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추위가 주춤하더니 한 주 시작과 함께 밀려왔다. 아직은 겨울이다.
실천문학사 ‘역사 인물 찾기’ 편은 내가 좋아하는 기획이다. 평전에 재미를 들인 『문익환 평전』이 이 기획이었고, 이 기획으로 이현상, 박헌영, 여운형 같은 사람을 알았다. 무언가 문헌적이고 개괄적인 김삼웅 식 평전보다는 문학적이고 열성을 다 보인 듯한 저술이 보이곤 했다. 해서 ‘역사 인물 찾기’ 30번 『김병곤 평전』은 기대가 컸다. 워낙 오랜만이기도 했다. 평전 저작이 다종다양한 판인 상황이었다.
김병곤이라는 인물. 민청학련 사건에도 연루됐고, 뒤에 광주와 김근태의 민청련 탄생에도 가담한 인물이라고 서술됐다. 인물이 좋고 키카 크며 품이 넉넉해 포용력이 좋다는 주변 인물의 평이 있다. 생애를 걸고 민주화와 빈자를 위해 노력한 사람이라고 했다.
훌륭한 사람이다. 인데, 평자가 인물을 흩트려 놓았다. 평자는 등단 후 몇 권의 저작을 낸 소설가. 너절한 문학적 묘사가 몰입을 방해한다. 반복돼 이제는 지겨울 정도인 한국 연대사 연표를 마치 절륜한 사가인양 대목대목 평가하고 서술하는 부분은 그냥 건너뛰었다. 평자는 어쩌면 이 저작을 두고 다시 일어서는 기회로 삼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출판사 측에서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평자를 섭외하는지 들여다보고 싶다.
인물을 두고 치열한 취재와 조사를 한 뒤, 이를 바탕으로 인물의 전 생애를 꿰어 기록하는 게 평전 저술의 알파이자 오메가인데, 평자는 자신의 문재 혹은 묘사 기량을 뽐내는 데 마음이 앞선 모양이다.
내 독서의 한 움큼을 차지하는 분야가 평전인데 이번 평전은 실망이 크다. 빈한하고 고달픈 한국 문단 현실에서 창작물로 생활을 이어나가는 게 어렵다는 얘기는 들었다. 이름난 기업의 총수·경영자부터 건물 몇 채를 보유한 졸부를 거쳐 생활이 윤택한 필부에 이르기까지 자서전을 대필하는 이른바 고스트 라이터가 숱하게 있다고 들었다. 하물며 그이들도 큰 돈 받고 밥벌이를 다하려 최선을 다할진대 걸출하고 화급히 알려야 할 필요가 있는 인물을 다룸에야.
혹독한가. 신랄한가. 그렇다 하더라도 이 글을 실천문학사 관계자가 읽었음 한다. 『김병곤 평전』 저자가 읽었으면 더 좋겠다. 이 땅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 출판시장도 전쟁을 방불케 한다고 들었다. 과거 명성에 기대 안일하고 독자와 괴리된 저작, 땅을 딛지 않는 평전은 안 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