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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윤 Oct 13. 2015

비극의 뿌리

비극의 뿌리




날과, 주와, 달과, 년

더 위급한 일생과

덜 중요한 마음


아주 먼 옛날, 가진 것 하나 없는 바다에 어깨를 기댄 여인은 이름이 없었고

여인의 겨드랑이 아래를 부대끼던 못생긴 우울들, 신사들

배를 보이며 유영하던 물고기들, 철학자들

그보다 좀 더 가까운 옛날로는, 소녀들의 뒤통수에 그러모아진 선망의 포니테일들

소매 끝에 수놓아진 눈물의 무늬들

레이스와 리본을 단 숙명들

굽이 높은 힐난들

우아하게 익사한

사랑들, 전설들, 그리고

(이미 지난 오늘)


바야흐로 여인의 하혈에서 들꽃향의 바다가 잉태되려 하였는데

그 젖은 피를 천진하게 거니는

두 다리

백사장에 누우면 쏟아져내릴 것 같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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