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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군 Jun 22. 2018

꼴보기 싫으면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문화

노키즈존에 대한 분노

아이는 들어올 수 없다니, '유태인과 개는 출입 금지'라는 팻말과 뭐가 다른가?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지저분하다고? 아니, 세상 떠나가라 큰 소리로 얘기하는 매너 없는 중년들은 어떻고? 예의 없는 부모들의 숫자가 예의 없는 '다른 어떤 부류'의 숫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고 장담할 수 있나? 〈ㅇㅇㅇ 출입 금지〉라는 말에 장애인, 흑인, 여성, 이런 단어를 넣는다고 생각해 보자. 말도 안 되지 않나? 그런데 왜 '아이'라는 말을 넣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소위 “손님은 왕이다”라는 한국의 갑질 문화에서 자영업자들이 겪는 피해나 어려움을 무시해야 한다거나 무조건적으로 그들을 비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두가지인데 먼저 지금까지 수많은 진상들에 대해선 노키즈존과 같은 움직임이 없다가 아동에 대해선 사회적으로 이런 지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결국 같은 논리로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점차 확대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사업장에서 소위 '깽판'치는 성인을 항상 맞닥뜨리지만 그들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노키즈존처럼 사회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아동 집단이 만만해서라는 것 말고는 답이 나오질 않는다. 이것은 소위 '맘충' 현상과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당연히 업주에 대한 보상이나 보호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해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가자는 것이 아니라 결국 배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100번 양보해서 "아이가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줄 시 퇴거조치 가능합니다" 라는 문구라면 이런 식의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텐데 이건 애초에 가능성을 근거로 그 집단 전체를 배제하는 것이다. 만약에 여성직원에게 성희롱이나 추행 등 범죄를 저지른다는 이유로 해당 가해자 비율이 제일 높은 남성집단을 입장거부 시키면서 노맨스존이라는게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왜 노'키즈'존만 가능한지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보면 "무개념부모"를 호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아이로 인해 자영업자의 권리와 다른 손님들에게 폐를 끼치는걸 생각한다면 훨씬 더 자주 접하는 술집이나 식당에서 민폐끼치는 다른 성인들에 대해선 왜 아무런 비판이 없었을까. 업주와 손님사이의 갑을관계가 아이를 제대로 케어하지 않는 보호자에게만 일어나는걸까? 노키즈존이 아동을 배제하는 것 말고 자영업자의 권리를 증진시키는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묻고 싶다.

 

덧 하나.

언젠가 이 주제로 논쟁을 할 때 “취객금지”를 예시로 들며 이미 남성집단에 대한 거부가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노키즈존은 성인 중 취객이라는 특정인을 금지하는 것과는 달리 위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이유로 아동이라는 집단 전체를 베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다르다.


덧 둘.

전시의 특성을 들며 노키즈존이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을 봤는데 일본에서 류이치 사카모토의 전시가 진행됐을 때의 공지를 확인해봤을 때는 노키즈존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나는 아직 사카모토의 의도가 노키즈존이었다는 정보를 찾지 못했는데 혹시 그런 내용이 있다면 꼭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의 경우에는 전시장 내부 뿐이 아니라 카페까지 전부 노키즈존이었다. 애초에 공간의 목적 자체가 노키즈존이었다는 점이다.


+++++++++ (2018.06.23 내용 추가)

제목만 보고 댓글을 달거나 글안에 담긴 문제제기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사람들이 많아 내용을 추가합니다.

1. 작년에 일본에서 진행된 류이치 사카모토의 전시 정보를 찾아보니 그곳은 노키즈존이 아니었습니다. 25세 이하의 학생 가격이 따로 책정되어 있긴 하지만 미취학 아동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었는데  (http://www.watarium.co.jp/exhibition/1704sakamoto/index.html) 혹시 제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2. 1번을 참고한다면  전시의 내용 때문에 노키즈존으로 했다는 것은 카페를 포함한 공간 전체가 미취학아동 출입금지인 피크닉에는 해당되지 않는 반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알 수 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핏차퐁 위세라타쿤 감독을 포함한 수많은 예술가들과 콜라보작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3.애초에 이 글은 사카모토의 전시가 아동입장금지라서가 아니라 그 공간 전체가 노키즈존인 것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것인데 사카모토의 전시가 아동에게 적합한지에 대해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정정합니다. 만약에  사카모토의 전시 자체 등급이 7세 이상 입장이라면 어떤 문화컨텐츠든 나이에 적절한 등급이라는 것이 있기에 노키즈존에 대한 문제제기와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4. 많은 사람들이 아동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성인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사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나오는 "맘충"들을 말하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 아동을 적절하게 돌보지 않는 부모로 인해 겪은 피해와 성인이 주는 피해 중 무엇이 더 많은지 묻고 싶네요. 얼마전 일리야 레핀의 작품이 술을 마신 성인 남성에 의해 훼손되었습니다. 기사 몇개만 검색해도 어떤 층이 더 민폐인지 알 수 있는데 왜 노키즈존만 가능한지에 대한 반박을 듣고 싶습니다. 혹시나해서 한번 더 덧붙이자면 어째서 '아동을 동반한 성인'만을 배제하는 문화가 생기게 된 것인지를 묻고 싶은 것입니다.

5. 자유경제사회에서 특정집단을 거부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지적을 봤습니다. 몇년전 본인들의 식당은 장애인을 적절하게 서빙할 수 없단 이유로 장애인의 예약을 거절한 곳이 있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그 거절의 대상이 사회적 약자일 때에 대한 것입니다. 한국처럼 장애인이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았고 관람할 수 있는 극장이 없으며 경사로조차 없는 건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아동도 마찬가지 입니다. 현재처럼 노키즈존이 점차 확대된다면 아이들과 양육자들은 한동안 갈 수 있는 곳이 적어지겠죠. 현재 한국의 인프라를 생각했을 때 사회적 약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배제가 아닌 함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야한다는 것입니다. 아동을 거치지 않고 성인이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공공예절, 식사주문,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방법까지 아동들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합니다. 각종 식당에서 행패를 부리는 수많은 성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부족함만을 참지 못하고 노키즈존이 생기게 된 이유는 아동을 사회의 일원을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6. 저는 개인적으로 노키즈존을 보이콧하고 있습니다. 첫문단만 읽어도 검색을 통해 그 공간이 노키즈존이라고 알게 되어서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제가 아동을 동반했다가 거부당해서 화났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셨는지 너무 궁금하네요.

7. 관련 기사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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