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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Apr 17. 2023

이제훈 "저질러보자, 이 상황을 즐기자"



[인터뷰]
'모범택시2' 김도기 역의
배우 이제훈




마지막 회 시청률 21%를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 속에 종영한 <모범택시2>. 중심점이 되어 극을 이끈 이제훈을 빼놓으면 이 드라마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그의 비중이 컸던 작품이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에서 무지개 운수 택시기사 김도기 역을 맡은 배우 이제훈을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모든 걸 다 쏟아냈다"


배우 이제훈 ⓒ컴퍼니온


이제훈은 시즌1을 본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시즌2에 전력을 다했다. 시즌2의 목적성과 차별성도 확실하게 잡고 갔다. 그는 "시즌1은 무겁고 어두운 측면이 있었다면, 시즌2는 신명 나고 재밌게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만들어보자는 목표였다. 사적복수를 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하는 가치관의 갈등이 시즌1에 있었는데, 그것 또한 시즌2에선 털어버리고 나쁜 놈들을 통쾌하게 혼내보자는 목적 하나로 달렸다"라고 밝혔다.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부캐들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쉽진 않았다. 저질러보자, 이 상황을 즐기자 하는 마음으로 했다. 끝나고 나니까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을 만큼) 다 바닥난 기분이었다. 스스로 연구하고, 바닥나지 않게 채워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부캐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이제훈은 무당으로 변신해 굿을 하는 신을 꼽으며 "실제 제사의식을 진행하는 과정에 관한 어드바이스를 듣고, 제 방식대로 표현하려 했다. 할 때는 몰랐는데 하고 나서 이틀을 앓아누웠다. 내 안에 있는 기가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라고 털어놓았다. 


사적 복수에 나서며 정의를 위해 돌진하는 김도기를 연기하며 그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배우로서 일을 하기 전엔 불의를 보면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편이었다.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 이제는 내가 무언가를 발언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괜히 무언가 이야기했을 때 영향력 측면에서 배우라는 직업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불의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있어서 주저하면 안 된다는 용기를 갖게 한 계기였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본인 비중이 큰 작품을 하면 정신적으로 부담이 될 만도 하다.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작품을 대하는 태도 면에서 예전보다 책임감을 굉장히 많이 느낀다"라며 운을 뗐다. 


"내가 무너지면 이 작품이 비틀거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가지고 모든 걸 쏟아야 한다,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해냈다. 그렇게 마음먹지 않으면 해낼 수 없었을 것 같다. 더더욱 잘 해내야 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의무감이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 저를 다 불태웠다."


"앞으로의 10년? 미친 듯이 달리고 싶다"  


ⓒ컴퍼니온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불태우려고 한다는 그에게 그렇게 쏟아부어 작품 하나를 끝맺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물었다. 이에 이제훈은 "남김없이 쏟고 나면 허탈하고 허무한 순간도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것들을 남김없이 끌어올려서 진심을 다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봐주면 좋겠고, 많이 작품을 봐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해줄 때도 있고 그러지 않을 때도 있는데, 일희일비하지 말자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10년, 20년이 지나서 꺼내볼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제 꿈이기 때문에 (그때그때의 반응에) 일희일비 않으려는 것 같다. 이 마음을 지킬 수 있는 건 영화와 드라마 보는 걸 너무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도 제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극장 안에서 영화를 보는 순간이다. 매주 두세 편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데 그러면서 에너지를 얻고 저런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저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게 내 삶의 원동력이다. 저는 배우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쪽 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극장 매표소에서 일해도 너무 행복할 것 같다."


그는 영화, 드라마 콘텐츠 자체에 대한 애정을 원동력으로 삼고 연기하기 때문에 연기 외에도 후반작업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연기만 하고 내 역할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편집, 믹싱 등 만드는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같이 고민하는 편이다. 나는 만드는 부분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쓰임을 당하는 것을 환영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낸다.


이제 40대에 진입하는 그에게 배우로서 앞으로 10년의 청사진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이제훈은 "더더욱 열심히 하고 싶다"라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렸고, 쉬지 않고 했기 때문에 조금 쉬고 싶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최소 10년은 미친 듯이 달리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봉준호, 박찬욱 같은 거장 감독들을 언급하며 언젠가 이들과 꼭 작품을 하고 싶다는 꿈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선배 배우들처럼 평생을 연기하고 싶다는 그에게 "늘 주인공만 맡아온 주연 배우가 나이가 들어서 조연을 하게 될 때를 생각해보면 어떤지" 물었다. 이에 이제훈은 "저는 늘 10대부터 70대 이후까지 연기하시면서 나이 들어가는 선배 배우들을 지켜보면서 저게 내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왔다. 지금은 선봉의 역할을 하지만 서포트해주는 역할도 너무 재밌을 것 같고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맡을 거다. 그렇게 배우로서 멋지게 늙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런 그에게 '배우로서 멋진 건' 어떤 건지 물었다. 


"어려운 미션이기도 하고 힘든 부분이지만, 계속해서 신선했으면 좋겠다. 이제훈이다! 무슨 작품이야? 하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제훈 나왔네? 똑같겠지! 이런 말이 저한테는 가장 가슴 아픈 멘트일 것 같다." 


끝으로, 배우 이제훈이 아닌 인간 이제훈으로서의 삶에 관한 질문도 던졌다. 가정을 꾸리고 싶은 생각 같은 건 하지 않는지. 이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하죠"라며 "열심히 (짝을) 찾을 생각이다. 올해 앞자리가 바뀌니까 그런 생각이 더 든다"라고 답했다. 이상형을 묻자 고민 없이 다음처럼 답변했다. 


"외적인 걸 따지지는 않는다. 이야기하면서 별 것 아닌 것에도 웃고 희희낙락할 수 있는 사람이 이상형이다. 소울메이트 같은 사이를 원한다. 그러면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누고, 음악 들으면서 공유하고. 그런 사이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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