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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Dec 13. 2022

유튜브를 시작하면 생기는 일

11월 2일부터 유튜브를 시작하겠다고 쓴 글을 오랜만에 읽었다. 찾아보니 첫 영상은 9월이었다. 무슨 주제로 해야할 지, 어떤 방식으로 해야할 지도 하나도 모른 채 고민만 계속 하다가 뭐든 해보자 하고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9월에 영상 3개, 10월은 없고, 11월에 4개의 영상을 올렸다.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뭐든 꺼내보자는 마음으로 하나씩 풀어놓다가 6번째 영상에서 반응이 왔다. 나의 신규간호사 시절을 담은 영상이었다.


개인적으론 참 아픈 기억이라 꺼내기가 두려웠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번은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그 전까지는 거의 0-20회의 조회수였는데... 6번째 영상은 시작이 좋았다. 점점 오르기 시작하더니 천회를 넘겼다. 이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구나 싶어 그 때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기로 했다.


신규간호사, 그리고 퇴사. 이 주제로 지금까지 네 개의 영상을 올렸다. 이 주제의 첫 영상을 올린지 3주쯤 되었고, 오늘 기준으로 56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조회수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응원을 받았다. 이 관심과 응원의 가치를 감히 매길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약하고 아팠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다. 한참이나 지났지만 나는 아직 괜찮지 않았나보다. 하나같이 아주 긴 댓글들... 그 많은 응원과 격려의 메세지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 때 이런 응원을 받았다면 참 좋았을걸 하는 후회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아 다행이다, 이 관심이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 나는 참 다복한 사람이었구나.


그 덕분에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든다.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도록 응원해준 많은 사람들 덕분에, 오늘도 무척이나 힘이 난다. 그에 따라 나의 꿈도 점점 구체화되는 게 느껴진다.


처음에 가졌던 바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였다.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 말만 입버릇처럼 했던 것 같다.

그래도 계속 말하다 보니 실마리를 하나 둘 찾게 되었다.

내가 하고싶었던 일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데, 이 중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나. 그리고 어디서 해야하나. 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들어주나?

역시나 고민은 길었다. 하지만 고민만 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직접 행동으로 옮겨보기로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지 모르면 직접 해보면 된다.

직접 해봐야 알게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브런치에 내 쌍둥이 임신 이야기를 비롯해 자잘하게 인생에 대한 깨달음이나 나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그 중 몇은 영상으로도 만들었다. 현재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과거의 이야기도 하고 싶어져서 간호사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과거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가 했던 선택들을 되새겨보게 된다.

그 선택이 이어져 현재가 되었고, 또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각각 따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같지만 흐름을 살펴보면 나름의 이유로 연결된 이야기였다.


나는 내 천직을 찾고 싶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찾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여정을 하고 있다.

간호학과에 갔고, 대학병원에 입사했고, 퇴사하고 또 방황했고, 새로운 병원에 취직하고, 그러다 결혼을 하며 기나긴 여행도 다녀왔다. 아기 둘도 품었고, 낳아서 기르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은 또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있다. 이 모든게 어쩌면 뻔하거나 뜬금없는 일련의 사건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천직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굽이굽이 둘러 가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 아름다운 자취를 남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도 나는 가장 근원적인 내 욕망을 실현하고 있는 중이다. 나와 내 생각을 표현하며 살고 있으니까.


내가 그리는 모습들이 점점 구체화 되고 있다. 인생은 내 뜻대로만 되는게 아니어서, 또 무슨 일이 생길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나는 이미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으니까. 오늘도 행복하고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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