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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군 Oct 22. 2016

"메갈이나 일베나"

"메갈" 이라는 만능 열쇠에 대해


“메갈”은 무엇을 지칭하는 단어인가. 메갈리아 사이트를 말하는건가? “메갈을 한다”는 것은 메갈리아 사이트에 글을 남기는 행위를 말하는 건가? 들어가서 눈팅만 해도 “메갈”을 하는 건가? 저들이 “메갈워마드”에 대해 저 정도의 증오를 가지게 된 근거는 무엇인가. 인터넷에 올라온 캡쳐본? 나무위키?


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나 메갈=일베 혹은 워마드=일베 논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저 사이트에 들어가본 사람이 몇명이나 되는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실제로 워마드는 여성이 아니면 가입 자체가 어렵고(물론 편법은 있겠지만) 메갈리아는 사실상 죽은 사이트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저들은 몰카 방지 노력, 소라넷 폐쇄, 인터넷에 존재하지 않았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모아진 커뮤니티라는 점과 같은 순기능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 아니 관심도 없겠지.


저들이 말하는 '혐오사이트'의 근거는 누군가가 퍼온 자료에서 기인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일부' 게시글로 그 커뮤니티 전체의 성격을 규정해버린다. (아니 '일부'를 가지고 성급한 일반화 하지 말라며....) 비판할건 당연히 비판해야 하지만, 어느 순간 "메갈"이라는 단어는 "빨갱이"나 "종북"이라는 단어처럼 만능열쇠가 되었다.  


“남성들은 관찰자, 보호자의 입장에서 페미니즘을 평가하고 정의 내린다”는 김홍미리 선생님의 말에 완벽히 동의한다. 저들이 말하는 ‘진짜 페미니즘’, ‘과격하지 않은 페미니즘’은 이완용이 썼던 3.1운동 경고문이나 정부가 시위/집회 참가자에 대해 말하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삼일한”, “보전깨”, ‘00녀’와 같은 여성혐오표현이 인터넷 상에서, 혹은 실생활에서 농담처럼 쓰일 때 저들은 어디에 있었나. 그들이 그토록 분노하는 워마드의 (미러링으로 진행된) 독립운동가 혐오표현 이전에 일베에서 진행된 유관순 성적 대상화 혹은 조롱이 이루어질 때 저들은 어디에 있었나. 몰랐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당신은 워마드의 저 표현은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저런 댓글들이 추천을 받고 동의를 얻으며, 시사인은 기사 하나로 휘청거리고 정의당은 탈당사태가 벌어졌으며 페미니즘 발언을 한 여성은 전국적으로 신상이 털린 채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 여성혐오(misogyny)는 공기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게 지나치지만 “남성혐오”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이 사회에 이상함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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