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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사 Aug 31. 2015

셜록 시즌2  The Reichenbach Fall

I Owe U


3화를 보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오! 노! 셜록 죽으면 안돼!!!!'....... 가 아니라, 그러니까 '셜록은 추리물의 탈을 쓴 H 치정물인가?' 하는 작품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 혹은 깨달음.

실존인물이나 좋아하는 작품의 캐릭터로 양산되는 팬픽을 아주 싫어하는 나조차 셜록을 보면서 서서히, 마치 빙하가 내려가는 속도처럼 느릿하게 시나브로, 음, 얘네는 그런 사이구나, 인정하게 만드는 셜록과 존의 강력한 유대관계;; 가만 생각해보면, 코난도일의 홈즈에서도, 그 이후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조차 왓슨의 부인, 그 비록 이름뿐만이라도 존재했었다. 그런데 이번 셜록에서, 왓슨은 마지막까지 BACHELOR로 남아있지. 

누구를 위해서일까? 오, 물론 셜록. 

이렇게 깨가 쏟아지다보니, 모리아티는 셜록과 존의 관계를 부러워하다 못해 질투한 나머지, 그 둘 사이에 끼어보려고 무던히 애를 쓰다가 잘 되지 않자, 너죽고 나죽자 모드의 스토커가 된 것이 아닌가! 모리아티가 세상의 돈과 권력 등등 모든 것을 다 가지면 무엇하나, 그에게는 셜록(혹은 존)이 없는데. 그래서 그는 '내가 가질 수 없으면 아무도 가질 수 없어', 모드로 셜록의 죽음을 모략하지만, 'I owe U'를 넘어서는 'I am U', OMG! 세상의 모든 연인들이 꿈꾸지만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이상'의 떡밥을 던진 셜록의 유도에 넘어가버려(악마같이 똑똑한 놈이 이건 깨닫지 못하다니) 영원한 해피엔딩(H 동반자살)을 도모해버린 이야기가 되겠다. 

여기까지는 농담반 진담반 ㅋ


'라이헨바흐 fall'이 원작의 라이헨바흐 폭포의 제목이자, 셜록이 더욱 유명해지게 된 사건의 제목, 더 나아가 리차드 브룩으로 변주되고, 마지막 결국 셜록이 유명해지게 된 사건이 셜록의 추락으로 돌아오는 반전 등의 많은 의미가 내포된 제목이지만, 그것은 그저 사건 중심의 이야기에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정도고, 시즌1과 2를 통틀어, 3화에서 마침내 꽃을 피운, 가장 큰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는 'I owe U'다.

모리아티가 셜록에게, 셜록은 존에게, 그리고 마지막 존이 셜록에게,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세 인물의 입을 통해 나온

'I owe U'


시즌 1에서 스스로도 인정한 소시오패스 셜록이, 존이 자신을 보지 않을 때만 슬픈 표정을 짓게 되고 몰리의 아버지와는 다르게 셜록이 의식하는 유일한 타인이 존이라는 의미-존 외에는 no one. 'You look sad, when you think he can't see you.', 비록 친구까지는 아니더라도 몰리에게 도움을 청하며 I가 아닌 U의 존재의 의미를 찾았고 'what do you need?' 'You', 친구가 없다고 하던 셜록, 네 친구들을 죽일거라는 모리아티의 협박에, 존과 허드슨 부인, 거기에 레레 경감까지 무려 세 명이나 언급하기까지, 그리고 마지막 자살 전, 존에게 전화를 해 유언을 남기면서 눈물을 흘리게 된 'I owe U'다.

I love you가 대상의 의미라면, I owe you는 존재의 의미다.  


모리아티가 처음에 던진 'I owe U'는 어찌보면 seed다. 셜록의 머리에 심어준 seed (다른 에피소드나 라이헨바흐 폴처럼 셜록 작가들이 좋아하는 같은 단어의 다른 쓰임새 같은 것. 물론 사전적 의미 그대로도 있지만, 이후 셜록과 존의 말과는 분명히 다른 노선). 뇌리에 남은 그 말을 셜록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중얼거린다. 그러나, 혼잣말에 지나지 않는 그 말을 유의미하게 만들어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셜록이 그토록 우습게 알던 몰리다. 몰리를 통해서 셜록이 '혼자' 내뱉은 그 중얼거림이 혼잣말로 허공에 흩어지지 않고 존에게 향하도록 한다. 이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언제나 혼자서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존이 투덜대는 '다 알지'하는 그 표정 ㅋ) 셜록이 하찮은 몰리를 통해서 존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것, 근사했다. 

무의미한 '혼잣말'이 유의미한 '고백'이 되어버리는 과정. 


그리고 이 말의 대답은, 마지막 왓슨이 울음을 삼키며 셜록에게 하는 고백으로 돌아왔다. 존답게 좀 더 친절한 주석을 붙인 채.

'I was so lone .... I owe you so much'

이 장면 역시, 셜록의 비석 앞에서 왓슨이 '혼잣말'처럼 내뱉지만 사실은 '고백'이었다는 것 이러려면 마지막에 셜록이 나와줘야... 그렇지! 나왔다! 

여기서 또 기가막힌 게, 'you look sad, when you think he can't see you'라는 몰리의 대사가 이 한 컷을 통해 자연스레 떠오르며 뉘앙스가 변주되어 존의 'i owe you'와 연결돼 커뮤니케이트된다는 사실이다. 뭔가요, 둘은 떨어져있고, 심지어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아도, 이렇게 서로 연결된다는 뜻인 건가요? ㄷㄷㄷ

"I was so lone... I owe you so much" 'I am sad, when you can't see me' 로 이어지는 대화가 떠오르는 건, 망상이 지나친 탓일까요?


"I" 혼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것은 그냥 혼잣말, 허공에 흩어지는 nothing. "You"가 존재할 때 "I" 또한 유의미하며, 그 유의미는 I와 U가 서로 다름으로써 생긴다. 그러니 'I am You'는 이상이 아닌 허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리아티가 'I owe U'를 던졌을 때 말그대로 '이 빚은 내가 꼭 갚겠다.'류의 의미 더하기 셜록을 통한 모리아티의 존재의의였다셜록이 모리아티를 창조했다는 개뻥이 세상에 먹힐만큼. 그러나 "I am You'가 된 순간, 그걸 인정한 순간, 모리아티는 여전히 lone한 extraordinary가 되고 모리아티가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은 필연이 된다. extraordinary 셜록도 마찬가지. 이를 통해 I와 U의 관계는 'am'이 아니라 'owe'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아래에서 좀 더 부연설명하겠음.

여기서 하나 재미있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것은, 실제로 모리아티와 셜록은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만일 셜록이 존을 만나지 못했다면 말이다. 셜록이나 모리아티나 '타인'을 바라보던 시선&감정은 같았다. 그렇기에 셜록은 모리아티가 Big Lie를 만들어 셜록을 disgrace 속에서 죽게하려던 전략을 역이용해서 모리아티를 제거할 수 있었다. A study in pink에서 셜록 또한 자신이 맞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그 알약을 먹으려고 했다. 그때 도와준 게 '존'이었지, 오!. 그것과 같은 심리 기제가 모리아티에게도 있었을 거다. 그걸 이용해 셜록은 모리아티를 제거한 셈 (원작에서는 물리적으로 셜록이 모리아티를 안고 뛰어내리지만, 21세기에서는 두뇌싸움 심리게임을 통해서 표현한 셈이지요). 마지막 모리아티와의 대결에서 셜록이 한 대사 'Oh, I may be on the side of the angels, but don't think, for one second, that I am one of them.'는 거짓이 아니었다, 분명. 그리고 셜록의 의도대로 모리아티는 자신의 game에서 final act로서 자살을 택한 것 (모리아티가 살아있는 한 친구들도 살고 나도 살 방법이 있을 거라는 셜록 최후의 한 수에 대항하기 위해, 그럼, 내가 죽어버리면 어쩔래? 랄까). 'Boast-a-lot'이라고 모리아티가 놀렸지만 실제로 'Boast-a-lot'해서 죽어버린 건 모리아티.

하지만 셜록은 변화했다. 그 증거가 몰리다. 


시즌1-1화에서 시즌2-3화에 걸쳐 변화하는 몰리의 위치는 셜록이 자신이 아닌 '타인'을 보는 시선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모리아티가 모리아티고, 셜록이 셜록인 것은 바로 이 한끝 차이. 좀 더 설명하자면 U가 있느냐 없느냐, 그것의 문제. 플러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셜록이 모리아티와 함께 몰락하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키가 되는 역할을 한 것도 몰리, 존이 아니라, 이게 진짜 멋지다+_+

그리고 또 하나의 증거는 눈물. 


옥상에서의 말과 행동은 모리아티를 제거하기 위한 셜록의 한 수였다면, 그 진심은 자살 직전 흘린 눈물에 들어있다. 이전의 셜록 같았다면, 오, 이 게임 완전 재미있어, 하나도 안지루해, 하면서 웃었겠지. 1화에서 아이린의 죽음을 증명하고 영안실 앞에서 우는 사람들을 보면서 홈즈 형제들이 나눈 대화를 생각해보시면 더 공감이 쉬우리라. 그런 셜록이 울었다. 아이러니하게 모리아티의 Big Lie가 셜록안의 Big Truth를 인정하게 한 셈. 


21세기 셜록을 보면서 또 하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20세기를 지배한 실존주의다. 19세기 말, 홈즈가 코난도일에 의해 창조되었을 때, 유럽은 산업혁명과 과학의 발달에 의한 '이성'이 지배하는 시대였다. 19세기 전반을 지배하던 헤겔 철학이 무너지며 그 자리를 자연과학적 실증주의가 차지했다 (철학사조에서 이 시기는 철학의 암흑기라 불린다). 그리고 그 이성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셜록 홈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21세기 배경으로 전환되면서, 전체 시즌을 관통하는 주제에서, 나는 사르트르에서 하이데거로 이어지는 실존주의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존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옥상에서 모리아티와 셜록의 대결은 말싸움의 한마디, 한마디를 새겨듣지 않아도 셜록의 승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사르트르는 '닫힌 방'이란 저서에서 '지옥, 그것은 바로 타자다'라는 말을 했다. 여기서 타자란 2인칭이 아닌 3인칭을 의미한다. 즉, 온통 3인칭밖에 없는 세상이다. 실존주의에 따르면 지옥은 u가 없는 세상, 온통 타자(3인칭)만이 가득한 세상이다. 그 뜻은, 나(i)란 존재는 u가 존재하기 때문에, u가 없다면 i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즉, 오로지 3인칭만 있는 세상은 텅빈 도시 속에 오로지 홀로 나만 있는 세상을 뜻한다. 그런 세상에서는 나 또한 그 텅빈 도시의 사물들과 다름이 없다. 왜냐하면 나(i)를 인식하는 존재(u)가 없기 때문에. 그래서 실존주의에서 타자 뿐인 지옥(그 끔찍한 고독)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살'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i owe you'라는 모리아티의 말에 대한 셜록의 대답이 'i am you'로 돌아온 순간, 모리아티는 실존주의의 지옥 속에 이미 있는 셈이 된 것이다. 이 말은 또한 셜록에게도 치명적인 것이, i am u가 되면 셜록 또한 함께 지옥에 있는 것이고, 그래서 모리아티와의 마지막 장면에서 둘은 악수-지옥 속에서의 악수와 교차되는 의미-를 하게 되고, 모리아티는 바로 자살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며, 셜록의 자살 또한 필연이 된다. 여기까지가 하나의 엔딩이다. 

그런데, 참으로 다행스럽게 셜록은 존 덕분에 'u'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 'u'는 새끼를 쳐서 허드슨 부인, 레레경감, 그리고 몰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u'를 셜록이 인식하게 된다. 재미있지 않은가? i도 복수형은 we고 he/she도 they지만, you는 언제나 you다. 다수의 u라도 i와 u의 관계는 언제나 1:1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결국 셜록은 존과 다른 사람들에 의해 존재의 증명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니, 그의 죽음은 모리아티와는 다르게 fake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모리아티와 셜록의 차이가 결국 'u'라는 것은, 빼도박도못한 실존주의 ㅋ


아, 이러니 또 시즌3이 기대가 된다. 재미난 이야기거리도 기대가 되지만, I owe U를 알게 된 돌아온 ordinary 셜록의 변화, 그리고 서로의 존재가 필연이 된 셜록과 존, 셜록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떤 국면으로 접어들지, 이게 기가막히게 궁금하다. 셜록이 마지막에 어떤 트릭을 썼는지 보다 말이다



사족1, 라이헨바흐 폴과 IOU의 관계도 재미있다. 진정한 애정은 '추락'할 때 알 수 있는 거니까:D

사족2, 2012년 연초를 즐겁게 만들어준 셜록 제작진에게 감사를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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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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