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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두나 Apr 22. 2019

#03. 사위 사랑은 장인으로부터.

엄마와의 싸움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부분이었다. 내 성격은 98% 엄마에게서 따 온 성격이고, 자기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결혼을 계획한 나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와 비버씨는 서로를  만나는 내내 양가 부모님에게만 '비밀연애'로 지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비버씨의 경우, 시어머님이 어느 정도 눈치는 채셨다고 하지만 우리 집의 경우 내가 따로 살고 가끔 집에 방문하는 정도였기에 눈치챌 수가 없었다. 그러니 급작스런 내 결혼발표가 엄마와 아빠에게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도 우리 가족 중 가장 마음이 여리고 유약한(?) 아빠가 걱정스러웠다. 유달리 막내딸을 애정하고 사랑하는 딸바보 아빠. 아빠는 아니나 다를까  처음 나의 폭탄선언을 듣고 세상이 끝난 듯 허무해했다. 하지만 막상 비버씨를 만나고 나서는 당신 마음에 들었던지 나와 엄마의 싸움에서 중재 역할을 해줬다. 


아마 아빠가 없었더라면 비버씨와의 결혼은 우리가 겪었던 것보다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관계에는 매우 재밌는 사실이 있다. 엄마가 비버씨와의 결혼을 반대한 이유와, 아빠가 비버씨와의 결혼을 찬성한 이유가 같은 것이라는 것. 바로 종교의 문제였다.


이전 자기소개에서 설명했듯이 나는 가톨릭, 비버씨는 기독교이다. 우리는 둘 다 모태신앙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지금껏 그 신앙생활을 이어왔다. 종교 차야 사랑으로 뛰어넘을 수 있고, 각자의 종교를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면야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결혼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러나 그걸 용납하기에는  우리 집에는 뼈아픈(?) 과거가 있었다. 바로 나와 비버씨의 이 종교적 차이는 엄마와 아빠가 이미 겪었던 상황인 것이다. 친가는 모두가 기독교를 믿고 있었기에 아빠는 뼛속까지 기독교인이었다. 그에 반해 엄마는 스스로 종교를 찾아 가톨릭에 정착한 케이스로 매우 신실한 가톨릭인이었다.


아빠는 엄마를 놓칠 수 없었기에 기독교를 버리고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결혼에 성공했으나 친가의 가족들은 여전히 기독교인이었고, 엄마는 아빠와의 결혼으로 옛날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시집살이를 살았다. (심지어 이 시집살이는 내 어릴 적 기억에도 남아있다.) 


근데 내가 또 그 길을 걷고자 하니 자기 입장에서는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그에 반해 아빠는 자신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 더욱 비버씨를 이해하는 입장이 되었다. 특히나 '종교가 있는 편이 사람도 착하고 좋지'를 시작으로 자신처럼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비버씨를 응원하기까지. 아빠는 비버씨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사위 사랑은 장모로부터라던데, 우리 집은 왜...?


뭐, 어쨌든 비버씨는 비록 장모는 아니나 장인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지금이야 엄마도 비버씨를 좋아하지만, 아빠는 처음부터 넉살 좋고 유순한 비버씨를 높게 평가하여 엄마에게 '애가 참 괜찮더라' 등으로 어필했고, 그 긴 노력 끝에 엄마도 비버씨를 좋아하게 되었다. (사실 상견례까지 하고 나니 더 이상 반대해봤자 자기만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이렇게 우리 집은 느리지만 조금씩 비버씨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의 공이 크군. 비버씨, 아빠에게 잘해줘. 나랑 결혼한 거 다 장인 탓(?)이야. 마음에 안들 때 반품 경로는 장인어른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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