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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환희 Aug 27. 2015

광복 70주년 기념 숙취

후배 얼굴이 굳었다. 늘 해사한 녀석이었다. 오직 한길 이민만을 꿈꾸는 중이라고 했다. 모든 기대와 미련이 말라버렸다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고 했다. 그저 싫다고. 이 나라에서 더 이상 무언가를 해보려는 마음이 없다고 녀석은 '단언'했다.
 계획은 내후년. 목적지는 독일이다. 전부터 공부하러 가고 싶다는 말은 들어왔다. 올해 들어 녀석은 마음을 먹었다. 살러갈 거라, 아예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기술자가 귀한 기술을 배운다는 계획을 들려줬다. 구체적이었다. 말끝에 식은 웃음이 다붙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광복 70주년 맞이 정부 지정 공휴일 하루 전날 녀석과 만났다. 통음했다. 이튿날 숙취와 더불어 머릿속을 도는 말은 '탈주'였다. TV에선 광복 70주년 기념 프로그람들이 연달아 방영됐다.
 10대 마음을 사로잡는 인기 그룹, 동계 빙상 종목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체육인, 노래깨나 한다는 가수들과 추첨으로 선정해 구성된 이른바 국민합창단이 무리지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이날 대미를 장식했다.
 거기에 섞인 지도자. 소원은 통일이라며, 행복하다며 그들은 환한 웃음을 지었다. 후배 녀석이 내게 늘 짓던 모습이었다.
 브라운관 속 조도가 높을수록 터전에서 짐을 꾸려 이 나라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이제는 욕도 하지 않는다. 원망도 희망이 보일 때 내비치기 마련이라는 오래된 말을 생각했다. 이날 숙취는 오래 이어졌다(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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