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숫대야 -
욕실 한구석에 버려진 듯 놓여 있지만
당신은 참 속 넓은 군자입니다
못나고 꾀죄죄한 얼굴을 염치없이 묻고
냄새나는 발가락을 허락 없이 담가도
때로는 때 묻은 걸레를 무참히 쑤셔 넣어도
그 넓은 가슴으로 기꺼이 받아들여
한바탕 첨벙대며 놀아주고서
깨끗한 모습으로 되돌려주니 말입니다
그리곤 새까마진 속은 미련 없이 텅 비워내지요
당신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더러움을 맞이하기 위해...
그러니 진열장에 귀한 그릇은 많지만
습기 찬 욕실에 덩그러니 내버려진
당신만 한 큰 그릇은 어디에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