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Un Beau Lie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BUNI Apr 25. 2018

4. 순수함

손을 잡으면 설렘과 긴장까지 전해왔던

손을 잡고 있으면 땀이 뻘뻘. 처음에는 다한증이 있나 걱정됐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손을 잡아도 그 때만큼 땀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 때 알았습니다. 손 잡는것 하나에도 그렇게 긴장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그만큼 조심스러웠고, 그 모습이 훤히 보이는 순수함에 빠져들었습니다.




연애를 막 시작했던 그 때 오빠 나이 스물 아홉, 나는 스물 다섯. 보통 그 나이쯤 되면 손 잡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었는데 오빠는 유난히 어려워하더라고.


첫 여행으로 전주를 가던 날, 우리는 가는 내내 손을 잡고 있었잖아. 한 여름도 아니었는데, 에어컨도 틀고 있었는데도 오빠 손에서는 땀이 멈추지 않았어. 다한증이 있나 걱정이 될 만큼 땀이 참 많이나더라고. 오빠는 미안했는지 연신 옷에다가 손에 난 땀을 닦고 다시 손을잡기를 반복했지. 


(지금은 한 여름이어도 그렇게까지 땀이 나지는 않는 것 같은데..? 뭐, 물론 그때만큼 손을 안잡고 다니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그 때는 손 잡는것 하나도 오빠는 그렇게 긴장했었다는걸 조금 늦게 알았지. 한 번씩 그때가 생각나.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밤새 팔베게 해주면서 오빠는 잠 한숨 안자고 나를 쳐다봤잖아. 떨려서 잠이오지 않았다고. 나도 잠든 척 했지만, 그 시선이 느껴져서 신경쓰다 결국 나도 한 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지. 그덕에 다음날 우린 세시간 반이면 충분히 집까지 도착할 거리를 여섯시간이나 넘게 걸려서 도착했잖아. 운전하다 졸리다고 잠시 쪽잠을 자기 위해 멈췄던 오빠는 두시간을 푹 자고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지. 마침 비도 많이 내렸던 날이라, 조용히 빗소리를 들으며 나도 잠이 들었고.


그 뒤로도 오빠는 부끄러움을 타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였고, 우리가 진짜 편한 사이가 되기까지 일 년 쯤 걸리지 않았나 싶어. 나는 이런 오빠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것 같아. 그래서 더 놀려먹기도 했고.




사실 여자를 몰라서 조금 답답하더라도 순수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연애해보고 싶었던게 내 꿈이었어. 연애 많이 해보고, 여자를 잘 아는 사람이 편하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연애할 때 이것저것 재고 따질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저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모든 걸 다 해주고 싶고, 그만큼 나를 조건없이 사랑해줄 사람을 꼭 만나고 싶었지. 그게 오빠였나봐. 


오빠의 감정이 말에서, 행동에서 있는 그대로 전달되어 왔어. 아마 그래서 내가 푹 빠져버렸던 것 같아.

매거진의 이전글 3.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