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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크림빵 Mar 31. 2023

마음챙김 명상 3박 4일,  다시 고요해지다

심리학자가 경험한 마음챙김

  오랜만에 마음챙김 명상에 오롯이 빠져있다 왔습니다. 3박 4일 명상 리트릿에 다녀왔거든요. 새로운 환경에서 일찍자고 아주일찍 일어나야 하는 일상이 아직은 힘든 와중이어서 많이 기다렸습니다.


  저의 명상 경험을 살펴보면, 7년 전 MBSR 프로그램을 따라가면서 마음챙김 명상의 고요함, 아주 바쁘게 움직이는 마음속에 잠시 머무르는 경험에 흠뻑 빠졌었어요. 이후로 마음챙김 명상이 필요한 내담자들에게 안내를 하고 MBCT 집단프로그램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상담자인 저 스스로 마음챙겨 지내는 게 참 어렵더군요. 동료 친구들과 만나면 '아 누가 나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놨지만 기어코 켜지 않는 걸 보면 내담자들도 일상생활에서 명상을 실천하기까지 얼마나 어려웠을지 마음이 쓰입니다.


  그러고 보면 저 역시도 마음챙겨 지내기가 참 어려워서 그 경험이 참 소중하고 특별했구나 싶습니다. Being보다는 Doing으로 지내면서 순간순간의 경험을 놓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채로운 신체 감각에 마음의 감정과 생각에 충분히 머무를 수 없거든요. 그래서 내가 상담을, 운동을 좋아했구나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상담과 운동은 그 순간 거기에 마음챙겨 몰두할 수밖에 없거든요.


Photo by Matteo Di Iorio on Unsplash


  3박 4일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니 휴대폰과 잠시 멀어지고 지금 이 순간 나의 주관적인 현실 속에서, 내 정직한 몸의 감각 속에서 마음껏 헤엄치고 있었어요. 명상을 시작하면서 앉아있는 내 몸의 무게를 감각하고, 산처럼 안정감과 묵직함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고, 배와 옆구리, 등이 팽창되고 가라앉는 감각에 머물렀다가, 이내 코 끝으로 들어오는 호흡의 들어오고 나가는 감각에 오롯이 주의를 두어보았어요. 당연하게도 앞으로 있을 업무나 오늘의 저녁메뉴 따위로 생각은 떠오르고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그 생각에 딸려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 생각으로 돌아갔구나 알아차렸을 때에 다시 호흡으로 부드럽게 주의를 가져오면 됩니다. 처음에는 다시 낯선 경험이었던 이 마음챙김이 마지막 날에 20분 집중 명상을 했을 때는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생각을 마치 내 앞으로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바라보면서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생각은 다시 떠오릅니다. 통제하거나 없애려 하면 점점 수렁처럼 빠져들지만, 잠시 바라보고 관찰해 보고 돌아올 수 있어요. 마음챙김 명상이란 다른 곳으로 주의가 가더라도 돌아오는 과정 자체에 있으니까요. 생각이나 감정이 떠올랐다고 해서 잘못된 게 아니고, 그것에 딸려들어갔다 해서 못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저 아 이 생각과 감정이 마음에 떠오르는구나, 내가 잘하고 싶구나, 친절하게 바라보고 돌아오기만 하면 됩니다.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음악명상을 하면서는 음, 아, 이와 같은 모음 소리를 내면서 그 감각에 집중해 보았어요. 수십 명이 내는 묵직한 모음 소리는 마치 영화 콘택트(Arrival)의 외계 생명체가 내뿜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이 모음 소리는 우리의 목과 몸을 진동하며 이완해 주고 지금 여기의 소리와 감각에 머무르게 해주었어요.


  걷기명상을 하면서, 새롭게 배웠던 것은 4walk 4stop과 Anchoring walk였는데요. 그중에서도 앵커링하며 걷는 게 좋더라고요. 바람소리, 새소리, 따스한 햇살을 느끼면서 시작해서, 발가락부터 종아리까지, 그리고 골반까지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고, 발을 디딜 때마다 자신이 간직하고 싶은 가치를 되뇝니다. 저는 그냥 '알아차림'이라는 단어로 앵커링하며 걸어보았어요. 조금 더 알아차려서 느끼고 되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잠시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이전보다 주의가 덜 흐트러지면서 걷는 감각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자비명상은 단일 명상으로서는 연구를 통해 효과성이 가장 많이 검증된 명상이죠. 두 손을 가슴에 얹고 체온의 온기를 있는 그대로 느껴봅니다. 한번도 멈춘 적 없는 호흡과 심장박동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껴봅니다. 그리고 들숨에는 세상의 친절과 사랑이 흘러들어오고, 날숨에는 나에게로부터 사랑과 친절이 세상으로 퍼져나간다고 느껴봅니다.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사랑과 친절을 음미해 봅니다. 그저 바라봅니다. 손이 불편하다면 두 손을 바꾸어 겹쳐보고 다시 그 감각을 느껴봅니다. 그리고 친절한 마음을 가지고 나 스스로가 건강하기를, 평화롭기를, 행복하기를 바라봅니다. 나 자신에게 친절하기를, 고통의 원인으로부터 평화롭기를, 감정으로부터 자유롭기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기를, 불편함도 허용할 수 있기를 되뇌어봅니다. 자비명상은 문구를 반복적으로 되뇌는데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문구를 두 번씩 반복하며 머물러봅니다. Authentic Person, 진정한 타자는 내가 스스로 되어줄 수도 있습니다.


  조금더 확장해 본다면, 함께 이 공간에서 수련하고 있는 동료의, 집에 있는 가족의, 길을 지나가며 보았던 모르는 이의,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나를 힘들게 했던 대상에게 연민의 마음을 보내봅니다. 그 대상을 떠올리며 온전히 주의를 기울며 되뇌어봅니다. 특히 나를 힘들게 했던 대상을 떠올릴 때에는 감정의 파도가 높아질 수 있기에 그라운딩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 고통을 피해보려 하고 있다. 슬픔과 외로움과 절망을 겪어 알고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해 배우고 있다, 되뇌어 봅니다. 감정이 크게 느껴질 때에는 심호흡을 두 번하고 다시 자신의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감정을 피하는 게 아니라 나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감정에 머무르고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봅니다. 불편한 감정이나 생각이나 감각을 허용해 봅니다. 어떤 감정이고 생각인지 따라가보고 관찰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남은 한 마디를 다시 되뇌어 봅니다. 이제 불편한 감정이 여전히 남아있더라도 그대로 허용합니다. 그리고 다만 그도 고통을 피해보려는 한 사람이라는 걸 기억합니다. 부드러운 호흡에 자신을 맡겨봅니다. 들숨에 세상의 사랑을 채우고, 날숨에 남은 감정 나머지를 흘려내보냅니다.


Photo by Keegan Houser on Unsplash


  해변명상에 나가서 자유롭게 수련할 때에는 장난스러운 마음도 들고 정말 사람들이 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른 임직원분들, 그러니까 명상을 처음 접해보셨을 법한 대다수의 사람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걸으며 앉으며 마음챙겨 명상하고 있었습니다. 괜스레 벅차고 연대감이 일렁였어요.


  잠시 앉아서 호흡명상으로 시작해서, 바다에서 느껴지는 감각명상으로 이어나갔습니다. 따스한 햇살의 감각에, 머리 뒤에서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촉감과 소리에, 180도의 전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 넘치는 파도 소리에, 주의를 차례로 두면서 잠시 머물렀어요. 잠시 눈을 뜨고 바다의 반짝이는 윤슬을 살펴보면서 슬며시 미소 지어보았습니다. 내 마음은 바다와 같구나 느껴봅니다. 파도처럼 감정과 생각이 요동치기도 하지만 반짝이는 윤슬도 있고 잔잔한 소리의 파도와 투명한 바다의 빛깔도 있거든요.


  별빛명상도 정말 새로웠어요. 무얼 하지 않고 그저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명상이었는데요. 미세먼지나 구름 한 점 없는 짙고 푸른 바다가 하늘에도 있었어요. 거기에서 처음으로 별자리를 발견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국자모양의 별자리, 수박처럼 절반만 차오르고 가운데는 옅은 달, 명멸하는 수많은 별들. 저는 360도 구체인 지구 위 중심에 아주 작은 존재로 누워있었어요.


  이걸 쓰고 있는 지금, 벅차오른다는 걸 알아차려봅니다. 명멸하는 별들을 보자니, 또다른 내가 저 먼 곳에서는 계속 다르게 변화하고 있겠구나 하는 멀티버스의 나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그럼에도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 친절한 마음을 가져보았어요. 별들이 보이다가 보이지 않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곳에 있다, 그렇게 있다, 잠시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거기에 있다. 그건 마치 저의 존재와도 같더군요. 결국에 제 마음은 감사와 고요로 이어졌어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 참 감사하다.


Photo by Conscious Design on Unsplash


  요가명상을 할 때에 안내자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비교하는 마음이 들더라도 알아차리고 돌아옵니다' 기꺼이 수용하고 허용하고, 그러나 다시 돌아오는 것. 요가를 하면서도 마음챙김은 계속됩니다. 아마도 제가 운동을 하면서 주관적으로 못한다고 한정 지었던 한계를 깨는 연습을 한다고 느끼는 것처럼, 마음챙김 명상은 누군가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알아차리고 돌아오는 연습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마음챙김 명상은 생각과 감정이 곧 내가 되는 Doing 모드에서 빠져나와, 생각과 감정을 담고 있는 그릇으로의 자기로 돌아오는 Being 모드로 전환하는 연습입니다. 그럴 때에 우리는 그 생각과 감정을 그저 관찰하고 허용하면서 수용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반응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비난에 똑같이 참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마음의 상태는 같지 않습니다. 우리가 비난에 대한 분노를 알아차리고, 그럼에도 참기로 선택했다면 우리의 마음은 고요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된 반응으로서의 억제가 아니라, 깨어있는 존재로서 기꺼이 참아줄 수 있다고 여기고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프로그램은 ACT의 세션들을 결합하고 있었어요. 최고의 나를 발견하기는 참 거부감이 드는 제목의 세션이었지만요, 실제로 해보니 달랐습니다. 그중에서 마음에 남는 인생의 명제 두 가지입니다. 먼저 '실패는 없다. 다만 피드백이 있을 뿐이다'라는 여전히 피드백이 뭐였을까 해결되지 않은 부대끼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 이걸 쓰면서 느끼는 건 아마도 그때 나는 알아차림이 필요했던 것일까 싶습니다. 그랬더라면 그 감정과 생각의 파도에 휩쓸려서 마치 그게 나인 것처럼, 이 상황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느끼는 데서 자유로웠을 테니까요. 두 번째는 '자원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자원이 없는 상태'가 있을 뿐이다'입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내담자의 무기력에 함께 빠져들면서 저 역시도 내담자의 강점과 자원을 충분히 발견하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었어요.


  저의 가치 단어 다섯개를 담은 문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나는 성장과 관계를 지혜롭게 하기 위해 수용하고, 유머를 통해 더 풍요로워진다'. 써놓고 보니 제가 얼마나 현실에서 수용이 필요한지, 거꾸로 말하면 저항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정말 마음챙김 명상을 꾸준히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으로 고요해지는 시간을 저도 꾸준히 가져보겠다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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