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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사 Sep 01. 2015

그러니까 셜록과 존의 관계는

셜록 시즌2 홀릭

이런 글 썼다가 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써보자. 뭐 재미있자고 하는 놀이인데.


3화의 옥상씬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셜록이 모리아티를 제거할 의도를 가지고 올라갔느냐, 아니면 친구들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려고 올라갔다가 대 역전극을 펼친 거냐 등등.

그런데 사람들이 셜록에게 너무 빠진 나머지,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셜록은 소시오패스다.

그냥 셜록이 냉소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그 인간이 자기비하를 하리라고 보는가?)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자신은 소시오패스라고 인정한 거다. 소시오패스의 특징은 다들 아시겠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비도덕적인 짓을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자', 좀 더 부연설명하자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데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자'다.


시즌1과 2의 초반을 보아도, 자신의 추리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범인을 잡기 위해 다른 사람의 약점을 잡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휘두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곤 한다. 셜록의 직업이 consultant detective다 보니, 그 능력을 좋은 방향으로 쓰고 있어서 좋지 않은 면이 부각될만한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 뿐(angels 속에 있다고 angel이 아니라는 말, I am You, 라는 셜록과 모리아티의 말은 여기서 나온 것).


물론 존과의 관계를 통해서, 달라진 점이 분명 있다. 그러나 셜록은 셜록인지라... 셜록은 딱 존만 아주 특별하게 care하고, 허드슨 부인과 레레 경감은 약간 care하며, 음, 몰리는, 솔직히 몰리를 care 한다기 보다, 몰리가 자신을 care하는 것을 알고 그 care를 이끌어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씨나락까먹는 소리냐. 도대체 셜록의 감정기제는 어떤 모양새라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셜록이 타인을 보는 시선과 타인과 맺는 관계는, 우리가 반려동물과 맺는 관계와 유사하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개를 키운다. 이름을 지어주고 함께 살면서 그 개는 그냥 개가 아니고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된다(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여전히 개). 나의 개가 특별하고 소중하기 때문에, 다른 개에 대해서도 어느정도는 애정의 범주가 넓어지긴 하지만, 다른 개와 나의 개는 천지차이다.


셜록에게 존은, 이런 특별한 개와 같은 존재다.

이거 절대 존을 무시하는 말이 아니다. 개를 키워보고 개와 진실로 소통해본 사람은 알지만, 인간과는 서로 주고 받을 수 없는 정말 특별한 관계가 존재한다. 가장 이상적이고 충실한 신뢰관계(적을수록 셜록과 존의 관계와 비슷하지 않은가?). 어느 누구도, 어떤 사람도 감언이설이나 금전적인 유혹으로 주인과 개의 관계를 깨트릴 수 없다. 견고하고도 완벽한 관계.


자, 그런데 이렇게 내게 너무나도 특별한, 어떤 인간에게서도 바라지 못했던 그런 것을 주고 받은 나의 개를, 어떤 미친 개가 노린다. 한번도 아니고 자꾸 노린다. 가만 두면 나의 특별한 개가 위험에 처할 게 분명하다.


그러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그 미친 개를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미친 개를 제거한다. 그럼, 여기서 우리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까?


그러면 셜록은 변한게 아니지 않냐고?

아니다. 자신의 개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누구도 훼손시킬 수 없는 그 특별한 관계를 가져본 사람은 안다. 개를 사랑하고, 아끼고, 보살피고, 완벽한 신뢰의 관계를 서로 나눔으로써 인간이 얼마나 많이 변할 수 있는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내 개로 인해서 다른 개의 고충이나 어려움까지 눈을 감지 못하게 되고, 더 나아가 인간이 짐승이라고 우습게 보는 개에 비해 더 나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생에 대해 겸손해진다.



그래서, 결론은...

존은 이제 결혼할 수 있다는 것. 누구도 자기 개의 암컷에게 질투하지 않는다. ㅋ



201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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