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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처입은치유자 Oct 28. 2017

꽃말 : 신뢰의 포도

꽃말로 풀어보는 이런 저런 이야기

송이송이 알알이 영근 포도는

'신뢰'라는 제법 멋진 꽃말을 가지고 있다


자라면서 배울 때는

신뢰, 믿음, 의리에 대한 좋은 말만 듣고 배웠다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마라고 배웠다

어려운 말로

의인물용疑人勿用 용인물의用人勿疑




하지만 아는 것과 실천은 전혀 다른 것이었고


'오빠 믿지'라며 뻐꾸기 날리는 선수들과

형동생하는 술자리 접대멘트에는

대부분 수작이나 야료가 있었다


사람은 환경이 변하면 따라서 변심變心할 뿐

엄밀히 말해 배신背信이나 배반排反은 아니다

배신, 배반은 원래 신뢰 없었음을 확인하는 절차


깜냥이 안되면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고

애초 믿을만한 사람을 골라 믿으면 되지만


남을 믿는 이는 스스로 먼저 믿기 때문이며

남을 못 믿는 것은 스스로 먼저 의심해서다




스스로를 믿는 게 자신감!

스스로를 믿는 만큼 남을 믿고 싶다

아니, 이미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하고 있다

스스로를 믿는 만큼만 남을 믿고 있으며

남을 의심하는 그만큼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다


안경을 끼고 보면 하나의 잣대로만 보이고

안경을 벗고 보면 흐릿해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우린 아직 눈을 감고 있다

눈을, 마음의 눈을 뜨면 간단하지만

심봉사 눈 뜨는 것이 어디 쉽게 되겠는가


뜨거운 한 여름을 견디며

한 알 한 알 그렇게 조금씩 익어 온 포도는

그래서 '신뢰'라는 이름을 얻었을 지도…


-상처입은치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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