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케이스와 희곡 출판을 앞두고
0. TMI OF TMI..
과연 궁금해하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여름에 두산 아트랩 <클래스>를 무사히 마무리한 후, 쉬지 않고 쭉 달려온 것 같습니다. 브런치나 SNS에 글을 올릴 정신도 없이 지나왔네요. 지난여름 동안 서대문구 지역주민들을 인터뷰하여 대본 작업을 해서 공연을 올렸고, 아동을 위한 오페라 대본 각색을 해서 얼마 전에 무사히 촬영을 마쳤습니다. 소중한 동료이자 친구인 정지현 작가의 <세븐 씬>에 드라마 터그로도 참여했고, 글과무대의 세 명의 작가-저를 포함한-가 함께 쓴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는 2021 SPAF(서울 국제 공연예술제)의 시작을 여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올해 창작산실 후보작으로 쇼케이스까지 했다가 떨어져서 참 속상했는데, 관객을 정식으로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1. 숙제 끝!
그 와중에 지난 몇 년 동안 붙들어 왔던 희곡의 초고를 드디어 마무리했습니다. 2018년도에 개발하기 시작했으니, 완성되기까지 4년이 걸렸네요. 현지조사와 리서치만 해도 꽤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고증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소재이기도 했고,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제한이 많아 오히려 희곡을 쓰는 일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고증에 집착하지 말고, 장르적 허용에 기대 보자는 약간의 타협을 하고 나서 조금씩 써나갈 수가 있었습니다. 인물과 장면 구성도 많이 수정되었어요. 주제도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구체화되었습니다. 클라이맥스를 제외한 부분은 상당히 빨리 완성되었는데, 어째서인지 클라이맥스가 쉽게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주제도 많이 바뀌었고요. 그렇게 더딘 작업을 이어가면서, 오히려 뒤늦게 쓴 희곡들이 더 빨리 공연되는 놀라운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가장 오랫동안 작업을 했고, 항상 마음을 무겁게 하는 숙제가 되어버린 희곡입니다. 하지만 장르가 코미디라는 것이 코미디...
결국 2021년 경기문화재단의 경기예술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어 30분의 짧은 쇼케이스가 결정되고 나서야 '마감'을 '영감'으로 삼아 간신히 늦가을에 초고를 마무리했습니다. 앞으로의 공연 제작을 위해서는 사정상 작품의 세부 내용을 온라인에 오픈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궁금하실 분들이 혹여나 계실까 하여 쇼케이스의 일정을 공유해봅니다. 쇼케이스에는 총 5막 중 2막 초반까지만 소개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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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출판 준비
올해는 유난히 감사한 일이 많았는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우수 출판 콘텐츠 사업에 선정되어 올해 11월 말에 희곡집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장르의 2400여 개 작품 중 100개 작품을 뽑아 출판 지원을 하는 사업이니 저로서는 거의 기적적인 일이었죠. 희곡 출판은 아무래도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출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선발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너무 놀라서 음소거 상태로 춤을 추었습니다.
어쨌거나 그 덕으로 가을부터는 그동안 공연한 작품 중 3편을 계속 수정하면서 지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과 포털사이트 별 맞춤법 검사기를 창에 다 띄워놓고 교정을 보면서 어제의 나를 탓하고, 오늘의 나는 화를 내는 두어 달이었습니다. 끝도 없이 발견되는 오타와 띄어쓰기와의 싸움에서 저는 항상 졌고요. 그러다 드디어 어제 새벽 3시쯤 결국 최종 원고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책이 출판되어 나오면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제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소개와 더불어, 브런치가 아닌 다른 출판 루트를 소개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네요. 자세한 것은 아마 다음 주에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이번 희곡집에는 <배소고지 이야기>와 <정동구락부-손탁호텔의 사람들>, <ANAK>이 실려 있습니다.
3. 그리고 브런치에 관하여
기존에 썼던 브런치 매거진에는 도저히 출판이 될 수 없을 것 같은 가상 인물의 독백과 일기가 점철되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공연 일지를 쓰게 되면서 그 글들을 다 내리게 되었습니다. 대신에 다른 시리즈를 준비하여 글을 써볼까 합니다. 공연이 끝나고 책이 나오면 올해의 공연과 관련된 큰 일정은 거의 마무리되는 것 같습니다. 12월에는 엉망이 된 몸을 추스르면서 브런치에 어떤 글들을 쓸지 많이 고민해보려고요. 글쓰기에 대한 글이 될 수도 있고, 짧은 희곡이 될 수도 있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또 방구석에서 꼼지락대면서, 새로운 일을 만들고 판을 짜보려고요.
근황에 대한 글이 처음이라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TMI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