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결혼 준비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겠지만 그 상황과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그때는 매일이 지옥이었다. (비버씨의 경우 아직까지도 작년의 충격과 공포의 날들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나는 웃고 추억하자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글을 올리기 전 검수 차 비버씨에게 이 시리즈를 보여줬더니 모니터를 꺼버리더라.)
어쨌든, 특히나 관습/관례를 싫어하는 비버씨는 결혼식과 동반된 절차(혼수, 예물, 예단 등)들은 허례허식처럼 생각했다. 나는 여태껏 관행되어 온 일이기 때문에 해야 할 건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차로 많이 싸웠다. 물론 나 역시 이전 오고 갔던 이야기와는 다르게 갑자기 튀어나온 각종 인사치레 사항들에 대해서는 매우 분개했으나 대다수의 결혼이 그렇다고 익히 들었기에 비버씨보단 반감이 덜한 터라, 비버씨를 이해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종교'에 있었다.
처음부터 비버씨의 개종을 결혼 제1조건으로 삼았던 우리 집과 달리, 비버씨네에서는 종교 차에 대해 큰 이야기가 없으셨다. 우리 집이 비버씨의 개종을 강요한 것도 따지고 보면 생떼와 다름없는 일이었다. 30년을 기독교를 믿던 사람에게 난데없이 가톨릭이라니. 비버씨는 그저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 조건을 두 말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을 뿐, 아마 다른 곳에 가서 시댁 or처가에서 이런 걸 원합니다 하고 글이라도 쓴다면 덧글이 전부 욕으로 도배될 내용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조용히 이대로 넘어갈 수 있을까? 그래 시댁을 방문한 날에는 즐겁게 교회를 따라가자. 그 정도는 해드려야지.(비버씨가 내게 해 준 걸 생각하면 이쯤이야!) 하지만 이런 결심을 가볍게 무너뜨리는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시부모님은 비버씨가 가톨릭 세례를 받으니 나도 기독교식 세례를 받는 게 어떻냐는 이야기 말이다.
"????????"
나의 머리는 의문으로 가득 찼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안 하시다가 이제 와서? 그리고 기독교 세례라뇨...
나는 정말이지 양가 부모님께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가톨릭이고 기독교고 다 같은 하느님이잖아요!! 당신들 주님이 이러라고 가르치덥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