길래 나름 기대를 하고 왔었나 보다. 생각보다 가구나 인테리어 등에서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졌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화장실은 리모델링을 싹 한 것인지 아주 깨끗하고 시설도 좋고 수압도 좋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에어컨도 시원하고. 무엇보다 남한강이 창밖으로 보이고, 단양 대부분의 관광지와 가까운 입지까지 지낼수록 괜찮은 숙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낡은 가구와 조명만 감내한다면 괜찮은 숙소임이 확실했다. 개인적으로는 천장 조명만 교체해도 훨씬 분위기가 살지 않을까 싶었다.



5. 단양강 잔도


호텔 방에서 단양강 잔도와 만천하스카이워크가 보였다. 그래서 한숨 잔 다음 다음 코스로는 남편에게 호텔 바로 앞인 단양강 잔도를 따라 걷다가 만천하스카이워크에 가자고 했다. 남편도 동의했다. 그런데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뜨거운 태양이 작렬했다. 강 쪽으로 건너가려고 신호등을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도 견디기가 힘들었다. 횡단보도를 겨우 건너 잔도 쪽을 향해 걷는데 남편이 너무 뜨거워서 잔도를 못 걸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잔도까지만 가면 지붕이 달려있어서 괜찮을 거라고 달래가며 잔도로 남편을 끌고 갔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 잔도 시작부터는 시원해서 걷기 괜찮았다.



단양관광호텔 입구에서 한 5분만 걸어가면 단양강잔도가 시작된다. 그 입구에는 강을 건너는 철교가 있는데 얼마전 남편과 함께 넷플릭스로 본 박하사탕이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그래서 '나 어떡해~ 나를 두고 떠나가면' 노래를 부르면서 걸었다.



단양강 잔도는 절벽을 따라 길을 만든 것으로 평화로운 강과 절벽의 풍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고, 또 절벽 가운데를 걷다 보니 보기보다 아찔하기도 했다. 수려한 풍경에 사진으로 본 중국의 유명 관광지 같기도 했고, 한편으로 산과 강을 편안히 즐길 수 있어 단양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1.1km의 길은 20분 정도면 걸을 수 있어서 어렵지 않고, 길 끝에는 만천하스카이워크 매표소가 있어서 바로 표를 사서 올라갈 수도 있었다.


6. 만천하스카이워크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산 꼭대기에 지어진 스카이워크다. 이곳에서는 단양시내와 남한강, 소백산 자락이 한 눈에 보인다. 개인차량은 아래 주차장에 세워두고 셔틀버스를 타고서만 올라갈 수 있다.


산 아래 주차장을 만들고 셔틀버스로만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게 한 것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만약 개인차량으로 높은 곳에 올라가려고 했다면 그 위에 주차장을 만드는 것도 힘들고 차도 밀리고 만천하 스카이워크에 도착하기 전에 진이 다 빠졌을 것 같기 때문이다. 셔틀버스는 생각보다 자주 이동해서 불편함이 없었다.



버스에 내려 꼬불꼬불 스카이워크를 걸어올라갔다. 오르기 전에는 왜 굳이 둥근 나선형의 스카이워크를 만들었을까 싶었다. 그런데 나선형 스카이워크를 천천히 걸어오르다보니 단양의 풍경을 360도로 오랜시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랜시간을 달려 고대하던 여행지에 갔는데 제대로 눈에 담지도 않은 채 사진 한장 달랑 찍고 다시 돌아올 때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나선형 길을 반복해서 올라가다보니 담양의 풍경을 다시 한번 눈에 담고 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맨 꼭데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아찔했다. 십자 모양으로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거나 유리바닥으로 투명하여 바닥을 보면 절로 무릎이 굽혀져 걸음걸이가 엉거주춤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그 위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다니며 다함께 단체 사진도 찍고,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했다. 그러나 나와 남편은 무서워서 얼른 다시 나무 데크로 돌아왔고, 한칸 아래쪽에서 안전하게?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7. 카페인단양


만천하스카이워크에서 내려와 택시를 타고 단양시외버스터미널 쪽으로 왔다. 바로 저녁을 먹기엔 조금 이르지 않나 싶어서 카페에 들리기로 했다. 단양 시내엔 딱 마음에 드는 카페가 없었다. 겨우 고르고 골라 단양 특산물인 마늘 모양의 커피를 파는 카페인단양으로 갔다. 카페 외관은 깔끔하여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듯한 아포카토와 라떼를 시켰다. 라떼는 아이스로 달라고 하니 아포카토도 아이스라고 점원이 말해주었다. 아포카토가 아이스라는 말에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 나오는것 아니냐고 혹시 에스프레소에 얼음도 나오는 것이냐고 물어봤는데 제대로 설명을 안해주시고 그냥 아이스라고만 했다. 뭐지 싶었다.

그런데 음료가 나오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해결됐는데 커피잔 바닥에 아이스크림이 깔리고 마늘모양으로 얼린 커피가 그 위에 올려져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뿌리는 것이었다. 라떼도 마찬가지로 마늘 모양으로 얼린 커피 위에다가 우유를 타마시게 나온다.


개인적으로 얼린커피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아이스카페라떼를 먹기 위해서는 마늘모양의 커피가 녹길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얼린 커피가 녹기 전까지는 그냥 우유 그자체이기 때문. 그리고 아포카토도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의 달콤한 조합보다는 가운데 너무 큰 커피 얼음이 메인이 되어버려 커피빙수느낌이었다. 그래도 비주얼적으로는 마음에 들어서 단양에 온 여행객이라면 한번쯤 먹어볼만 하다.


8. 대교식당


아까 단양 시내로 나오면서 택시를 탔다. 그때 기사 아저씨께 단양에 오면 뭘 많이 먹는지 물어보니 쏘가리매운탕을 많이 먹는다고 알려주셨다. 다만, 쏘가리가 양식이 안되기 때문에 비싸다고 알려주셨다. 남편과 나랑 둘다 매운탕을 많이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굳이 비싸게 먹을 필요가 있나 싶어서 올갱이가 들어간 해장국과 순두부찌개를 먹기로 했다. 충청도에서는 다슬기를 올갱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남편은 올갱이 해장국, 나는 올갱이 순두부찌개를 먹었는데 아주 대만족이었다. 맥주 한병까지 시켜서 술도 한잔하니 기분 업! 오늘 하루가 매우 뜨거웠는지 밖에서는 소나기가 쏟아졌다. 다행히 우리가 다 먹고 나올 때는 소나기도 그치고 낮의 뜨거운 열기도 식어있었다.


9. 남한강 따라 걸어서 숙소로


시원하기도 하고 배도 부르기로 해서 강을 따라 조금 걷기로 했다. 원래는 조금만 걷다가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길이 워낙 잘 되어 있고, 또 강의 풍경도 아름다워 걸어서 숙소까지 가기로 했다. 동네 주민들도 산책하는 길인듯 싶었다.


단양은 강도 산도 모두 초록빛이었다. 점점 시야가 어두워지더니 강을 따라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에는 석양과 함께 우리가 낮에 올라간 만천하 스카이워크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평화로운 풍경이 마음에 들었는지 남편은 딱봐도 이제 막 지은듯한 단양의 브랜드 아파트를 보며 저기에 살고 싶다고 했다. 단양에도 저렇게 화려한 신축아파트가 있다니 신기했다. 남편의 얘기에 사무실에 쌓아놓고 온 일들을 생각하며 단양에서 살면 어떨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단양에 살면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까, 단양에 살면 매일 저녁 이렇게 강을 산책할까 등. 잘 상상이 안 된다.



아쉬운 마음에 호텔로 들어오긴 전 하나로마트에 들려 맥주와 안주거리를 샀다. 그렇게 저녁을 보내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내일도 아니고 내일모레 출근하는데 벌써 마음이 불편했다. 남편에게 내일은 차가 막힐수도 있으니 서둘러 집으로 올라가자고 했다. 남편도 동의했다. 막상 출근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긴 휴일을 마치는 밤이 되면 왜 마음이 이렇게 무거운지 모르겠다. 다들 이렇게 살면서 다시 다음 휴가를 준비하는 걸까?!


강가에 밤 늦게까지 환하게 켜진 조명을 보며 잠이 들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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