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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Jul 19. 2023

첫 문장은 썼는데, 다음 문장이 막막하다면?



<글쓰기의 화신>
연재 1화






안녕하세요.

글쓰기 고민을 해결해 주는

글쓰기의 화신, 손화신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받았던 글쓰기 고민과 질문을 브런치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그에 대한 답을 드려보려고 '글쓰기의 화신' 연재를 열게 됐습니다.

부디 혼자 글 쓰시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이라도 해소되시길 바라요!


첫 질문입니다.


Q.


'이건 괜찮은 첫 문장이다!' 싶은 생각이 드는 문장을 써놓고, 그 뒤를 잇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럴 땐 어떻게 글을 이어 가야 할지 막막해요. 어떤 방식으로 힌트를 찾아내고 엮어나가야 할지요?



A.


질문으로 유추해 볼 때 갑자기 '좋은 한 문장'이 떠올라서 펜을 잡았을 가능성이 큰 것 같아요.

하지만 붙잡고 싶었던 그 한 문장이 최소 A4 용지 한 장을 채울 수 있을 만큼 생각이 확장되고 무르익지 않았다면 아마 에세이 하나를 완성해 낼 정도의 분량이 나오기는 어려울 거예요.


우리가 첫 문장을 쓰고 그 뒤를 잇지 못하는 이유는 글 전체의 그림이 머릿속에 아직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첫 문장은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단계인 건데

이 첫 단계 이후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내가 이 글에서 무얼 이야기할지 그걸 먼저 확실히 정하셔야 합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그 하나의 생각은 뼈대입니다. 이 뼈대에 살을 하나씩 붙여서 풍성한 이야깃거리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주제를 향해 글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고 뻗어가게 돼 있습니다. 첫 문장은 거들뿐, 첫 문장 쓰기 무섭게 다음 문장이 떠오를 수밖에 없어요.


세상의 많은 일들이 '하다 보면 길이 생겨난다'지만 글쓰기만큼은 지금 막 떠오른 첫 문장을 썼다고 해서

글 전체가 알아서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지금 내가 펜을 든 거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핵심주제가 딱 한 문장으로 정리가 돼야 합니다.

그 문장을 내가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져 있어야 합니다.

그것만 확실해지면 문장들은 저절로 내 안에서 나와서 종이 위에 채워질 겁니다.


우리는 문장 하나하나 그 자체를 기획할 순 없습니다. 물컵에 물이 차면 넘치듯 문장들은 내 생각이 넘친 흔적일 뿐입니다. 일단 넘치도록 그 주제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야 합니다. 오직 생각만을 우리는 기획할 수 있지, 어떤 문장이 그 생각을 풀어줄지를 예상할 순 없습니다. 우리의 손이 알아서 할 거예요 그건.


그러니 문장 자체에 연연하지 마시고 글 전체를 통해 내가 말하려는 바, 그 생각을 깊이 파셔서 튼실한 구조를 먼저 만드세요.  


여기서 보너스!

머릿속에 큰그림이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첫 문장 다음에 무얼 쓸지 모르겠다 하시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팁을 드리자면 그럴 땐, 첫 문장 A에 대한 A'를 쓰시면 무난하겠습니다.


가령,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첫 문장 A를 썼다면,

그다음 문장인 A'는 첫 문장을 재활용하고 부연하는 방식으로  

"이왕이면 쌀떡볶이로." 하는 식으로 쓰면 되겠습니다.

이런 게 바로 유기적 연결인데, 유기성에 대해선 다음번 언젠가의 연재 때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요약하자면,

첫 문장에서 이어지는 다음 문장을 뭘 써야 할지 모르겠을 땐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는지 이 질문에 답변부터 하시면 됩니다. 지도 없이 길을 나서면 미아가 되기 십상이랍니다.


문제해결이 되셨길 바라며, 여러분의 두 번째 문장을 응원합니다.

0에서 1을 만드는 게 어렵지,

1에서 2로 나아가는 건 일도 아니지요!


그럼, 또 다른 글쓰기 문제로 돌아올게요!


지금까지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의 저자, 손화신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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