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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Jul 12. 2023

연단의 시간

사명과 소명

모세는 유대인으로 태어나 가까스로 죽음을 모면하고 오히려 이집트의 왕자가 되어 40년을 살았다.

왕족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던 모세는 40세가 되던 해에 혈기를 참지 못하고 동포를 괴롭히는 이집트인을 때려 죽이고 살인자가 되어 도망쳤다.


모세는 척박한 고센 땅에 정착하여 40년을 목동으로 살았다. 당시 목동은 천대 받는 직업이었다. 이집트의 왕자에서 천대 받는 목동으로 전락하여 고된 노동과 궂은 일을 하며 연단의 시간을 보냈다. 혈기를 부리던 모세는 연단의 시간을 보내며 이윽고 하나님께 '온유한 사람'으로 인정 받았다.


혈기를 부리던 사람에서 온유한 사람이 된 모세는 80세가 되던 해에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아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의 압제에서 해방시키는 소명을 받아 죽기까지 소임을 다하였다. 그러나 광야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던 모세는 온유함을 잊고 하나님의 명령 앞에서도 혈기를 부려 결국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 채 하나님께 불려가고 말았다. 


내 나이 40에 하나님께서 나를 돌려놓으셨고 아마도 지금은 나도 연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혈기를 내려놓고 온유함을 지닐 수 있도록 많은 깨달음과 때로는 고통의 순간을 보내며 다듬어져가고 있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솟구쳐 올라오는 혈기를 이기지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혈기 때문에 나의 가장 사랑하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아파한다. 그리고 나는 깊은 자책에 빠져 우울한 채로 며칠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모세가 광야에서 지팡이로 바위를 깨뜨려 이스라엘 민족이 마실 물을 말라버리게 한 일이나 하나님께서 주신 계명이 새겨진 돌판을 깨뜨려 버린 혈기가 위안이 된다. 연단의 시간을 거쳐 온유한 사람이 된 모세도 혈기를 이기지 못했는데 나 같이 부족하고 더욱이 아직도 많은 연단이 필요한 사람도 여전히 실수하고 여전히 모자르고 여전히 잘못을 저지를 수 있구나.


오늘 수요예배 때 주신 말씀은 자책감으로 우울함에 빠져 있던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마치 하나님께서 '00야, 괜찮아. 연약한 너이기에 실수할 수 있단다. 이제 깊이 뉘우치고 다시는 그러지 말거라'하시며 토닥이시는 것 같았다. 


여전히 우울한 기분이 확 가시지는 않았지만 이제 다시 이 땅에서의 소명과 사명을 생각하며 연단의 시간을 받아들일 용기가 생겼다. 


온유한 사람이 되자. 겸손하게 내게 허락하신 능력을 나누는. 불안해 하며 겁먹지 않는. 믿고 지켜봐주는. 

그리고 무엇보다 쉬지 않고 기도하는. 온유한 사람이 되자.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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