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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윤 Oct 28. 2015

보이지 않는 별들 (1)

보이지 않는 별들 (1)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늘 먼 것처럼 느껴진다.


하루는 그 자체로 독립된 하나의 짧은 인생이다. 새벽해와 함께 태어난 자는,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는 동시에 운명으로 섞여 들어간다. 태양으로부터 온기가 주어지는 동안 내면과 외부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것은 무표정한 냄비 안에 자그맣게 끓고 있는 눈물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다. 기구한 순간들, 이를테면, 초록색에서 회색으로 몸의 방향을 트는 순간, 스스로를 다른 존재에게 제시해야 하는 순간, 언제나 속해있던 배경이 유난히 느려진 것처럼 보이는 순간, 아니면 또다른 사소한 순간들, 햇빛에 떠다니는 먼지가 눈에 띄는 순간, 차의 온기가 몸의 중심으로부터 끝으로 퍼지는 순간, 모든 것을 아주 비워놓고 외로움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순간, 이런 순간들. 시시때때로 변하는 이런 삶의 각도와 거리들이 눈 감을 새도 없이 밀려든다. 하루 동안 예정된 목적과 마음으로 먼 여정을 떠나고 그 안에서 운명의 걸음은 카렌의 구두처럼 자유롭고도 속박된 채 여정을 인도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아닌 것에 가장 성실히 열중하였던 하루의 끝에서 갑자기, 스스로의 수정체에 투과되는 주황색과 분홍색의 석양을 발견하곤 속된 마음에서 좀 유리되어 잠시간의 여념을 가져보는 것이다. 새벽에 겪었던 탄생을 회상하며, 하루 동안 차올라 석양 내부에 깊게 자리하게 된 시간을 관찰한다.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돌아가는 길은 멀다. 그것은 하루를 살아낸 자가 하루 동안 흘러나온 만큼이다. 돌아가는 길은 조용하고 어둡고 편안하다. 그것은 하루를 살아낸 자가 하루 동안 밝게 웃으며 힘들어했던 만큼이다. 되짚는 생은 몇 개의 음률과 장면들만을 남겨둔 채 영혼의 모퉁이를 돌아 사라져간다. 살아가기 위해 버려야 할 마음들이 많았다. 그러나 하루를 회피하지 않고 다 살아낸 자는 버림받은 그 마음들을 돌아가는 길에 다시 찾는다. 그것은 이 삶에 그가 오로지 혼자라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마음들이 바로 그 자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침내 돌아와 불 꺼진 방에 누우면, 방은 그가 방금 지나온 시간처럼 보잘 것 없고 깊다. 하루가 끝났다. 눈을 감으면 꿈을 꾸지 않는 한 내일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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