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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두나 Apr 23. 2019

#04. 한 남자와 결혼을 두 번한 여자, 곰두나.

우리는 양가에 결혼을 통보하고 어느 정도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결혼식장 찾기에 돌입했다. 우리가 정한(아니, 내가 정한) 결혼 날짜는 바로 추석 일주일 전. 결혼 휴가 + 추석 연휴를 붙여 길게 놀겠다는 그릇된 마음에서 잡은 날짜였다. 


장소는 비버씨의 본가인 S시와, 나의 본가인 U시. 각 도시마다 후보로 볼만한 예식장을 추리고 정리하여 금액 견적까지 전부 완료한 시점. S시와 U시의 거리는 약 370km.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국내의 끝에서 끝이란 말.


나야 경상도 사람이고, 경상도 스타일이니 결혼식은 처가 쪽에서 치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U시 쪽을 좀 더 비중 있게 생각하고 있었고, 비버씨는 수도권이지만 경상도 친구가 많아 그 동네 문화가 그러니 결혼식은 처가 쪽에서 하는 걸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버씨네 가족의 생각은 우리와 달랐다.


수도권 토박이 비버씨. 부모님 역시 수도권의 문화밖에 모르시기에 '결혼식은 당연히 남자 쪽에서 하는 거 아닌가?'라는 1차 의견을 제시. 그 후로 '개혼'을 비롯하여 '손님 접대' 등의 갖은 이유로 S시에서 결혼을 치르길 원하셨다. 


하지만 우리 집 역시 만만치 않았다. '누가 남자 쪽에서 결혼을 하냐?'부터 '버스 대절비를 주실 거냐?' '인원수는 우리도 많다' 등.. 


야, 이거 완전 *됐는데?


이런 표현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나와 비버씨가 느낀 감정은 정말 위의 대목과 같았다. 개판 5분 전, 또 뭐가 좋을까... 진흙탕 싸움?? 너도 죽고 나도 죽자?


부모님 등살에 밀린 우리 역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당연스레 싸움이 많아졌다. 결국 이 의미 없는 싸움의 끝은 양 쪽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으로 해결 보았다. U시에서 한 번, 그다음 주 S시에서 한 번. 대신 U시에서는 예식장을 빌리지 않고 성당을 빌려 종교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아랫지방 손님은 아래에서 해치우고 S시의 예식에서는 일가친척만 이동하기로 했다.


그래, 뭐든지 공평하게 가는 게 좋지. 양 쪽에서 각각 한 번씩.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나를  '결두녀'라고 놀리기 시작했다. 

이름하야 결혼을 두 번 한 여자. Feat.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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