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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래블 Sep 10. 2023

서울에서 1시간, 바다 여행 소무의도

다리로 걸어 들어가는 작은 섬




금요일 밤 퇴근하고 다시 카페로 향했다. 11시 카페 문을 닫을 때까지 남아서 잔업을 해야했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누우니 12시. 자기 직전까지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어서 그런가 바로 잠이 안 왔다. 내일은 남편과 같이 소무의도에 가기로 했는데 갈 수 있을까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몹시 힘들었다. 그러나 잠깐 바람이라도 쐬러가지 않으면 하루종일 해야할 업무 생각에 찝찝할 것 같아 나들이를 나서기로 했다. 그래도 일찍 출발하니 서울에서 1시간 내외로 소무의도에 갈 수 있었다.


창밖의 하늘이 높았다. 엊그제만 해도 여름의 한가운데였는데 9월이 되자마자 높아진 하늘이 느껴진다.


소무의도는 생각보다 훨씬 작은 섬이라 무의도에서 아점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목에 있는 해물짬뽕순두부를 먹기로 했다. 짬뽕인데 면 대신에 순두부가 들어가 있고 공기밥을 따로 준다. 면 대신 순두부라니 아침에 먹기 부담스럽지 않고 좋았다.

아점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소무이도는 차가 들어갈 수 없다. 무의도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두 발로 걸어서 소무의도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런데 항 근처의 공영주차장이 이미 만차였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주말에는 일치감치 차 세울 곳이 없어진다는 글을 블로그에서 봤는데 진짜였다. 어쩔 수 없이 주차장에서 나와서 광명항 쪽으로 갔다. 광명항 바다를 따라 차로에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세울 곳 없나 둘러보던 중 마침 길 모퉁이에 차 한 대 정도는 세울만한 곳을 발견해서 주차할 수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그나마 일찍 온 덕분이다.


무의도에서 소무의도로 건너가는 다리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소무의도로 향했다. 인천에서 영종도로, 영종도에서 무의도로, 무의도에서 다시 소무의도로. 벌써 바다를 건너는 다리를 몇 번째 지나쳤다. 그래도 두 다리로 건너는 바다는 특별했다.



섬이 보이고 섬 가장자리를 따라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그러나 태양은 아침부터 너무 뜨거웠다. 특히 다리를 건널 때는 그늘 한점 없는 바다 위를 건너는 것이라 힘들었다. 양산과 선글라스를 챙겨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래도 날이 화창한 만큼 서해가 푸르게 빛났다. 이렇게 푸르고 반짝이는  서해바다를 본 적이 있나 싶었다.



소무의도에 도착하자마자 산으로 오라가는 계단과 마을로 향하는 길이 보였다. 태양이 너무 뜨거웠던 터라 꽤 가팔라 보였지만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택했다.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도 많았다. 만약 바다를 보며 완만한 평지를 걷는 코스를 원했다면 소무의도는 조금 힘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완전 등산코스는 아닌 게 나는 그냥 평소 신고 다니는 운동화에 청 반바지를 입고 갔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초반에 열심히 올라가니 바로 정상이 나타났다. 가까이에 있는 해녀도와 바다에 떠있는 배들, 저 멀리 흐릿한 섬들이 보였다. 바람도 시원하고 좋았다.

잠시 정자에 앉아 쉬었다가 소나무 숲으로 발길을 다시 돌렸다. 정자에서부터는 다시 내려가는 길이다. 조금 가다 보면 넓은 바다가 펼쳐지며 나무 데크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 나타난다. 정상보다 이곳이 사진포인트로는 더 훌륭한 것 같았다.


소나무 숲을 따라 걷다 보니 명사해변이 나온다. 모래사장은 아니지만 뾰족뾰족한 바위들과 어우러진 바다풍경이 장관을 이뤘다.



전 대통령 가족이 휴가차 이곳에 놀러 왔다고도 한다. 대통령 이름은 누구였는지 파여져있었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섬이지만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육지와 연결된 다리도 없고 섬을 몇 번이나 거쳐 들어와야 했으니 아주 한적한 숨겨진 해변이었을 것이다.



다시 숲을 따라 트레킹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바다를 따라 걷기로 했다. 해변에는 몇 없는 나무 그늘 아래에 캠핑의자를 펴놓고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곳이 소무의도 최고의 자리라고 생각했다.



해변이 끝나고 조금 걸어가니 건물들이 나타났다.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한 카페에 들어가 열을 식혔다. 처음 카페에 들어갈 때는 장식이 너무 많아 요란한 느낌이 들었는데 안으로 들어가 차근차근 구경하니 나름 아기자기하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카페에서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면 맥주 한 잔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왔던 길을 돌아가지 않고 마을을 따라 난 길을 통해서 다시 섬 밖으로 향하는 다리로 갔다. 마을을 통해 나오니 정말 이 섬이 작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섬 이쪽 끝에서 반대편까지 한 10분이면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왜 차가 못 들어가는지, 굳이 도로를 만들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1-2시간 만에 소무의도여행을 끝내서 아쉬운 마음에 무의도의 하나개해변도 가볼까 했다. 그러나 하나개해변은 소무의도와는 차원이 다르게 많은 차들로 붐벼 주차장으로 향했다가 그냥 도로 나왔다.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쬐었더니 오는 길에 졸음이 쏟아졌다. 집으로 돌아와 한숨 잤다. 남편은 목욕탕에 간다고 하고 나는 다시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서 밀린 일을 하는데 앞 테이블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 재수를 하면 자신이 굉장히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원하는 게 뭔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고 있다면 굉장히 앞서가고 있다는 말이었다. 어른이 되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나는 지금 앞서가는지 뒤처지는지 생각했다. 달리다가 멈춰서 이게 맞나 뒤를 돌아보고 다시 되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는 중인 것 같다. 그러면서 오늘만 버티자 되뇌며 또 카페 문이 닫힐 때까지 일하다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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