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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UNI Apr 28. 2018

9. 큰 사람

든든하게 의지할 수 있는, 나에겐 큰 사람 

사실, 남자친구보다 제가 더 키가 큽니다. 연상커플은 아니고, 연장커플이라고 해야할까요? 처음에는 저보다 키가 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마법의 힘 덕분에 저보다 큰 척을 했던 거였더라고요. 이제는 그런 것 없이 편한 신발을 신고 만납니다. 중요한 건 키가 아니라, 마음이니까요.




오빠는 나보다 키도 작은데, 이상하게 꼭 나보다 큰 사람처럼 느껴지더라고. 든든하고, 의지가 되고. 사소한 것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아. 덕분에 내가 힘들 때나 약해질 때, 기댈 수 있었고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


자전거를 세 번쯤 탔을 때, 내리막길을 잘못 내려가던 나는 자전거에서 넘어졌지. 내 느낌에는 마치 내가 날은 것 같았어. 크게 다쳤고, 너무 아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어. 오빠는 팔 뼈가 부러진거라 생각하고 날 업으려 했지만, 나는 아예 꿈쩍도 하지 못했지. 결국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을 가야만 했어.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쇄골이 세 조각으로 부러져서 수술해야한다고 했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 타고 온다며 신나게 나갔던 딸이 응급실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우리 부모님도 오셨어. 여자친구 부모님을 응급실에서 처음 만나게 하다니. 나는 참 엄청난 아이네.


보통 쇄골은 뼈 모양만 다시 맞춰서 자연치유를 시킨다고 하지만, 나는 세 조각이 나버려서 수술을 해야만 했지. 먼 거리였는데도 퇴근하고 병원에 들렸다 가고, 쉬는 날에는 병실에서 같이 있어주기도 했어. 수술하고 나서는 꽤 아팠는데, 오빠가 옆에 있어서 그랬는지 그래도 참을 만 하더라고.


머리도 못 감고, 안경끼고, 병원복 차림인 내가 뭐가 예뻤겠어. 그래도 오빠는 귀엽다, 예쁘다, 오히려 사랑스럽다고 해주더라고. 나중에는 너무 머리를 감고싶다고 하니까, 오빠가 머리도 감겨줬잖아. 세수도 시켜주고, 양치도 시켜주고. 


아마 이 때부터 오빠가 든든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 




올해 초,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지. 우리 집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나는 만약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면 내가 여러 사람들을 챙기고,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을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오빠에게 건강이 안좋아지셨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도와달라 부탁했었고. 


아직 정식으로 인사를 드린 것도 아닌데, 좋지 않은 일을 부탁하는 거라 많이 미안했어. 그런데도 이 상황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오빠밖에 없더라고.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우리는 같이 있었어. 외할머니를 우리 집 근처 병원에 모시고 있었고, 마침 그 날은 모임때문에 우리 동네에 있었지. 모임자리에서 갑자기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멍 해졌어.오빠는 그랬던 나를 정신차리게 해줬지.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내가 지금당장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떠오르기 시작하더라고.


덕분에 엄마를 챙길 수 있었고, 무사히 장례식이 마무리 될 수 있게 됐어. 혼자였으면 아마 그 많은 일들을 다 해내지 못했을 거야. 나에게 정말 큰 일이 있을때면, 늘 곁에 오빠가 있었더라고. 그래서 그 많은 일들을 다 겪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오빠는 나에게 큰 사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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