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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31. 2023

1년에 1조를 벌어들인 안과의사들

백내장환자는 어째서 14배 급증했을까

사람들은 어떤 질환의 유병률이 높아졌다고 하면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갑상선암 발생률이 1위라고 하면 혹여나 발암 물질을 많이 먹어서 혹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것이 아닌지 걱정한다. 그러나 갑상선암은 십 년 전인 2013년부터 이미 과잉진단 논란이 불거졌었다. 또한 5년 상대생존율이 100%로 환자와 일반인의 사망률에 어떠한 차이도 없는 질환이기도 하다. 결국 불필요한 진료로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시간과 비용(그리고 장기까지!)을 뺏은 셈이다. 의사들은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 


그 이유를 알기 전에, 이런 사례가 갑상선암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먼저 짚어보고자 한다.

이미지: 서울경제

국내에서 지급된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은 2016년 779억에서 2021년에는 추정치 11,528억 원까지 증가한다. 5년 만에 14.8배가 증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5년 사이에 갑자기 우리나라에 백내장 환자가 14배가 늘어난 것일까? 그게 말도 안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이는 안과에서 실손보험금을 탈 수 있는 가장 쉬운 경로가 백내장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환자가 백내장이 있어서 백내장 수술을 한 경우보다도 억지로 "당신은 지금부터 백내장 환자인 겁니다. 아시겠어요?" (영화 <부당거래>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라고 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환자가 14배 늘어난 것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전국의 안과는 2021년 기준으로 1,655개소다. 그리고 실손보험금 11,528억 원을 개소 수로 나누면 6.96억이 된다. 안과 하나당 백내장 실손보험금만으로 7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지: 서울신문

비중으로 보면 실손보험의 지급보험금 중 무려 1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돈은 누가 냈을까? 바로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별로 병원에 갈 일이 없었던, 그리고 백내장 근처도 안 가 본 건강한 환자들이 냈다. 건강한 사람들의 돈이 보험사를 거쳐 안과의사들 호주머니로 '몰빵'된 것이다.


그렇다면 안과의사는 모두 나쁜 사람일까? 아니다. 모든 안과의사가 비양심적 진료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부 안과의사가 그 수익을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미지: 매일경제

백내장 수술 보험금 수령내역을 살펴보면 상위 14개 안과에서 3개월 만에 600억을 받아갔다. 14개로 나누어도 무려 개소당 43억을 받아간 것이다. 한 의원에서 3개월 만에 43억이라니. 그렇다면 1년에 170억을 버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통계에 활용된 900여 곳 안과 중 겨우 1.5%를 차지하는 14개 안과가 우리들의 호주머니에서 매년 170억씩 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안과만 이런 일이 있었느냐? 그것도 아니다. 백내장 못지않게 많은 실손보험금을 타 가는 것은 도수치료다. 주로 정형외과에서 많이 청구를 하고 있는데 도수치료 역시 연평균 20%를 넘는 엄청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이 힘든 일을 많이 해서 도수치료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순진하게 묻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실제로는 허위청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도수치료 10번 받은 것으로 하고, 회당 15만 원이라는 가정 하에 150만 원의 치료비가 발생한다. 이때 환자에게 50만 원을 현금으로 돌려주겠다고 하거나(페이백), 피부미용시술을 5번 받게 해주겠다고 한다(보험청구 되지 않는 비급여시술로 대체). 이런 식으로 허위 진료비 영수증을 만들어 보험회사에 적발된 의원이 부지기수다.


이미지: 대한금융신문

그럼 안과, 정형외과만 단속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역시 순진한 생각이다. 이런 실손보험 '빼먹기'는 의료계 전반에 넓게 퍼져 있다. 심지어는 절대 실손보험이 청구 안 될 것 같은 성형외과에서도 코성형을 실손보험으로 할 수 있다며 버젓이 광고하는 세상이다. 명목은 '비염 수술'인데 실제로 병원을 나오는 사람의 콧대가 오똑하게 높아진다. 


최근에는 아동발달센터라는 것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우리 동네에만 해도 갑자기 여러 곳이 생겨서 유치원도 아니고 영어학원도 아닌 아동발달센터가 무엇일까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기사가 났다.


이미지: 매일경제

이 역시 2019년에 비해 2022년에 이미 4배 폭증한 '발달지연'의 실손보험 청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3년 사이에 갑자기 발달지연이 늘었을까? 그렇다면 중국의 미세먼지 혹은 일본의 방사능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지 국가적 차원에서 조사가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이것은 백내장 환자가 14배 증가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즉,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한 범위에서 의사들이 제도를 최대한 활용(이라고 쓰고 악용이라 읽는다)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여태까지 안과(백내장), 정형외과(도수치료), 성형외과(비염 수술), 일반 의과(발달지연) 등에서 실손보험이 어떻게 의료를 왜곡했고 양심 없는 의사들이 얼마나 돈을 벌어갔는지 살펴보았다. 실제로 백내장이 심해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의료비가 부담되는 사람에게 실손보험은 매우 중요한 생명줄이다. 그러나 제도에 허점이 있으면 사람들은 언제나 그 구멍을 파고들려고 한다. 실업급여를 무제한 지급하면 고용보험이 180일 이상 되자마자 직장에서 일부러 태업해 잘리려고 하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라도 실손보험을 대폭 수정해 일부 부도덕한 의사들이 선량한 국민의 돈을 수천억씩 빼먹는 짓을 못하도록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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