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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윤 Sep 17. 2015

추모

추모




1985년 8월 22일

김, 태어남과 동시에 죽다

  바다 밑에서 땅 위로

  땅 위에서 하늘 아래로

  하늘 아래에서 이슬 사이로


(묵념)


- 깨진 채 발견된 노트의 한 조각


2015년 8월 22일 김의 일기


언제나 계절의 소품처럼 매달려있던 태양이

유난히 상기된 어느 오후에 김을 마주쳤다

맨처음 잊혀질 시간들로 들끓던 광장

얕은 잠들이 서성이며 백야를 기다리던 계단

암막으로 짠 검소하고 긴 드레스에

온 우주가 깃든 얼굴을 하고

김은 고개를 기울였다

다른 세계를 향해

혹은 세계의 다른 이름을 향해


- 폐허에서 핀 낙엽 한 귀퉁이


2015년 8월 22일 김의 일기


사람들이 각자의 표징을 등지고 전진하는 동안

김은 범람하려는 자신의 마음을 끌어안고 뒤로 걸었다

신기루 속으로 퇴화해가는 김의 순간과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이지러지는 사람들의 영원

그 모든 한 폭의 과거


- 아무 것도 비추지 않는 거울 뒷면


2015년 8월 22일


심연의 차가운 정도

이슬 사이에서 바다 한가운데로


(묵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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