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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지 Jan 03. 2017

하이 라인 공원 (High Line)

뉴욕 빌딩 사이를 통과하는 단 하나의 공원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The High Line)은 생긴 지10여 년 밖에 안 되었지만, 이미 수많은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으며 연 5백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뉴욕에도 여러 개의 공원이 있고, 공원마다 특색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곳은 하이라인 공원이다.


하이라인 공원이 다른 여타 공원들과 차별화를 가지고 있는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꼽아봤다.


1) 공원과 도시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빌딩사이로 공원이 있다

2) 다른 그 어떤 공원보다 앉을 곳 그리고 심지어는 누울 곳이 많다

3) 뉴욕에서 석양을 보는데 가장 좋은 공원 Top3에 꼽힌다


이를 차근차근히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 공원과 도시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빌딩사이로 공원이 있다


사실 ‘공원’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주위 환경과 분리가되어 있는 공간을 떠올리게 된다. 뉴욕을 대표하는 ‘센트럴파크(Central Park)’나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만 보더라도 아무리 도심 속에 공원이 녹아 들어있다고 해도 결국 녹지대의 공원을 빌딩들이둘러싼 형태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하이라인의 경우는 빌딩 사이 사이에 공원이 파고든 형태를 지닌다.



하이라인은 불과 5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뉴욕의 화물 열차가 다녔던 철로였다. 한 때는 ‘뉴욕의 생명줄’이라고도 불릴 만큼 화물열차가 쉴 새 없이 다녔던 길이었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자 주와 주 사이에 고속도로망이 촘촘하게 연결되고 화물 트럭이 활성화되면서 이 철로는 영구운행 중단되었다. 하지만 시민 2명으로 시작된 ‘하이라인의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이라는 단체를 통해서 이 철로는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탈바꿈하게 된다.



그 결과 빌딩 숲들 사이로 약 30피트 높이에 (9m) 산책로가 조성되었다. 고가 도로 위로 걸어 다니다 보면 말 그대로빌딩 숲 사이로 걸어 다니는 느낌이 드는데 이러한 느낌은 뉴욕 최대의 공원인 센트럴 파크에서도 느낄 수 없는 기분으로 뉴욕이라는 도시와 고가철도위 공원이라는 두 특징이 정말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룬다.




2) 다른 그 어떤 공원보다 앉을 곳 그리고 심지어는 누울 곳이 많다


하이라인이 산책로 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보니, 간혹 ‘하이라인에 가면 걷기만 해야 하는 것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해도될 만큼 하이라인에는 앉을 자리가 많다.



특히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벤치’가 아니라 아예 극장식으로 앉을 수 있게끔 공간을 구성해 놓은 곳도 있으며, 각 앉을 곳마다 색다르게 벤치를 구성해 놓기도 한다. 다양한 높낮이와방향으로 앉을 자리들이 있는데 하이라인은 여기서도 자신만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했다.



바로 고가도로라는 이점을 살려서, 뉴욕의 거리를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한 것이다. 위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영화관 스크린의 프레임과 같은 구조물이 있고 사람들이 그 앞에 앉아 마치 영화를 보듯뉴욕의 거리를 바라보는 장면은 하이라인이 단순하게 벤치만 주르륵 나열한 공원과는 차원이 다른 공원임을 보여준다.



이렇듯 걷기와 앉기가 하이라인을 한 데 어우르면서 공원은 상당히 역동적이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사이로, 벤치에 앉아서 길거리를 지긋이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고, 또하이라인 주변에 울창하게 있는 나무들 속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3) 뉴욕에서 석양을 보는데 가장 좋은 공원 Top3안에 꼽힌다


사실 뉴욕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어디에서 바라보든 다 아름답다. 하지만 하이라인에서 바라보는 석양은더 특별한데 바로 하이라인에서는 허드슨 강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의 공원들은 도심 한가운데에 있어서 허드슨 강을 볼 수가 없거나, 강변에 있으면 또 접근성이쉽지 않다. 하지만 하이라인은 도심 속 허드슨 강 안쪽에 있고, 지상에서 9m 떨어진 거리에 설치되어 있음과 동시에, 석양을 보기에 최적의동선과 전망대를 가지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꼽자면) 하이라인에서바라보는 석양은 가히 뉴욕에 있는 공원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이 세 군데모두 차후에 다룰 예정이다. 1위는 브루클린 다리 공원, 2위는센트럴 파크(보트 하우스), 그리고 3위가 하이라인.




하이라인 방문 정보


하이라인을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해가 질 때’이다. 구글이나 야후 등에서 ‘Weather’ 내지 ‘New York Weather’라고 검색을 한후에, 해가 지는 시간을 꼭 알아보고 그 시간 보다 약 1시간전에 하이라인에 도착하기를 추천한다.


특히 하이라인은 그 자체로도 볼거리가 많으므로, 최소한 1시간정도 방문할 시간을 두는 것이 좋다. 입장은 무료이며 뉴욕의 공원답게 와이파이는 터지지 않기에 그 전에동선을 미리 파악해야만 한다.



하이라인 방문 계획


하이라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네모난 공원’이 아니다. 철로를 따라서 만들어져 있기에 일직선으로죽 뻗어 있으며, 아래로는 Gansevoort St에서 위로는 West 34th St까지 약 2.3km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인 보폭으로 걸으면 4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하이라인에서 걷다 보면 수많은 인파 때문에, 그리고 공원 위에서바라보는 여러 광경으로 인해서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공원에는 보행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으로 풀 길도 나 있고, 여러 가지 설치물들이 있어서사실상 빨리 걷거나 뛰는 건 불가능하다. 물론, 아무런 생각없이 ‘공원 가로지르기’를 생각으로 뛴다면 생각보다 빨리 공원 전체를 가로지를 수도 있다. (사실, 약속 시각에 늦어서 도로를 걷기보다 신호등이 없는 하이라인이 빠를 것 같아서 뛰어갔던 적이 있다)



그러나 하이라인은 빨리 걷는 공원이 아니라 천천히 풍경을 음미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짧게 시간을 잡아도 하이라인에는 최소한 1시간 이상은 있게 된다. 그래서하이라인을 방문할 시에는 크게 1시간만 부분으로 방문할 것인지, 아니면 2-3시간 정도 여유롭게 전체 공원을 방문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우고 방문하는 편이 좋다.


* 참고로 이 글에서는 1시간만 부분 방문하는부분을 세부적으로 다룬다



1시간 남짓 방문을 할 경우 - 


부분 방문을 하면 첼시 마켓을 먼저 들른 다음에 하이라인에 들어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약 1시간 정도 출출한 배를 채울 계획이라면 해가 지기 2시간 전 즈음에 (여름일 경우 약 5~6시 사이/겨울에는 4~5시) 15 St와 9 Ave에위치한 첼시 마켓에 도착을 한다. 


하이라인 근처 첼시 마켓으로



첼시 마켓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오레오’로 유명한 ‘나비스코’의 옛 비스킷 공장을 고친 쇼핑몰이자 푸드 코트로, 그 안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거나 식사를 하기에 매우 쉽다. 물론, 꼭 먹을거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옛 건물을 성공적으로 고친 훌륭한 사례이기에,꼭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첼시 마켓에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면 (참고로 첼시 마켓에서는 타코나 랍스터가 유명하다), 후문으로 나와서 조금만 더 북쪽으로 걸어서 18 St에 있는 입구를찾는다. 계단을 따라서 열심히 올라가다 보면 하이라인의 남쪽 부분에 진입하게 되는데, 남쪽으로 테이블과 의자들 그리고 상점들이 있는 통로가 보인다.


하이라인에 들어서다 



하이라인이 재밌는 점은 건물을 비껴가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뚫고’ 지나갈 때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하이라인이 아직 철로로 쓰이면서 화물 열차가 다닐 때, 건물 위층에 있는 선적 부두로 화물을 더욱 더빠르고 쉽게 옮기기 위해서 건물 자체를 뚫고 지나가게 했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그 공간으로 상점들 및 ‘하이라인 친구들’ 기념품을 사는데, 하이라인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먹거리로 블루 보틀 커피(Blue Bottle Coffee) 그리고 멜트 베이커리 (Melt Bakery) 등이 있다. 특히 블루보틀 커피의 경우 가면항상 줄을 서는 건 기본인데, 재밌는 점은 하이라인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아래에 블루보틀 커피점이 있다는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원에서 마시는 커피는 또 색다른 맛이기에, 어김없이 줄을 선다.



하이라인에 있는 자그마한 푸드 코트 내에 (앉을 자리가 있다면)앉아 허드슨 강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시간이고 아직 저녁 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먹고, 마시고, 또 흥겹게 수다를 떠는 모습이 흥미롭다. 


센트럴 파크의 그 고요함이나 한적함이 아닌, 부산함과 정신없음이 공원에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에‘도대체 여기가 공원인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하이라인에서만느낄 수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또한, 공원의 특성상 여타공원보다 더 바삐 움직이는 걸음걸이들을 보는 것도 하이라인만의 특징이다.



더욱 더 남쪽으로 이동하면 허드슨 강 쪽이 확 트인 공간이 나오게 되는데 바로 이곳이 하이라인 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구간이다. 선베드(Sun bed)들이 일렬로 주-욱 있는데 선베드에 누우면 맞은편으로 허드슨 강이 보인다. 허드슨강이 뉴욕의 서쪽에 있기에 해가 지는 모습을 탁 트인 산책로에서 바라볼 수 있는 건 하이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곳에서 보다 더 내려오다 보면 하이라인의 남단에 이른다. 하이라인의 남단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남단 바로 옆에는 2015년 개관한 휘트니 박물관(Whitney Museum)이 있다



휘트니 박물관은 그 디자인은 물론 의미와 역사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있는 박물관이기에 꼭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이 박물관에 대한 보다 더 자세한 글은 ‘휘트니 박물관 편’을 참조하기 바라며, 만약 하이라인을 들렀다가 휘트니 박물관도갈 예정이라면 휘트니 박물관이 일주일 중 야간 개장을 하는 날이 언제 인지 미리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휘트니가 위치한 하이라인 남단의 지역은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자주 소개가 되었던 미트 패킹 디스트릭트(MeatPacking District) 일대이다. 말 그대로 ‘도매정육 시장’이 있었던 창고들이 이제는 초호화 로프트 주택, 예술갤러리, 그리고 클럽과 레스토랑으로 변신해서 뉴욕의 가장 ‘힙’한 곳 중 하나로 바뀌었다.


더욱 더 대규모 단지로 개발되고 있고, 글을 쓰는 시점인 2016년을기준으로 아직은 ‘황량’하기만 한 하이라인의 북단과는 달리하이라인의 남단에는 예술, 젊음, 맛과 멋이 어우러진 곳으로, 석양을 보고 난 이후 이곳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는 하이라인


2년 남짓 뉴욕에 있으면서 하이라인을 총 5번정도 제대로 가본 것 같다. 갈 때마다 하이라인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또 뉴욕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다. 특히 하이라인이 지금의 모습이 있기까지 9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만들어진 걸 생각하면, 거의 1년에 250m 정도씩만 복원한 셈으로, 얼마나 공을 들여서 만들었는지 깨닫는다.



공원 곳곳에는 350종의 식물들이 있는데 그 종류는 하이라인이 방치 되어 있을 때 자연스레 생겼던식물들을 토대로 선정되었다. 그래서 하이라인의 식물들은 토착적이며, 가뭄에내성이 있어 물을 많이 안 줘도 되고, 어떻게 보면 ‘막길러도 되는’ 식물들이다. 대부분 100마일(약 160km) 내지역 재배농들에게서 공급을 받기에 토착 기후에 이미 적응이 되어 있으며, 하이라인에 성공적으로 뿌리를내렸다.



하이라인에 식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찾아볼 수 없는 것들 중 하나는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로등’이다. 가로등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서 꼭 있어야 하지만, 지나치게 밝을 경우 오히려 수목의 생육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하이라인에는 난간 아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낮은 조도로 조명을 설치 했다.보행자 시선을 방해하지 않음은 물론 식물들에게도 편안한 불빛을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인 셈이다.


이렇듯 하이라인을 걷다 보면 세부적인 부분에서 시민들이 실제로 걷고, 앉고, 또 즐기기에 적합하게 설계가 되었고 만들어졌음은 물론, 주변 환경과식물들에게도 유익이 되게끔 지어졌음을 느끼곤 한다. 더군다나 하이라인의 1년 운영비 중 98%가 일반 시민들의 ‘기부’로 이루어진다니, 연간 500만명이 찾는 공원이기에 부러운 게 아니라, 그만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이 된다는 사실이 부럽기만 하다.


하이라인은 2016년에도 아직 공사중이다. 하이라인북쪽에 위치한 상업 지구에 맞춰서 확장 공사가 진행이 되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공사가 완공이 된후에도 하이라인과 관련된 두 번째 글을 쓸까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뉴욕처럼, 하이라인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되지만, 그 안에 담긴 시민과 자연을위한 배려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뉴욕 방문시에는 꼭 하이라인을 들러서 도심 속 빌딩 숲 사이에 있는 진짜 숲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추가 정보를 얻고 싶다면


하이라인 파크의 친구들 웹사이트 – Friends of the High Line


이 시리즈에 대하여


<뉴욕 건축을 만나다>는총 15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뉴욕 곳곳의 공간에 담긴 사랑, 열정, 상상, 그리고 영감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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