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판화 시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사윤 Oct 13. 2015

고독의 나라

고독의 나라




정확히 왼쪽 반만 보이는 너의 잠든 얼굴을 잊지 못할 거야

나는 너의 오른쪽 귀에 대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나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나라에는 하늘색 포도가 달려있는걸

너는 나의 젖꼭지를 깨물며 말했다

거기가 어디라고, 어느 나라라고

나의 나라, 내 부모의 나라, 너의 나라, 남의 나라

오, 거기는 어느 나라

우리 모두의 나라


가슴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얹고 자는 너는

마녀가 선물한 물레의 바늘 위에서도 아라베스크를 유지한다

너의 발을 타고 흐르는 피에선 덥고 간지러운 햇빛 냄새가 난다

젖은 나의 치맛자락에선 가슴이 저미는 자정 냄새가 난다

눈감은 너의 검지와 중지 사이

쐐기 모양의 검은 계곡이 가리키는 나라

오, 거기는 어느 나라

너의 나라, 네 부모의 나라, 나의 나라, 남의 나라


목매단 겨울에서 추락하는 봄으로

감히 매몰되지 못할 밤낮들이 가시덤불처럼 밀려드는 3월

아주 미학적인 기상을 꿈꾸는

너의 잠든 나체는 정확히는 왼쪽 절반만 보였었다 언제나

입가에도 햇살이 잔뜩 묻어있는 나라에는 엄마의 영근 가슴에서 손가락 빠는 솜사탕 맛이 나

너는 나의 젖꼭지를 내뱉으며 말했다

그래, 포도 무늬 속옷을 입고 너를 거슬러 가야지

적도를 넘는 바람이 다 흩어질 때까지

다 식은 네 오른편 귀두를 긴 손톱 끝으로 매만지며, 문득


(다가오는 빈 햇살)


그의 나라, 우리 나라, 나의 나라, 포도의 나라

눈 먼 나라


매거진의 이전글 유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