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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전화벨, 그리고 침입자.

두 개의 시선

by 코칭공학자 이한주

지방 출장으로 호텔에 묵었다.

저녁을 먹고, 끈을 이용한 근력 운동을 가볍게 한 후 자려고 누웠다.

밖에서 잘 때 가장 불편한 것이 베개다. 목에 맞지 않은 솜 베개를 베고 자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렇게 뒤척이다 설핏 잠이 들었다.


갑자기 룸 내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깜짝 놀라 깼다. 밤 12시 반이었다.

뭐지? 전화 올 일이 없는데...

무시하고 누웠다. 다시 잠을 청하는데 쾅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삑 카드 키 여는 소리와 함께 웬 남자가 들어오며 외쳤다.

"계세요?"


너무 놀라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소리를 질렀다.

"누구요?"


남자가 나가며 말했다.

"전화 안 받으셔서 확인했습니다."


헉,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난 걸까?

뛰는 가슴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오늘은 밤 근무다. 한 숙박객이 자기 앞 방 829호 문에 끈이 걸려 나와 있다고 신고했다.

아, 뭐지? 갑자기 안 좋은 그림이 그려졌다. 왜 내 당직 날에 이런 일이...

객실로 전화를 넣었다. 한참 신호음이 가도록 받지 않았다. 점점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 키를 들고 객실로 뛰어 올라갔다. 노크를 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 어떡해. 설마...


곧 마주칠지도 모르는 끔찍한 모습이 떠올랐다. 카드 키를 든 손이 덜덜 떨렸다.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객실 안의 손님이 큰 소리로 누구냐고 소리를 질렀다.


휴우, 천만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프런트로 내려갔다.

뛰는 가슴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호텔리어님,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829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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