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의 강인함이 사회 시스템이 된 과정
5화. 시수(Sisu)라는 코드
― 개인의 강인함이 사회 시스템이 된 과정
Sisu, 핀란드를 움직이는 한 단어
핀란드에선 위기 앞에서 모두가 같은 단어를 꺼낸다.
시수(Sisu).
직역이 불가능한 이 말은
- 끝까지 버티는 힘
- 포기하지 않는 끈기
- 불가능 앞에서 한 번 더 밀어붙이는 용기
를 의미한다.
핀란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네 안에 시수가 있니?
시수를 보여줘!
이런 말을 듣고 자란다.
개인의 미덕을 집단의 시스템으로
하지만 시수는 단순한 개인의 의지나 성격적 특질이 아니다.
핀란드는 시수를,
사회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 학교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구조,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때 더 큰 칭찬을 받는다.
- 복지 시스템에서 실업, 질병, 파산을 끝이 아닌 재시도 기회로 설계한다.
- 벼랑 끝에 몰린 순간, 사회가 등을 떠밀기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깐다.
- 국방, 위기관리, 외교… 모든 영역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거기서 한 번 더 돌파할 구조를 만든다.
시수의 사회적 확장 ― 실패를 견디는 구조
핀란드의 시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사회에서 최소화하는 구조와 연결된다.
- 실업자에게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없다.
- 창업 실패에도 패자부활전이 시스템에 내재되어 있다.
- 국가 정책, 지방자치, 기업 경영 모두 위기→실패→복구→재시도의 선순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이런 구조 덕분에,
핀란드인은 실수나 실패를 숨기지 않는다.
공공연히 이렇게 실패했고, 이렇게 다시 일어섰다고 말한다.
시수와 합의제, 그리고 위기관리
시수의 또 다른 힘은
개개인의 강인함이 집단의 합의 시스템 설계와 결합될 때 발휘된다.
- 겨울전쟁 때 끝까지 버티자는 국민적 합의
- 경제위기, 팬데믹, 러시아 침공 등 각종 위기에서도
최악을 가정하고, 모두가 버텨낼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설계
- 정치적 합의, 노사정 대타협, 복지정책 등에서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끝까지 버티는 힘을 구조화
핀란드는 위기의 순간마다
영웅이나 리더의 결단이 아니라
1. '시수'적인 집단합의
2. 버틸 수 있는 시스템
이 두 가지를 세트로 만든다.
시수, 미래를 설계하는 실행 전략
오늘날 핀란드의 혁신, 복지, 교육, 환경, 국방, 디지털 행정…
이 모든 시스템에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가?라는
시수적 사고가 내재되어 있다.
- 정책 실패, 사회적 충격, 국제적 위기에도
시스템이 곧바로 무너지지 않도록 방어선을 여러 겹 만든다.
- 복지와 창업, 실업과 재도전, 노사정 협상, 위기대응 매뉴얼 모든 곳에
시수의 정신이 살아 있다.
- 시수는 개인의 덕목이 아니라,
사회가 모두를 위해 설계한 공공의 자산이다.
오늘의 교훈
한국 사회는 끈기, 근성, 정신력을
개인에게만 요구한다.
그러나 핀란드는
집단적 시수, 시스템으로서의 시수를 만든다.
개인이 버틸 수 있도록
사회가 구조를 만들고,
실패와 재도전이 자연스러운 시스템,
위기 속에서 모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시수의 구조.
이것이 핀란드가
작지만 단단한 나라로 살아남아
세계가 배우는 이유다.
한국 사회는 위기 때마다
누가 더 독하게, 더 오래 버티는가를 묻는다.
핀란드는
누구도 혼자 버티지 않게 하려면
어떤 시스템, 어떤 합의, 어떤 안전망이 필요한가를 묻는다.
우리도 이제
개인의 시수가 아니라
구조로 설계된 시수를
사회 전반에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다음 화 예고
6화에서는 사우나의 사회학 ― 계급을 벗겨내는 평등 장치의 구조적 힘을 다룹니다.
핀란드의 평등, 신뢰, 협력, 사회적 합의가
사우나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구조적으로 실현되는지,
그리고 그 정신이 사회 전체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탐구합니다.
[핀란드 : 침묵의 지성이 만든 구조]
왜 550만 명의 작은 나라는 세계를 가르치는가
1부 5화. 시수(Sisu)라는 코드 – 개인의 강인함이 사회 시스템이 된 과정
(이 글은 핀란드 정부, OECD, EU, S Group, 다양한 공식 자료와 연구,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