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으면 설렘과 긴장까지 전해왔던
손을 잡고 있으면 땀이 뻘뻘. 처음에는 다한증이 있나 걱정됐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손을 잡아도 그 때만큼 땀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 때 알았습니다. 손 잡는것 하나에도 그렇게 긴장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그만큼 조심스러웠고, 그 모습이 훤히 보이는 순수함에 빠져들었습니다.
연애를 막 시작했던 그 때 오빠 나이 스물 아홉, 나는 스물 다섯. 보통 그 나이쯤 되면 손 잡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었는데 오빠는 유난히 어려워하더라고.
첫 여행으로 전주를 가던 날, 우리는 가는 내내 손을 잡고 있었잖아. 한 여름도 아니었는데, 에어컨도 틀고 있었는데도 오빠 손에서는 땀이 멈추지 않았어. 다한증이 있나 걱정이 될 만큼 땀이 참 많이나더라고. 오빠는 미안했는지 연신 옷에다가 손에 난 땀을 닦고 다시 손을잡기를 반복했지.
(지금은 한 여름이어도 그렇게까지 땀이 나지는 않는 것 같은데..? 뭐, 물론 그때만큼 손을 안잡고 다니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그 때는 손 잡는것 하나도 오빠는 그렇게 긴장했었다는걸 조금 늦게 알았지. 한 번씩 그때가 생각나.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밤새 팔베게 해주면서 오빠는 잠 한숨 안자고 나를 쳐다봤잖아. 떨려서 잠이오지 않았다고. 나도 잠든 척 했지만, 그 시선이 느껴져서 신경쓰다 결국 나도 한 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지. 그덕에 다음날 우린 세시간 반이면 충분히 집까지 도착할 거리를 여섯시간이나 넘게 걸려서 도착했잖아. 운전하다 졸리다고 잠시 쪽잠을 자기 위해 멈췄던 오빠는 두시간을 푹 자고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지. 마침 비도 많이 내렸던 날이라, 조용히 빗소리를 들으며 나도 잠이 들었고.
그 뒤로도 오빠는 부끄러움을 타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였고, 우리가 진짜 편한 사이가 되기까지 일 년 쯤 걸리지 않았나 싶어. 나는 이런 오빠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것 같아. 그래서 더 놀려먹기도 했고.
사실 여자를 몰라서 조금 답답하더라도 순수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연애해보고 싶었던게 내 꿈이었어. 연애 많이 해보고, 여자를 잘 아는 사람이 편하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연애할 때 이것저것 재고 따질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저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모든 걸 다 해주고 싶고, 그만큼 나를 조건없이 사랑해줄 사람을 꼭 만나고 싶었지. 그게 오빠였나봐.
오빠의 감정이 말에서, 행동에서 있는 그대로 전달되어 왔어. 아마 그래서 내가 푹 빠져버렸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