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뿌리
날과, 주와, 달과, 년
더 위급한 일생과
덜 중요한 마음
아주 먼 옛날, 가진 것 하나 없는 바다에 어깨를 기댄 여인은 이름이 없었고
여인의 겨드랑이 아래를 부대끼던 못생긴 우울들, 신사들
배를 보이며 유영하던 물고기들, 철학자들
그보다 좀 더 가까운 옛날로는, 소녀들의 뒤통수에 그러모아진 선망의 포니테일들
소매 끝에 수놓아진 눈물의 무늬들
레이스와 리본을 단 숙명들
굽이 높은 힐난들
우아하게 익사한
사랑들, 전설들, 그리고
(이미 지난 오늘)
바야흐로 여인의 하혈에서 들꽃향의 바다가 잉태되려 하였는데
그 젖은 피를 천진하게 거니는
두 다리
백사장에 누우면 쏟아져내릴 것 같던 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