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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Mar 14. 2019

20. 한국에서 유니콘이 안 나오는 이유

자금보다 본질적인 원인의 해결이 필요하다.

지난 12일 정부가 야심 차게 발표를 했다. 제2벤처붐을 위해 2022년까지 12조 원의 자금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자금이 도움이 되겠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밑 바진 독에 물을 쏟아붓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자유롭게 연습하고 시합을 할 수 있는 경기장은 없는데 운동복이나 운동기구를 아낌없이 사주겠다는 느낌이다.



" 정부는 제2 벤처붐 확산 전략으로 대형 전용펀드를 조성해 향후 4년간 1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창출해 스케일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20년까지 유니콘 기업을 20개로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정말로 정부에서 발표를 하면 실제로 예산이 쓰인다. 저 돈은 다 어디로 갈까? 해당 자금을 운용하는 VC들은 수혜를 입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업에 종사하는 스타트업에게 얼마나 현실적으로 와 닿을지는 미지수이다.

< 한국 유니콘 수는 6개에 불과하다.>


이 얼마나 현실성 없는 목표인지... 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나온 이야기인지 궁금하다. 그래 그냥 확실하게 목표를 줄여서 현금 1조씩 10개 회사에 투자하면 현금자산이 1조가 넘을 테니 12개 유니콘 기업은 확실히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유니콘이 안 나오는 이유


1. 정부의 규제

왜 수년 많게는 수십 년 전에 상황에 맞게 만들어진 정부의 수많은 규제들이 고쳐지고 있지 않은지, 이유는 알지만 뒤에서 쉬쉬하면서 아무도 속 시원하게 대답해 주지 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규제나 법안의 개선을 제안하고 결정하는 국회의원들은 기존의 표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표를 잃을 만한 모험을 하지 않는다. 이런 본질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현실적인 규제혁신은 있을 수 없다.


2.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ICT 분야에 특히 해외 기업들과 많은 경쟁을 한다. 한국에도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을 필두로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각종 규제나 법안들은 국내업체에는 해당사항이 있다. 예를 들어 위치기반 사업자,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등등 국내 기업에게 해당되는 것들이 해외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거나 실효가 없어 국내 기업들은 해당 규제나 법안들을 맞추기 위해 시장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2000년대 초반 게임 회사들을 규제해서 세계 게임강국으로 가는 길을 막았고, 블록체인 회사들을 막아서 중국에게 주도권을 뺏겼다. 반대로 1990년 말~2000년대 초반까지 제1의 벤처붐이 불었던 시기에 지금보다 유니콘 기업들이 더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정확한 규제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우리 회사 역시 아직도 해마다 국내 기업만 해당되는 규정이나 법들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자금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법인을 싱가포르이나 미국과 같은 해외에 세웠다면? 이런 번거로운 일들을 피해 갈 수 있었을 텐데 생각을 수도 없이 하곤 한다. 왜 그래서 초반에 법인을 해외로 하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피부로 느끼고 있다.

관련된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항상 담당자와 통화할 때마다 물어보곤 한다. 이게 해외업체도 모두 적용되는 법인 가요? 담당자의 대답이 명쾌하게 "그렇습니다."라는 답변을 듣고 싶다.


만약 몇 년 뒤에 현재와 달라지는 것들이 없다면? 그리고 그때 다시 창업을 해야 한다면? 해외에 법인을 세울 것이다.


3. 돈줄을 쥐고 있는 한국 VC

몇 년 사이 몇 개 나오지 않은 유니콘 기업들의 투자사 리스트를 가만히 살펴보자. 한국 VC보다 해외 VC들이 많다.  한국 VC들이 위험한 기업에 배팅을 하지 않아서? 물론 그런 이유도 있지만 정부의 돈이 들어간 VC의 경우 의사결정 구조나 프로세스 관련 규제가 많다. 예를 들어 모태펀드가 출자된 펀드를 운용하는 한국 VC와 해외 VC 간의 경쟁력은 확연히 틀리다.


투자 결정 속도, 투자 결정 프로세스, 투자 계약서의 조건, 투자 이후 보고서나 페이퍼 워크의 분량 등의 차이를 실제로 경험해 봤다.


우리 회사의 경우 초기부터 지금까지 약 10개의 투자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그중 절반이 해외 VC이다. 빠른 의사결정과 자유도 측면에서 월등히 앞서고 자금력 또한 앞선다. 회사 입장에서 한국 VC인지 해외 VC인지 여부는 우선순위가 뒤로 많이 밀린다. 해당 스타트업을 믿고 과감하고 빠르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VC를 최우선으로 선호할뿐.

정부에서 12조? 아니 120조를 한국 VC에게 지원을 한들? 해외 민간 자금의 크기를 따라갈 수 없을뿐더러 빠르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속도를 이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러면 차라리 해외 VC한테 정부자금이 투자하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실력 있는 해외 VC들은 정부 돈 받기를 꺼려한다. 많은 규제가 따르고, 정부 돈 말고도 자체적으로 더 자유로운 민간자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4. 경험 없는 의사결정권자와 자문위원

가끔 정부나 유관부서에서 자문위원이나 심사위원에 대한 요청이 들어와도 거절을 한다. 그럴 깜냥도 안되거나와 그럴 시간도 없고 본업이 더 중요하고 정신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심사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위치에서도 많은 의사결정을 하는 실무 관계자나 정부 담당자 그리고 자문위원을 만나봤는데 실망을 너무나도 많이 했다. 창업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도가 없는 것은 물론이요. 그런 사람들이 정말 많은 돈(세금)을 받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각 단계별로 또는 성장 속도별로 필요한 것들이 너무나도 틀린데 한 가지 기준으로 평가를 하기도 한다. 실무경험이 없는 결정권자에서 나온 정책이나 지원사업이기 때문에 그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고, 몇몇 사업에만 스타트업이 몰리는 이유는 그 반대의 경우이다. 자금만을 지원하고 최대한 자유도를 줄수록 스타트업에게 가장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다.


국회의원들은 마치 본인의 권력을 자랑하듯 기업인들을 불러서 말도 안 되는 수준 낮은 질문을 퍼붓는다. 재벌의 상속으로 쌓은 부가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해 기업을 일구어도 손가락질받으며 여기저기 끌려다시면서 수모를 겪기 때문에 넥스트 유니콘 기업을 위해 경험을 나누어줄 창업가들이 이사회 의장이라는 직함 뒤로 물러나서 경영을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일부 깨어 있는 분들로 인해 많은 법안들이 제안되지만 해당 법안이 제안되고 통과되고 실제로 발의되기까지 시간을 시장에서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아무리 짧아도 1~2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스타트업계에서 1년은 10년과도 같은 시간이다.  


우리랑 유사한 서비스를 했던 앵커라는 미국의 회사는 1년 반 만에 스포티파이에 M&A가 되었고, 우리보다 늦게 시작한 채 3년 남짓밖에 안 된 비고 라이브라는 비디오방송 서비스는 1조 6천억이라는 금액에 M&A가 되는 속도와 광경을 볼 수 있는 것이 이업계의 현실이다.


5. 해외인력 영입

국내 시장 규모의 한계가 있어서 해외진출을 장려한다. 해외의 수많은 유니콘들은 자국뿐만이 아니라 해외로 비즈니스를 확장한 사례들이 더 많다. 외화를 벌어 들일 수 있기 때문이고 기업의 가치 또한 올라가기 때문에 기업들 역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의 경우 A라는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A 국가의 인력이 필요하게 마련인데 해당 인력을 한국으로 데리고 오는 조건이 너무나 까다롭다. 물론 해외에 지사를 내고 사무실을 세우면 되지 않느냐? 반문하지만 비용과 시간 그리고 업무효율의 차이가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제대로 된 타이밍에 해외 인력을 채용할 수 없어서 해당 인재들이 해외에 근무하고 조건을 충족했을 때 모셔오는 방법밖에는 없다. 국내 실업률이 올라가고 국내 취업층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현지인들만 할 수 있는 업무들에 한해서는 적극적으로 해외인력의 영입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수십 명의 해외인력이 영입돼서 내는 매출과 기업의 성과는 그보다 크게 국내로 유입되는 구조를 의사결정권자들이 이해했으면 한다.


6. 세금

이 수많은 난관을 뚫고 기업이 성장을 했다고 치자, 그 뒤에 내는 세금 역시 현실성이 부족하게 책정되어 있다.

대기업의 상속과 증여의 편법 도구로 악용된다는 이유로 책정된 지금의 세법은 스타트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회사가 잘돼서 주식을 매각하거나 M&A가 된다고 가정하면 보통은 비상장 주식이기 때문에 비상장주식회사에 맞는 세금을 내야 한다.


4% 이상의 지분을 가진 초기 창업자의 경우 세금이 26%, 임직원의 경우 12%, 현금화가 되지 않은 스톡옵션을 받을 임직원 역시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을 안 내겠다가 아니다. 해당 세율은 실제 자금을 투입하는 투자사의 지분율 정도로 높게 책정되어 있고 현실성이 부족하며 동기부여를 저하시키는 큰 요인이 된다. 물론 회사가 IPO를 통해 상장을 하면 세율이 내려가지만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들의 경우를 봐도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IPO 대신 비상장회사로 성장을 이어가는 회사들이 대부분이고 해당 세율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많다. 참고로 해당 세율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를 기준으로 회사의 1대 주주 정도가 될 정도로 큰 비중이다.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들은 글로벌로 비교를 해도 정말 경쟁력이 있고 우수한 곳들이 많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꾸역꾸역 버티고 이겨내며 유니콘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기에 해당 기업들을 존경 안 할 수가 없다. 아마 이런 회사들이 중국이나 미국에 있었다면 10조 아니 수십조의 기업가치로 성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중국처럼 자국 스타트업을 보호해달라는 것이 아니고, 미국처럼 스타트업에 최적화된 법률 만들어 달라는 것도 아니다. 돈으로만 절대 유니콘이 나올 수 없다. 평등하게 사업을 하고 현실성 있는 법안과 규제의 개혁 그리고 실력 있고 경험 있는 결정권자들이 늘어나야만 글로벌로 경쟁력 있는 유니콘 기업들을 한국에서 더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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