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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UNI Oct 13. 2022

2. 가족의 탄생

결혼은 내 가족이 만들어지는 것

결혼은 한 가정과 또 다른 한 가정의 결합일까?
결혼한 나의 가족은 누구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결혼 생활의 중요한 방향이 되는 것 같다.
우리 부부에게 결혼한 두 남녀의 가족은 ‘배우자'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가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한 10대, 20대에는 '결혼 = 가족과 가족간의 결합'이라는 정의가 일반적이었다. 


늘 궁금했다. 왜 더하기(+)가 되는 것일까. 나의 부모님과 배우자의 부모님이 우리 두 사람을 통해서 가족으로 묶인다는 것일까.


나에게 가족이란


나의 가족인 엄마, 아빠, 형제 자매는 이런 의미였다.

편안함,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

내 선택을 지지해주는 사람

나의 꾸밈없는 솔직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사람

진실된 내가 속한 곳이자 정서적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가족이었다. 물론 가족에게 그런 사람이고자 했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나씩 확장해나갔다. 


1. 친척은 가족일까? 글쎄.


1년에 한 번, 10년에 한 번 보지도 않는 사이가 가족이라고 하기엔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더욱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만나는 기회가 적어졌고, 30대가 되니 하나, 둘 자신의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저 사람도 이제 자기만의 가정이 생겼구나'를 느끼며 변화가 서서히 시작됨을 알았다.



2. 동생이 결혼한다면 그 배우자가 나에게 가족일까? 아니.


사랑하는 동생의 배우자일 뿐, 그 사람과 나는 가족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동생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표시로 동생을 챙기듯 좋은 것들을 나누어주는 것 정도이지 않을까. 어르신들 말처럼 자기들끼리 무탈하게 행복하게 잘 살면 그만이지 싶었으나, 왠지 조카는 다른 얘기일 것 같았다.



3. 배우자의 가족은 나에게 가족일까? 흠.


내 부모, 내 형제를 생각하는 것만큼 배우자의 부모, 형제를 똑같이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우리 부모, 형제를 선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단순히 가족관계증명서와 같은 문서같은 것이 아니라 시간과 추억이 쌓이고, 탄탄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K-장녀의 특징이지만 책임감이 수반되기도 하는 것. 아무튼, 나는 배우자의 가족(부모,형제)은 한 다리 건넌 가족처럼 느껴졌다.


결혼은 나에게 두 개의 가족이 생기는 것


우리는 결혼 후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두 사람이 중심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관성처럼 고민이 있을 때, 혹은 슬프거나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부모님을 먼저 찾게 되겠지만 결혼한 이후에는 의식적으로라도 배우자와 의논하고 결정을 내리는 주체적인 어른이 되어야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 믿었다.

'가족은 누구인가.'


일부러 이 주제에 대해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혼 후 우리의 첫 번째 가족은 배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부모와 함께한 시간은 약 30년이지만 앞으로 배우자와 함께할 시간은 30년 그 이상, 혹은 70년도 더 될지도 모른다. (남편은 100살까지 부부로 살아야한다며 아직도 자신과 살 날이 67년이나 남았다며 매년 한 해씩 깎아서 얘기해주곤 한다.) 그러니, 서로에게 신뢰할 수 있는 배우자가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이 먼저일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그리고 우리의 두 번째 가족이 부모형제가 되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괜히 결혼을 하면 어른스러워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에게는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형제에게 어렸을 때 많이 싸웠으니 잘 챙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더라도 사랑받는 자녀이자, 함께 있으면 즐겁고 든든한 형제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각자 이 두 개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잘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각자에게 두 개의 가족이 있다고 여기고, 서로 성격이 다른 이 두 개의 가족 구성원으로 우리가 해야할 역할이 있다는 것을 잘 받아들이고 그 때마다 스위치를 켰다가 끄는 것처럼 잘 전환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결혼한지 만 4년.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의 배우자이자 장녀, 장남으로 살아오고 있다.


부모님이나 동생 생일일 때, 여행가고 싶을 때, 전화를 할 때 등 우리는 두 번째 가족의 구성원으로써 잠시 돌아가곤 한다. '각자' 집에 가면 잔소리도 하고, 떄로는 어리광도 부리고 용돈도 받아온다. 그렇게 온전히 결혼 전의 모습으로 잠시 돌아갔다가 집으로 돌아와서는 자기 집에서 있었던 일을 서로 자랑하기도 하고, 함께 걱정하기도 한다.


배우자는 내가 선택한 가족



중학교 때 나는 절대 결혼을 하지 않겠다 했고, 고등학교 때 나는 외국인과 결혼하겠다며 엄마를 당황시키곤 했다. 이러한 나의 결혼관을 모두 지켜봐온 엄마가 어느 날은 결혼 3.5년차 유부가 된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넌 왜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니?"

"나도 내 가족이 필요한 것 같아서. 살다보니 엄마아빠도, 동생도 늘 곁에 있는 게 아닌 것 같더라고. 나한테 무슨 일이 있을 때 나를 챙겨줄 가족이 있어야 되겠던데."


어르신들이 자식들이 다 자기 짝을 찾아야만 자신의 일이 끝나는 것이라고 하는 말을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독립해서 살다 보니 아파서 병원에 가야하는 일도 있고, 먼 출장길을 배웅해주고 마중나와야하는 순간도 있고, 회사에서 받은 속상함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하는 순간들이 생겼다.


이러한 상황들을 겪으며 '내가 제일 의지하는 것이 남편이구나, 이 사람이 가족이구나.'하며 결혼과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평소엔 한없이 내가 챙겨줘야 할 사람이지만 가끔 참 남편이 듬직해보이는 상황들이 신기하기도 하다. ^^)




사실 이렇게까지 결혼이 무엇인지, 가족이 누구인지 고민하면서까지 결혼을 해야 하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부모님의 생활과 나의 생활, 동생의 생활이 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며 어느 순간에는 부모형제가 내 곁에 없는 순간이 점차 많아질 수 있겠다는 것을 느끼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배우자로 만들고자 한 것처럼,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한 번쯤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배우자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모두가 다르겠지만 결혼이란 나를 책임져줄 수 있고,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가족으로 만드는 과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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