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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서C Sep 27. 2017

시험

당연히 알고 있는, 그러나 여전히 어려운-

1.

학교 현장에서 평가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식입니다. 이 의식이 생략되면 가르치는 것 자체가 안갯속처럼 옅어질 때가 많습니다. 까닭은 이렇습니다. 학생들이 얼마나 교육과정을 이수했는지, 조금 더 전문적으로는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을 달성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평가를 거치면서 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보충 교육이 필요하고, 도달한 학생은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평가의 중요한 임무는 교육과정을 배운 사람이 얼마나 성취했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물론 평가는 이러한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 바로 선발의 기능입니다. 학생이 우리 교육과정을 따라올 수준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평가를 시행하고 그 평가 결과로 학생들은 선발됩니다. 이 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경제학적 측면이 큰데, 파이는 적고 파이를 먹으려는 사람은 많기 때문에 파이를 줄을 세워 앞 순서에 있는 사람대로 나누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선발의 기능은 살아가는데 상당히 편리하고 유용합니다. 우리 인류 전체를 따져볼 때도 당연히 이 기능은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인류사를 따져보아도 시험은 이 선발의 기능 때문에 유지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2.

그렇다면 의문점이 생깁니다. 선발의 기능이 강조되는 시험이 이렇게 중요한데, 그렇다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시험과 시험 내용이 아이들을 정확히 선발할 수 있는 공정성이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생각해보건대, 반은 틀렸고, 반은 맞았습니다. 교육과정을 다루고, 그 속의 지식과 그것을 통한 이해, 적용 과정을 평가하는 거면 공정한 것 같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식을 형성하는 것과 지식을 이해하는 것 역시 얼마나 학습 능력이 있는가, 쉽게 말하면 공부 그릇이 있는가에 관한 것인데, 그런 걸로 보아도 공정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험이 학생의 수준을 정확히 평가하고 있는가를 보면 꼭 그러지만은 않습니다. 즉 단순히 필기시험으로 그 사람의 전인적 요소를 평가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직면하면 그렇습니다. 이 책 <시험>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 중 A+를 받는 학생을 조사해본 결과,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모든 걸 다 받아 적는 필기, 의문 제기형 문제 해결이 아니라 암기를 통한 정해진 정답 적기였습니다. 의문을 가지고 비판적인 사고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죠. 우리 나라 최고 대학을 나온 학생들이 세계와 경쟁할 때 번번이 밀리는 까닭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전에도 썼던 글인데 꽤 화제가 되었던 영상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게 질문 우선권을 주는데, 한국 기자 어느 누구도 질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질문권을 준 오바마 대통령이 '정말 질문 안 해?'라며 당황해합니다. 국제 현안에 관해 질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그것을 포기하고 중국 기자에게 빼앗기기까지 합니다. https://youtu.be/fem5SG5YjaY  비판적인 질문을 하지 못하는 기자들이 우리 교육과 사회의 현주소라면 너무 오버일까요.


<시험> 책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도 나옵니다. 아홉 명의 학생들을 모아서 문제 해결 능력을 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도구 활용능력, 상호작용 능력, 자율적 활동 능력으로 대표되는 핵심 미래 역량을 평가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이 결과는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우수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최종 평가받은 학생은 학교 성적 상위 랭크자가 아니었고, 오히려 학교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많은 부분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인 것입니다. 살아가는데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해결해나가고, 새로운 탐험을 하고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능력은 학교 시험에서는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3.

학교 교육은 당연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 시험 역시 현재의 잘못되었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과감히 개선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는 시험을 위한 시험이 아닌, 공부를 위한 시험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몇 지역에서는 기초교육을 담당하는 초등학교가 요즘 중간, 기말고사 형식의 정형화된 일제식 고사를 폐지하고 수업 자체와 그것을 대처하는 학생 능력을 보는 성장형 기록 형식의 평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이러한 평가를 시행하기에는 제약도 문제도 많긴 하나, 점차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단, 우리가 전제해야 할 것은 바로 기회의 평등입니다. 자칫 수행형 평가가 선행교육을 받았거나, 정보력이 빠른 사람이 그것을 이용해 등급을 더 선점하는 과정을 만들지 않도록 잘 설계되어야 합니다. 학생부 전형이 오히려 정보의 격차를 만들고 사교육을 이용해 평가 시스템을 독점한다는 비판이, 그래서 차라리 일제고사가 낫다는 그들의 주장을 한 켠으로 밀어놓지 않아야 합니다. 검증되고 좋은 평가 방식과 정책은 벌써 개발되어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 방식과 정책을 공감대를 안고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가겠죠. 그래서 정책을 적확하게 계획할 수 있는 입안가가 중요할 것이고, 그것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교육자들의 각성이 무엇보다도 필요할 것입니다.  


[교육] 시험 / EBS제작팀 /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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