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두나 Apr 24. 2019

#05.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Part.1

결혼식 장소를 끝으로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고 생각했다. 5월의 상견례 역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싱겁게 끝났다. (이 앞의 속 시끄럽고 한탄스러웠던 날들은 3월부터 4월까지의 일이다. 세상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혼에 들어가는 비용은 비버씨와 내가 모은 돈으로 해결하기로 했고, 나는 결혼 후에도 일을 계속하기로 했기 때문에, 주말부부를 하는 동안 각자의 삶은 본인들이 알아서 책임지는 것으로 얘기되었다. 신혼집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혼수와 예단도 없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났다.


하지만, 결혼식은 우리의 합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더라, 더불어 가족 간의 합의로도 해결되지 않더라.


시댁의 몰아붙이기는 느지막이 시작되었다. 여름이 되자 종교적 마찰을 시작으로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각종 불만사항- 애초에 없다고 정했던 혼수와 예단, 각종 인사치레 선물을 비롯하여 어디 숨어있었는지 모를 많은 이야기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시어머니께 직접적으로 얘기를 듣던 비버씨도, 그 얘기를 전해 들은 나도 그야말로 녹다운. 모든 내용이 우리가 처음 계획했던 것에서 어긋났고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나마 내게 다행이었던 부분은 시댁에서 직접적인 불만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비버씨는 점점 혼자만의 굴을 파고 있었다. 아들 된 도리와 남편의 도리를 지켜야 했던 비버씨.


혼 준비 과정에서 예비신랑의 능력을 알 수 있다더니, 비버씨는 훌륭히 중간다리 역할을 해냈다. 그 역시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싸움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그럼과 동시에 비버씨는 더욱더 고립되기 시작했다.


누구를 위하여 결혼식을 하나?


우리 둘이 좋아서 하는 결혼에 신경 써야 하는 남은 왜 이리 많으며 따질 눈은 또 왜 이리 많은가. 이건 우리의 결혼이 맞기는 한 건가?


매일같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작가의 이전글 #04. 한 남자와 결혼을 두 번한 여자, 곰두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